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시 캐나다서 벌어진 실화 바탕...한국 초연
이해와 나눔, 인류애 보여주는 작품
빠른 템포, 이국적 음악, 1인 다역 열연...볼거리 多
내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너무도 달라져버린 현실 때문일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데, 어쩐지 판타지처럼 보이는 뮤지컬 '컴프롬어웨이'다. 물론 기분 좋은 판타지다.

'컴프롬어웨이'는 9.11 테러 당시 캐나다 뉴펀랜드의 작은 마을 갠더에서 일어난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작품이다. 캐나다 출신의 아이린 산코프와 데이비드 헤인이 대본을 쓰고 작사, 작곡했다. 

2015년 샌디에이고에서 첫 공식 공연을 선보였다. 이후 시애틀, 워싱턴D.C., 토론토 등을 거쳐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막을 올렸다. 이번 한국 초연은 논 레플리카(Non-Replica) 방식으로 제작됐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테러 직후 미국 영공이 폐쇄되면서 미국으로 향하던 수많은 비행기와 승객들은 캐나다 뉴펀랜드의 갠더로 불시착한다. 영문도 모른 채 낯선 도시에 도착한 방문자들과 하루아침에 수천 명의 이방인들을 마주하게 된 주민들. 인종, 출신, 언어, 취향, 성격 모두 다르지만 이해와 나눔으로 서로를 도우며 감동을 선사한다.

미움 없이 정을 나누던 시절이 환상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무대 위 인물들의 따뜻한 마음씨가 객석에 전해지면 문득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이해와 나눔이 사라져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꼭 필요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와 더불어 극을 환상처럼 보이게 하는 요소들이 무대 위에 가득하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세련된 스크린 이미지와 형형색색 색감의 조명, 빛으로 가득한 숲 이미지 세트 등 동화 같은 비주얼을 꾸렸다. 의자를 주 소품으로 활용하며 여러 장소 변화를 표현, 연극적으로 연출했다. 여기에 만돌린, 바우런, 휘슬, 피들 등을 활용한 켈틱 음악의 이국적 매력이 더해져 환상적 무드가 배가됐다.  

특히 주민들과 이방인들이 한데 모여 어울리는 1막 마지막 넘버 '스크리치 인 (Screech In)' 장면이 하이라이트. 무대, 음악, 배우, 서사까지 '컴프롬어웨이'가 전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한데 뭉치는 순간이다. 관객 역시 갠더 마을로 초대돼 그들과 함께 즐기고 위로받게 되는 특별한 시간. 실제 갠더 마을은 어떤 곳일지 가보고 싶어지게 만든다.

주연과 조연, 앙상블의 구분 없이 모든 배우들이 1인 2역 이상을 소화하는 캐릭터 구성을 갖춘 점이 돋보인다. 무대 위 12명의 배우는 7000명이 떨어진 마을의 주민과 승객들을 번갈아 연기한다.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사진=뮤지컬 '컴프롬어웨이' 공연 장면 / 쇼노트 제공

모든 장면과 대사, 움직임은 쉼 없이 빠른 호흡으로 전개된다. 여기에 12명 배우가 수십 명의 인물을 오가니 복잡하고 산만해질 우려가 크다. 그러나 배우들의 역량에 힘입어 이 같은 걱정을 무색하게 만든다. 

끝없는 의상체인지를 기본으로 목소리 톤과 말투, 행동 등 디테일에 차이를 줬다. 자세히 봐야 차이가 보이는 것이 아닌, 자연스럽게 다른 인물로 인식되게 한다는 점이 놀랍다. 일종의 캐릭터 쇼를 보게 되는 것도 하나의 재미다. 한 명의 주인공 없이 모두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한편 '컴프롬어웨이'는 오는 2024년 2월 18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공연된다. 남경주, 서현철, 최정원, 이정열, 고창석, 정영주, 신영숙, 지현준, 최현주, 심재현, 장예원, 차지연, 김아영, 이정수, 주민진, 이현진, 정영아, 신창주, 김승용, 김지혜, 현석준, 나하나, 김찬종, 홍서영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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