'햄릿', '오셀로', '리어왕'과 함께 꼽히는 명작 비극
영화와 뮤지컬로도 재탄생해

사진=Unsplash, Matt Riches 제공
사진=Unsplash, Matt Riches 제공

[문화뉴스 이유민 기자] 셰익스피어 4대 비극으로 널리 알려진 희곡 '맥베스'를 소개한다.

세계인의 교양이라고 불릴 정도로 유명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들. 그러나 전문으로 읽은 사람은 사실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은 소설 각색을 읽고 작품을 소설로 알고 있기도 한데, 셰익스피어의 본업은 어디까지나 극작가였다. 그는 말이 필요 없는 작가다. 수많은 신조어를 만든 극작가였고, 살아서도 대중의 사랑을 듬뿍 받았으며, 사후에도 500년 가까이 작품이 회자되니 말이다.

그의 많은 작품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건 '4대 비극'이라고 불리는 햄릿,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다. 문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알려진 대사는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그에 따라 햄릿으로 셰익스피어에 입문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맥베스'를 처음 읽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겠다. 복수의 대상을 눈앞에 두고도 망설이는 햄릿의 모습을 답답하다고 여길 독자들도 분명 있을 테니까. 그에 반해 맥베스는 전개가 시원시원하면서도 무서워, 끌려가듯이 읽을 수 있다.

마녀1: 맥베스를 환영하라! 글래미스 영주시다!
마녀2: 맥베스를 환영하라! 코도의 영주시다!
마녀3: 맥베스를 환영하라! 왕이 되실 분이다.

'맥베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스코틀랜드의 장군 '맥베스'는 동료 뱅코우와 개선하다 황야에서 세 마녀를 만나 예언을 듣게 된다. 그가 왕이 되고, 뱅코우의 자손도 앞으로 왕이 된다는 얘기였다. 이 소식을 들은 맥베스의 부인은 남편을 부추겨 덩컨 왕을 살해한다. 부부는 뱅코우와 파이프의 영주인 맥더프의 가족도 죽인 뒤 왕위에 오른다. 그리고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권력의 꼭대기에 오른 두 사람은 끊임없이 불안해하며 잠들지 못한다. 그러다 맥베스는 세 마녀에게 다시금 예언을 듣기로 한다. 그사이, 살해된 덩컨 왕의 아들 말콤과 가족을 잃은 맥더프가 진군해 온다.

이 작품의 매력은 인물들을 다채롭게 해석할 수 있다는 지점에서 오는 듯하다. 예언을 다양한 방향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부분부터 셰익스피어가 '재밌죠? 여러분도 해보세요'라고 제안한 듯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인물은 맥베스의 부인이다. 이 여성은 남편보다 완강하고 욕망이 거대한 인물로 그려진다. 그녀는 사회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잔인함을 택하는데, 갈팡질팡하는 남편을 부추기는 건 물론이고 죽음도 훨씬 빠르게 맞는다. 그녀를 단순히 '맥베스의 부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이런 식으로 이 작품의 인물을 하나 붙들고 여러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도 좋은 읽기 방법이 될 수 있다.

맥베스 부인은 추후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이 됐다. 러시아의 대작가 니콜라이 레스코프에게 '러시아의 맥베스 부인'이라는 소설로 새로 쓰였고, 이 소설을 폴란드의 영화감독 안제이 바이다가 '시베리안 레이디 맥베스'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쇼스타코비치는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썼다. 21세기에 들어서도 맥베스 부인을 다시 읽으려는 시도는 계속됐다. 2016년 플로렌스 퓨 주연의 영화 '레이디 맥베스'가 탄생한 것이다.

유난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인물 재해석과 복기가 계속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의 작품이 '성격비극'이라고 불릴 만큼 인물의 성격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앞서 소개했던 맥베스 부인의 예시를 계속 이어가자면, 그녀는 왕비가 된 뒤에 중증의 몽유병 환자가 된다. 보이지 않는 핏자국을 계속 닦아내고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된다. 맥베스 부인은 잔인하고 강한 인물로 그려지면서도 악행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입체적인 존재인 것이다.

이런 입체적인 면면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전반에서 나타난다. 주인공 맥베스 또한 타고나기를 반골기질에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맥베스는 무력이 뛰어난 것에 비해 망설임이 많은 충실한 군인이었다. 그러다 그의 안에서 악의를 싹틔우고 크게 키우게 되는 계기가 예언으로 나타났을 뿐이었다. 사람의 마음에는 언제나 폭력에 대한 욕망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고전으로 불리는 까닭이 여기에서 오는 듯하다. 인간의 수많은 모습을 관찰한 뒤 그것 중 어떤 부분을 살릴지 결정하는 게 작가의 힘 아니겠는가. 

뮤지컬로 재탄생한 '맥베스'. /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뮤지컬로 재탄생한 '맥베스'. /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여러모로 읽어보는 게 좋다. 연기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희곡을 쓰려는 사람에게만 중요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교양으로 통한다는 지점도 중요하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사람을 통찰하는 힘이 느껴진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흥미가 생겼지만 도전하기 부담스럽다면, 5대 희극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희곡을 읽고 싶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장막극'을, 또 '시대극'을 보기 힘들다면 매해 신춘문예 당선작을 찾아봐도 좋다. 이 시대를 제일 예리하게 바라보는 젊은 작가들의 단막극을 접할 수 있다.

문학은 체험해보지 않은 일을 간접적으로 알고 이해하게 해 준다. 세상을 살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그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욕망을 앞장세우는 사람, 지나치게 얌전한 사람, 이상할 정도로 꺼림칙하거나 수상한 사람. 혹은 너무나 윤리적인 사람, 어떻게 건강하게 잘 살아가는지 궁금한 사람들.  도처에 가득한 사람들을 알아가기 위해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처럼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문학을 읽어볼 필요가 있겠다.

* '고전', '명작'으로 꼽히는 각종 문학들은 읽을수록 풍부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힘을 건네준다. 이런 작품들은 각종 미디어에서 인용되고, 오마주되고, 다시 읽히곤 한다. 그러나 '오래됐다', '어렵다'는 이유로 널리 읽히지 않는 작품들도 많다.

그에 따라, 이 기사는 최근 다시 주목받는 작품들에 접근하기 쉬운 발판처럼 쓸 수 있도록 기획됐다. 이 기획에는 기사를 읽는 5분 사이, '세 줄 요약 해주세요' 대신 '더 읽어보고 싶어요'를 선택하는 독자들이 많아지길 바라는 소소한 마음이 담겼다.

희곡으로 시작해 희곡으로 기획을 마치게 됐다. 하나의 일을 끝마친다는 것은 꼭 책 한 권을 다 읽는 것과 같이 뿌듯하고 허무하다. 지금까지 '5분 세계명작'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계속 궁금해하고 자꾸 읽는 겨울이 되기를 기원한다.

주요기사
책 최신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