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아와 슬라브 정서 신세계 Largo선율로 충족시켜”

118()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외국의 내한교향악단들 중에는 필하모닉이라는 명칭을 갖는 연주단체들도 있고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연주 내한단체들도 있다.

필하모닉이라는 명칭을 갖는 연주단체들이 더 비중있고 고급스러운 연주를 들려주는 것 처럼 느껴지는 것이 클래식애호가들이 갖는 일반적인 심성이지만 이것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지난 118일 저녁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프라하 심포니 오케스트라 공연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거의 30여년전 넘게 프라하 심포니의 Libor Pesek지휘의 드보르작 신세계나 벨라홀라베크 지휘의 독일 Alte Oper 프랑크푸르트 드보르작 페스티벌에서 연주된 Slavonic Dance No. 8, 그리고 Vaclav Neumann이 지휘한 프라하 심포니의 베토벤교향곡 제8번 유트브 동영상 연주들만 들어봐도 체코필과 연주차이를 느낄 수 없는 거의 대등한 연주실력을 보여준다.

올해 2024년 신년들어 신년공연이 대부분 왈츠와 폴카등 신년음악회 레퍼토리들로 채워지던 형국에서 프라하 심포니 내한공연은 체코 작곡가인 드보르자크의 전설 Op.59, No.1, 첼로협주곡, 교향곡 9번 신세계등 올 정통 클래식 곡들의 진가와 가치를 일깨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체코필의 아성으로 인식돼온 체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프라하 심포니가 한국공연에 앞서 일본에서 사전공연을 가졌다. (사진 프라하심포니 페이스북)
체코필의 아성으로 인식돼온 체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 프라하 심포니가 한국공연에 앞서 일본에서 사전공연을 가졌다. (사진 프라하심포니 페이스북)

체코필의 아성으로 인식돼온 체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 제공

체코악단이라면 통상 보헤미아와 슬라브 정서를 기대케하는 사운드를 클래식 관객들이 보통 고대하는데 프라하 심포니 역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 2악장의 그 잉글리쉬 호른에서 흐르는 Largo의 선율로 그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켰다.

지난해 하반기에 내한공연을 가졌던 악단으로는 체코필이 세묜 비치코프 지휘로 지난해 1024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역시 드로르작의 사육제 서곡, 피아노협주곡, 교향곡 7번으로 외국교향악단들의 내한공연 러시가 즐비하던 시점에 체코필의 사운드가 우뚝섬을 보여준 기억을 안고 있다. 슬로박필의 내한공연은 지난 122일 강동아트센터에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협연무대를 마련, 알렉세이 쇼어의 피아노협주곡 여행 노트와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랩소디’, 드로르작의 교향곡 8번을 연주해 최근 들어 국내 관객들이 드로르작의 후기 교향곡 7,8,9번을 연이어 콘서트홀에서 들은 격이 됐다.

프라하 심포니는 1942년 바츨라프 스메타체크가 오케스트라를 고전부터 현대음악까지 아우르는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내는 악단으로 만들어 프라하시 소속의 시립교향악단이 되어 확고한 위치를 인정받게 되었고 이 위상은 지금까지 굳건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여기에 부드럽고 정확한 해석으로 온화한 매력을 한껏 발휘한 지휘 토마시 브라우너의 포디엄은 프라하 심포니의 선율이 체코필의 아성으로 국내 클래식 팬들에게 인식돼온 체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됐다고 본다.

체코 클래식이 체코필의 아성으로 국내 클래식계에 비춰진 까닭은 1991년이나 2001, 2014, 2017, 그리고 2023년등 체코필의 내한공연은 잇따라 국내 내한공연이 열렸지만 프라하 심포니의 내한공연은 자신들이 밝힌 대로 첫 내한으로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은 탓도 이런 인식을 갖도록 작용한 배경으로 꼽을 수 있다.

내게는 체코필 내한공연 하면 199111월 당시 MBC초청으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이르지 벨로홀라베크가 지휘하던 스메타나의 교향시 나의 조국중 몰다우연주의 감동과 추억을 잊을 수 없다. 2014527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체코필 공연은 역시 이르지 벨로홀라베크 지휘로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6번등을 들려주었지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의 무대와 관객과의 어쿠스틱 효과가 먼 탓에 체코필의 진수는 느끼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

작고한 이지 벨라홀라베크의 바통을 이어받은 페트르 알트리히터가 지휘봉을 잡은 2017년의 아시아투어 일환중 체코필 내한공연(2017928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은 스메타나의 팔려간 신부서곡을 위시해서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과 교향곡 8번으로 짜여져 체코음악의 정취를 느끼기엔 더없이 좋은 선곡이었지만 체코필특유의 사운드를 극대화시킨 체코의 향기를 더없이 주고 갔는지에 대해선 일말의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해 1024일 화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를 가진 체코필은 올 안토닌 드로르자크 사육제 서곡, Op.92,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교향곡 제7번 연주로 외국 교향악단의 내한공연 홍수속에서 보석같은 체코음악의 진수를 들려줬다. 러시아 출신의 셰몬 비치코프가 지휘한 체코필이 그리는 보헤미안 음악의 정수가 2014년 성남아트센터에서의 아쉬웠던 연주의 순간들을 상쇄시켜 준 것 같아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보석같이 빛나고 있는 체코음악들을 만끽한 순간들이 됐다.

프라하 심포니, 더 많은 내한공연과 음반작업의 족적 과제 안아

프라하 심포니가 필하모닉과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단체들 사이의 간극과 차이를 알 수 없는 호연으로 새해 국내 클래식계 무대를 수놓았지만 자신들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선 더 많은 내한공연들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 체코를 대표하는 레이블인 수프라폰과 소니 클래시컬등과의 녹음 음반작업에서 더 큰 족적을 보여야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필하모닉과 심포니의 차이에 관해 덧붙이자면 필하모닉은 하모니아라는 단어에 사랑을 의미하는 ‘phil'을 붙여서 만든 합성어 필하모니아(philharmonia)'에서 나온 형용사이어서 번역하면 음악(하모니)를 사랑하는이란 뜻이다. 반면 심포니(symphony"는 원래 그리스어 신포이나(sinonia)'에서 나온 것으로 함께 내는 소리’, ‘조화로운 소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과 함께 조화로운 소리를 내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지만 실제 오늘날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차이가 없다는 것이 대체적 견해다.

오늘날에는 필하모닉과 심포니 악단의 차이가 없지만 과거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해서 오케스트라가 설립되었을 때 누구의 지원을 받았으냐에 따라 이름이 달랐다고 한다. 부유한 자산가의 후원을 받아서 설립한 오케스트라에는 필하모닉을, 국가나 도시, 기관들의 지원을 받아서 설립한 오케스트라에는 심포니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 또 과거에는 필하모닉 협회는 철저히 회원제로 운영되는 배타적 모임이어서 이 협회에서 개최하는 음악회에는 후원금을 내는 회원들만 입장할 수 있었는데 입장권도 아주 고가였고 대신 최상의 연주를 보장했다.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는 거장급 연주자들을 초빙했으며 유명한 작곡가들에게 작품을 의뢰하고 그 작품의 초연을 도맡아 공연을 했던 것이다.

반면 지방도시나 작은 관공업체의 후원을 받아 설립된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중산층 이하 서민들을 위한 오케스트라여서 따라서 입장권도 필하모닉보다 저렴했고 프로그램도 대중적이었다. 필하모닉이라는 이름이 심포니보다 고급스럽다는 이미지가 여전히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거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이며 지금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차이가 존재하지 않으며 연주하는 능력의 차이도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번 연초 외국오케스트라의 첫 내한공연 스타틀흘 끊은 프라하 심포니는 이런 좋은 선례의 하나를 남긴 공연이 됐다고 본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