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위고 소설 원작...사랑, 용기, 희망의 대서사시
웅장한 무대, 넘버 돋보이는 작품
장발장 역 최재림, 풍부한 음역대 곡 소화력 눈길
내년 3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레미제라블'이 돌아왔다. 그리고 왜 명작으로 불리는지를 재차 보여줬다. 장발장 역을 맡은 최재림 역시 왜 국내 톱클래스 뮤지컬배우로 불리는지를 입증했다.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의 대표작으로, 작곡가 클로드 미셸 숀버그, 작가 알랭 부브리 콤비가 참여했다. 

37년간 53개국 22개 언어로 공연되며, 약 1억 3000만 명이 관람한 세계적 히트작이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3년 초연, 2015년 재연에 이어 올해 라이선스 공연 10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왔다.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19세기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불쌍한, 비참한 사람들'(Les Misérables)의 이야기를 그린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하고 박해를 받는 장발장과 주변인들의 이야기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사랑하고 생존하고 투쟁하는 이들의 삶이 함께 그려진다. 사랑, 용기, 희망, 용서에 대한 대서사시이기도 하다.

장발장이 중심에 있지만 그의 이야기만 선형적으로 흘러가기보다는 주변인들의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옴니버스 형식에 가깝다. 제한된 시간 안에 여러 인물의 이야기가 분산돼 그려지다 보니, 각 개인 서사가 깊지는 않다. 서사 자체에 대한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낮아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그러나 워낙에 유명한 원작을 바탕으로 하기에 서사의 호불호 지점은 감안하고 볼 수 있는 부분일 터. 결국 뮤지컬로서 흥미를 어필할 수 있는 건 무대와 음악이다.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무대는 전반적으로 톤이 어둡다. 그 덕에 내리쬐는 한 줄기 빛이 더욱 부각되며 극의 주제와도 맞닿는다. 

'레미제라블'을 대표하는 바리케이드 등 대규모 세트는 대서사시에 어울리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스크린을 활용한 영상 역시 세련미보다는 고전미에 초점이 맞춰졌다. 여러모로 당시의 분위기를 잘 살린 연출이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구성된 성스루(Sung-through) 작품이다. 번역의 퀄리티에 따라 한국 관객이 가장 낯설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전반적으로는 무난하지만, 곳곳에 어색한 구간이 없지는 않다.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사소한 아쉬움을 상쇄시키는 건 역시나 음악의 힘. 오프닝 넘버 'Prologue: Work Song'가 연주되는 순간부터 벅차오른다. 이후 ‘I Dreamed a Dream’, ‘One Day More’, ‘On My Own’, ‘Bring Him Home’, ‘Stars’ 등 대표 넘버들이 이어지면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다만 극장 음량이 조금 작은 건 아쉽다.

클래식한 넘버에 어울리게 대부분 배우들의 보컬 역시 클래식 발성에 기초한다. 특히 장발장 역 최재림의 바리톤과 테너를 넘나드는 곡 소화력이 돋보인다. 

최재림은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라스트 파이브 이어스' 등 3개 작품을 동시에 준비하면서 컨디션에 대한 우려를 듣기도 했지만, 그저 욕심이 아니었음을 실력으로 보여줬다. 청년, 중년, 노년의 시기를 지나며 나타나는 감정적 변화를 그려내며 공감을 자아낸다.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사진=뮤지컬 '레미제라블' 공연 장면 / 레미제라블코리아 제공

여기에 자베르 역 김우형의 묵직한 중저음, 판틴 역 조정은의 서글픈 감성, 앙졸라 역 김성식을 필두로 한 앙상블의 합창, 떼나르디에 부부 임기홍, 박준면의 익살스러운 연기 등은 다채로움을 더한다.

무대가 끝나면 길게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무엇 때문일까.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은 그때나 지금이나 현실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가 아닐까. 여전히 사랑과 용서, 희망에 대한 갈증이 크게 남아있기에.

한편 '레미제라블'은 2024년 3월 10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이후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문화뉴스 / 장민수 기자 jms@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