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니처 교향곡들 연주에 못지않게 협주곡 연주에 강세!”

44()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올 상반기 시그니처 교향곡들의 연주에 못지않게 협주곡 연주에 강세를 보이는 서울시향의 연주행보(行步)가 새삼 주목된다.

상반기 서울시향의 협주곡 릴레이는 지난 314일과 15일 양일간 펼쳐진 키안 솔타니의 드로브자크 첼로협주곡 연주에 이어 44일과 5일 얍 판 츠베덴의 엘가의 첼로협주곡 (협연: 다니엘 뮐러쇼트), 그리고 4월말의 425-26일의 하델리히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5월초에 59-10일 얍 판 츠베덴과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제24번의 연주로 이어진다.

최근 서울시향 연주회 특징의 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대목은 서곡의 연주를 생략하고 바로 교향악단 연주의 실력을 검증해보일 수 있는 협주곡과 메인 교향곡의 연주회들로 틀이 짜여져 있다는 점. 지난 3월의 키안 솔타니 드로르자코 첼로협주곡 연주회가 그랬고 44-5일의 엘가 첼로협주곡 연주회가 그랬다.

협연자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48)의 연주는 관객들이 통상 많이 들어왔던 영국의 여류첼리스트 뒤 프레의 연주에서 느껴봐왔던 이곡의 처연한 연주느낌을 남자 첼리스트가 이렇게 처연히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을 우선 관객들에게 강렬히 가져왔다. (사진: 서울시향)
협연자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48)의 연주는 관객들이 통상 많이 들어왔던 영국의 여류첼리스트 뒤 프레의 연주에서 느껴봐왔던 이곡의 처연한 연주느낌을 남자 첼리스트가 이렇게 처연히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을 우선 관객들에게 강렬히 가져왔다. (사진: 서울시향)

뮐러쇼트의 첼로연주, 엘가 첼로협주곡의 처연한 연주느낌 고스란히 전달!”

4월은 통상 서울의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교향악축제가 한달간 열리는 시기이다. 이런 와중에 지난 4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얍 판 츠베덴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연주회는 이런 교향악축제의 열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울시향의 충성팬들로 가득 객석을 채워 최근 모 클래식 월간잡지가 선정한 국내 교향악단 관객선호도 1위 교향악단 다운 모습을 보였다.

협연자 독일 첼리스트 다니엘 뮐러쇼트(48)의 연주는 관객들이 통상 많이 들어왔던 영국의 여류첼리스트 뒤 프레의 연주에서 느껴봐왔던 이곡의 처연한 연주느낌을 남자 첼리스트가 이렇게 처연히 연주할 수 있을까 하는 감정을 우선 내게 강렬히 가져왔다. 올해의 2024 교향악축제 기간중 지난 411일 목요일 저녁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전주시향과 엘가의 첼로협주곡을 협연한 국내 첼리스트 심준호의 협연도 현장에서 감상했지만 첼로작품중 가장 비극적 정서를 그렇게 처연히 연주한 최근 국내외 첼리스트의 연주론 서울시향과 협연한 다니엘 뮐러쇼트의 엘가의 첼로협주곡 연주가 가장 인상깊다.

특히 비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의 신들린 듯한 유명한 연주로 많은 클래식 팬들에게 엘가의 첼로 협주곡은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와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뮐러쇼트가 엘가가 장조하고 표현하고 싶었던 세계로 내려가 그러한 깊이와 우울함을 끌어내려면 어떤 식으로든 가능한한 많은 인생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적절한 인식이다. 이번 교향악축제에서 413일 토요일 오후 5시 대전시향과 블로흐의 셀로모: 히브리 랩소디를 협연한 뮐러쇼트 보다 한 세대 너머위의 노장 독일 첼리스트 율리어스 베르거(70)가 앵콜곡 바흐의 코랄전주곡 진심으로 바라오니 BWV 727', 바흐 무반주 첼로모음곡 제1번 프렐류드, 이탈리아 민속노래 산 정상의 제왕’, 그리고 카잘스의 새들의 노래의 무려 네곡의 앵콜곡으로 달인(達人)과 장인(匠人)의 첼로연주를 들려준 것은 뮐러쇼트로서도 이런 면에서 충분히 벤치마킹해봄직 하다.

클래식 관객들에게 엘가의 첼로협주곡 하면 우선 떠오르는 뒤 프레의 첫 번째 엘가 레코딩은 거의 뒤 프레 자신과 동일시 될 정도로 유명한 음반이며, 앞으로도 오랫동안 엘가 첼로 협주곡의 첫 번째 선택 음반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사실 그녀가 존 바비롤리가 지휘하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1960년대 연주는 반드시라고 할 만큼 제일 처음 들어야 하는 음반으로서 이 연주에는 뒤 프레의 눈물과 한숨이 모두 녹아 들어가 있으며 오케스트라도 최상급 연주를 들려준다. 비극성의 확장과 거대한 스케일감이 자연스럽게 융합된 연주로 다니엘 바렌보임이 지휘한 음반보다도 바비롤리와 함께 협연한 첫 번째 녹음이야말로 뒤 프레의 모든 것이며 그녀는 자신의 앞날을 예감하듯 고통으로 가득 찬 울림으로 엘가의 슬픔을 인류의 슬픔으로 승화시킨 감동으로 많은 클래식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서울시향 협주곡 릴레이의 올해 서막으로 볼 수 있을 지난 314일의 키안 솔타니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첼로협주곡은 이제 30대 초반을 맞은 이란계 오스트리아 출신 첼리스트 키안 솔타니의 서울시향과의 첫 협연무대 치고는 서울시향 관계자가 필자에게 밝힌 대로 통상 바이올리니스트들의 연주에서나 많이 볼 수 있는 호쾌한 보잉등 첼로연주의 독특한 포인트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신선한 연주체험들로 채워졌다. 키안 솔타니는 인터뷰를 통해 음악은 어떤 면에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연주내내 가끔은 순간의 흥분을 자아내는 부분을 돌파해서 위험을 감수하는 연주를 들려주는 듯 싶었다. 첼로거장 로스트로포비치와 줄리니 지휘 런던필과의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의 중후한 노장의 거장적 풍모가 느껴지는 연주에 반해 키안 솔타니의 드보르자크 첼로협주곡은 30대 젊음의 패기와 풋풋함이 배어있었다.

시향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 섬세한 연주의 이미지!”

이날 서울시향의 상임지휘자 얍 판 츠베덴이 메인곡으로 지휘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레닌그라도도 시향 시그니처 교향곡들의 릴레이 연주가 올 연초부터 이어지는 가운데 주목할 만한 레퍼토리의 하나였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의 특징이 음악학자들에 의해 아이러니와 신랄함으로 규정되는 것이 통상 관행인 점에 비춰 츠베덴이 서울시향과 들려준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 연주는 필자가 서울시향 연주들에서 받아왔던 KBS교향악단의 투박함 대비 섬세한 연주의 이미지를 계속 확인시켜주는 연주였다고 본다. 츠베덴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들의 지휘에서 몰아붙이는 스타일의 지휘를 보였다는 평가도 상당수 관객들의 평에서 나왔는데 이런 저돌적 몰아붙이는 지휘 못지않게 내게는 서울시향의 섬세한 연주스타일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연주에서도 구현되는 것이 사못 이채로웠다.

지난해 112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있었던 츠베덴 지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연주에서 서울시향은 1악장 Moderato에서의 여리고 서정적 면의 부각, 2악장 Allegretto의 산뜻한 화사함이 밀려오는 연주나 3악장 Largo에셔 목관의 활약등 무겁지 않고 어두운 그림자 대신 아름다운 선율과 4악장 Allegro non troppo에서의 진격의 화력을 부각시킨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으로 바꿔놓아 과거 90년대에 KBS교향악단등을 통해 필자가 많이 듣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 연주때와는 많이 달랐던 것은 물론 섬세한 연주이미지의 서울시향 연주와 맥을 같이하는 쇼스타코비치 연주의 궤적으로 볼 수 있다.

처음에 쇼스타코비치는 교향곡 제7레닌그라드의 네 개의 악장에 전쟁’, ‘추억’, ‘조국의 광활함’, ‘승리라는 부제를 붙였지만 이내 지워버렸다. 말러의 교향곡 1거인도 처음엔 악장마다 부제를 갖고 있었지만 프로그램이 지시하는 고정된 의도로 인해 작품의 상상력이 저해 받을 수 있다는 차원에서 작곡가가 직접 삭제한 것에 비견할 만한데, 어찌되었던 이러한 특정한 프로그램을 없앰으로 인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7번의 교향곡 자체에 대한 해석과 의미는 고착화되지 않고 훨씬 다양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게 되었다고 많은 음악학자들은 보고 있다.

서울시향 시그니처 교향곡 연주의 올해 시발은 지난 1월의 츠베덴 취임연주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야겠는데 서울시향의 신임 음악감독 얍 판 츠베덴의 새로운 시작 첫 연주 레퍼토리 선곡은 말러교향곡 제1번으로서 새롭게 출발해보려는 지휘자나 연주자 단원들의 의욕이 꽤나 넘쳤다. 클래식팬들에게 말러교향곡 제1번은 말러입문서 같은 연주곡인데 서울시향과 말러교향곡 전곡사이클 연주를 기획하고 있는 츠베덴이 첫 스타트라인에 선 것에 비해선 단구의 츠베덴이 거인같은 지휘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서울시향은 말러교향곡 제1번 연주에서 목관의 살랑거림, 2악장의 근육질의 연주, 3악장의 해학적인 유쾌함, 4악장의 일어서서 연주한 금관의 도드라짐등 오랜만에 들어보는 서울시향의 말러교향곡이 꽤 신선했다는 감을 주었다.

지난 314일의 시향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제5번 연주는 프로코피에프 교향곡 5번 연주이다 보니 자연히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등의 대비가 필자에게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는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이 비극적이고 웅장한 비장미와 슬라브적 감성이 돋보이는 반면 프로코피에프의 교향곡은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구성속에 현대음악의 각종 기법들이 효과적으로 적용되어 좀더 경쾌한 분위기속에서 곳곳에 위트와 풍자, 패러디가 등장하고 있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 음악칼럼니스트 여 홍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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