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원인불명 화재에 투숙객 책임 부정
숙박업자, 투숙객에 대한 신의칙상 보호의무 부과
보험사는 투숙객에 책임소지 물을 수 없어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문화뉴스 박진형 기자] 세상을 살다보면 많은 일들이 발생한다. 법은 세상의 모든 것을 포섭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법을 알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법률정보'는 현실에서 일어날 만한 일들을 법률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바야흐로 '대 여행'의 시대다.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서 단 한 번이라도 숙박업소를 이용하지 않은 이들보다 숙박업소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이들이 더 많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의 숙박업 시장은 성황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숙박업소에 투숙할 경우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발생한다. 그 중에서도 '화재'가 발생해 화재의 원인이 밝혀진다면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지만 '원인불명'의 화재는 모두에게 법적인 책임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원인불명'의 화재에 대해 투숙객은 어떤 책임을 질까?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지난 2023년 11월 대법원은 판례(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4895 판결)를 통해 이러한 원인불명 화재에 대한 법적 관점을 확정했다.

해당 판례의 사실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2020년 4월 22일 경 숙박업소에서 투숙객 A씨가 묶던 숙소에 화재가 발생해 숙박업소에 손해가 발생했다. 경찰의 내사 결과 화재는 원인불명으로 판단됐다.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숙박업자 B씨는 숙박업소에 대한 화재보험을 들어놓았고 이를 보험사 C에 청구했다. 보험사는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한 보험금 약 5,800만 원을 지급했다. B씨는 자신이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서 발생한 손해를 보전할 수 있었다.

이후 2020년 8월 보험사 C는 투숙객 A에 화재에 대한 '임차목적물반환채무불이행', '일반불법행위'를 근거로 구상금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구상금이란 채무를 대신 변제해 준 사람이 채권자를 대신하여 채무당사자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구상권을 행사하여 취득하는 금액이다.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결국 투숙객 A가 피고, 보험사 C가 원고인 민사소송이 제기됐다.

1심에서 원고 패소가 확정됐고 원심은 원고 C의 항소를 기각했다. 그럼에도 원고는 원심판결에 불복하고 상고를 제기함으로서 사건은 대법원의 판단에 맡기게 되었다.

대법원의 결정은 상고기각이었다. 즉, 1심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투숙객은 원인불명 화재에 대해서 어떠한 책임도 질 필요가 없음이 확정됐다.

원고 주장의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로 숙박 계약은 일종의 '임대차계약'으로서 임대차계약에서 요구되는 '목적물 원상 반환'을 주장한 것이다. 이때 증명책임(법적 책임을 결정짓는 것으로 증명책임이 부과되는 쪽에 부담이 크다.)은 숙박객에 귀속되는데 숙박객은 자신이 선관주의 의무를 통해 숙박 업소에 대한 책임을 다했음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원인불명의 화재에 대한 선관주의 의무 증명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둘째는 투숙객 A가 화재 발생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숙박업소에 손해를 발생시킨 '불법행위책임'이다. 여기서 불법행위는 형사법의 불법이 아니라 민사법에서 발생하는 손해배상과 연관된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가지 쟁점에 대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제시하며 원고 패소를 확정했다.

첫째, 일반 임대차 계약의 경우 민법 390조가 적용되며 증명책임이 임차인에 귀속되나 숙박 계약에서의 투숙객에게 그 부담을 지우는 것은 형평의 원리에 어긋날 뿐 아니라 '숙박 계약'의 특수성을 인정하여 일반적인 임대차 계약의 원리를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시했다.

또한 숙박업자는 투숙객에 대한 신의칙상의 보호의무를 부담하므로 투숙객의 숙박업소 이용시 발생하는 사고로 부터 안전을 보호할 의무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투숙객은 원인불명 화재 발생으로부터 보호받을 존재이지 책임을 지는 주체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법원은 원고의 첫 번째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둘째로 숙박업자의 보호의무의 존재와 숙박 계약의 특수성에 근거하여 숙박업소의 점유는 숙박업자에 귀속하므로 숙박업소의 모든 시설은 투숙객인 있는 객실이라 할지라도 숙박업소의 지배 하에 존재한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화재 진압에 참여하지 않음'을 근거로 하는 '민사 불법행위'의 성립을 부정했다.

결국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숙박업소에서 발생하는 원인불명의 화재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숙박업소에 귀속함이 다시 한 번 최종 확정됐다.

보험사의 경우 숙박업자와 보험 계약을 통해 화재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므로 해당 사건에 대한 채무이행으로서 보험금 지급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사가 투숙객에 구상금을 요구하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법률정보] 객실 이용 중 원인불명의 화재, 투숙객의 책임은?

첨언하면 숙박업자는 투숙객의 안전 등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고 투숙객이 그로부터 손해를 입는다면 투숙객은 해당 사건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아니라 손해 배상을 요구할 권리의 주체가 된다.

숙박시설 투숙객의 방화, 실화가 원인이 되지 않는 화재 발생에 대해서 투숙객이 가질 책임은 없다. 그럼에도 숙박 시설 이용시 개인의 안전을 위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을 놓아서는 안 된다.

문화뉴스 / 박진형 기자 press@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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