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일: 2024.01.17
캐스팅: 박은태, 홍지희, 신성민, 아드리아나 토메우 외
장소: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좌석: 7열 중앙

"마음에 품은 소중한 꿈을 노래해. 크게, 더 크게"

차디찬 절망으로 얼어붙은 일제강점기, 1930년 경성. 그 한가운데에 희망의 빛을 품은 청춘들이 있었다.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오페라 공연을 열어 조선 독립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이들의 꿈을 예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조선 최초의 오페라, 조선 최초의 테너 탄생을 조명하는 이 작품의 제목, '일 테노레'는 이탈리아어로 '테너'라는 뜻을 담고 있다. 천상의 목소리로 희망을 노래한 조선 최초의 테너 윤이선과 그와 함께 독립을 꿈꾼 단원들의 이야기가 2024년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다.

의대생 윤이선은 우연히 들어간 오페라 수업에서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며 테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한편, 대학생 한일운동의 중심인 문학회는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오페라'라는 낯선 공연에 도전하기로 한다. 문학회의 리더 서진연, 무대 디자이너 이수한, 그리고 윤이선은 뜻을 모아 함께 조선 최초의 오페라 공연을 올리기로 하는데... 조국의 독립이라는 커다란 염원 안에서 각자의 소망을 키워 나갔던 세 인물의 인생과 사랑은 어떤 피날레를 맞게 될까?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일 테노레', 조선의 봄을 그리던 이들에게 바치는 환상 피날레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일 테노레', 조선의 봄을 그리던 이들에게 바치는 환상 피날레

 

뮤지컬 '일 테노레'는 2023년 처음 무대에 오른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2018년 낭독회로 첫선을 보인 이후 OD컴퍼니의 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관람 전에는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인 일제강점기의 경성과 이국적인 오페라를 어떻게 융화시켰을까 하는 호기심과 걱정이 앞섰다.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이 조합이 무대에서 어떤 모습으로 재현될지 궁금했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된 순간, 이 모든 기우는 감탄과 환호로 바뀌었다. 아름다운 우리말로 번역된 오페라의 노랫말과 부드럽게 흐르는 선율이 어우러지며 독립의 봄, 그 희망을 간절히 기다리는 조선의 소리가 들려온다. 햇빛을 가득히 품은 봄바람 같은 그 소리가.

뮤지컬 '일 테노레'의 넘버에는 클래식한 감성이 가득하다. 다락방에 숨겨져 있던 옛 LP판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처럼 언젠가 들어보았던 것 같은, 익숙하고 그리운 멜로디 같은 느낌이다. 넘버 구성 전반을 지배하는 빈티지한 분위기가 그 옛날 경성의 풍경과 잘 어울린다. 훌륭한 넘버들의 향연이 불러온 고전적인 향취가 언젠가의 추억을 불러오는 듯 아련했다.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일 테노레', 조선의 봄을 그리던 이들에게 바치는 환상 피날레
사진 = 강시언 / [리뷰] 뮤지컬 '일 테노레', 조선의 봄을 그리던 이들에게 바치는 환상 피날레

 

명실상부한 작품의 주역, 윤이선 역할을 맡은 박은태 배우의 연기는 그 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모자랄 만큼 감동적이었다. 특유의 섬세한 목소리에 무게감을 더해 '테너' 윤이선 역을 완벽히 소화했음은 물론이고, 시시각각 변하는 흐름에 따라 극의 중심에서 밸런스를 잡아내는 능력도 탁월했다. 또한, 눈빛 하나로 꿈을 마주한 순간의 설렘과 떨림을 무대 너머 관객에게까지 전달하며 배우 스스로 작품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간직한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여기에 서진연 역을 맡은 홍지희 배우의 당차고 단단한 가창력, 이수한 역을 맡은 신성민 배우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더해져 극의 완성도를 정상까지 끌어올렸다. 

어두운 무대, 노래가 시작되고 찬란한 빛이 주인공을 비춘다. 어두웠던 시대, 독립을 위해 싸운 모두가 그 무대의 주인공이었으리라. 뮤지컬 '일 테노레'는 가장 예술적인 독립 투쟁의 한 면을 조명함으로써 깜깜한 과거를 빛낸 이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작품이다. 그들이 남긴 독립이라는 위대한 유산을 소중히 지키며 그들의 간절한 노래를 영원히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으로 그 시대의 수많은 윤이선, 서진연, 이수한에게 보내는 기립박수를 대신한다. 한편, 뮤지컬 '일 테노레'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오는 2월 25일까지 공연된다. 

문화뉴스 / 강시언 kssun08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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