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재영이 '김건덕'을 맡아 열연한다. ⓒ 벨라뮤즈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때는 거슬러, 1994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의 결승전의 현장.

천재 고등학교 투수 '김건덕'과 타자 '이승엽'이 활약하는 장면으로 뮤지컬은 시작된다. 자그마한 야구장으로 변신한 무대는 두 선수와 코치, 그리고 중계진(이 직접 상대 팀 역할을 한다)들도 한마음으로 '슈퍼스타' 넘버를 부르며 신명 나는 리듬에 맞춰 공연을 펼친다. 관객들도 이에 화답하듯이 박수와 환호성을 지른다.

실제 결승전에서 한국은 미국에 11대 10으로 승리했다. 8회말 당시 투수 김건덕은 직접 동점타를 때려 기세를 올려냈고, 미국 투수의 폭투로 결승점을 뽑아내기도 했다. 이 경기를 통해 메이저리그의 어느 구단 스카우트는 그에 대한 평으로 "언젠가는 빛의 속도로 공을 던질지 모르는 동양인 투수가 등장했다"는 말을 쓰기도 했다. 150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릴 줄 아는 고등학교 선수의 등장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결승전 후 두 선수에게 몰리는 스카우터들. 실제론 2명이지만 이들은 롯데, LG, 한화, OB, 심지어 일본 팀의 유니폼까지 입어가면서 두 선수에게 러브 콜을 보내온다. 하지만 그들의 단호하게 대학 진출을 선언한다. 그러나 합숙소에 들어가서 생각과는 전혀 다른 대학 합숙소 생활에 이른바 '대학 떨어지기 프로젝트'에 돌입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실제 두 선수의 사연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문제를 찍지 말고, 아는 문제가 나오면 틀리게 하려는 계획이었다. 이들은 교육 방송을 보면서 열심히 강의를 듣게 된다.

그때 강의에 물리학 이론이 하나 등장하니, 이 작품의 이름과 연결이 되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지난해 '인터스텔라'를 통해 지금은 국민적 과학 상식이 된 이론으로, "빛의 속도로 진입하면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김건덕은 강의를 듣고 자신의 아버지 문제 등 불행한 현재의 모습을 떠나 빛의 속도로 이동해 10년 후로 가면 행복한 미래로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 아버지와 관련한 문제로 두 천재 선수의 운명은 바뀌게 된다.

   
▲ 김영철이 '이승엽'을 연기한다. ⓒ 벨라뮤즈

천재 고등학교 투수 김건덕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며 야구 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이승엽이 아시아 홈런 신기록을 달성하는 순간을 소식으로 접하게 된다. 실제로 김건덕은 고등학교 때부터 혹사를 당한 어깨 덕분에 프로 선수로 활약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야구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은 김건덕은 끝내 코치가 된다. 현재는 부산의 한 리틀야구단 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건덕과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400호 홈런의 주인공 이승엽.

두 사람의 갈등과 우정을 다룬 이 작품은 스포츠 영화, 특히 야구 영화들이 전형적으로 가지고 있는 노선을 잘 유지하고 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많다. 두 천재 선수를 비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조승우와 양동근이 각각 최동원과 선동열을 맡아 최고의 명승부를 선보였던 '퍼펙트 게임'이 있을 것이고,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선 국내 최초 청각장애인 야구부를 다룬 강우석 감독의 '글러브'가 있다. 심지어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는 내용의 '미스터 고'도 있다. 그러나 공간적인 한계가 있는 극장에서 야구 뮤지컬을 선보인다는 것은 애로사항이 많았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 한계성을 뛰어넘기 위해 애를 썼다. 무대 자체를 미니 야구장으로 담아 경기하는 장면을 재구성했고, 선수들이 직접 투구 동작과 타격 동작, 슬라이딩 동작을 선보이며 흥미진진한 경기를 선보이기도 한다. 물론 배역의 한계로 보이는 장면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넘버들과 효과 음향, 조명 등이 사용되면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그리고 재미를 위해 두 명의 멀티맨들이 중계진부터 강사, 학교 선배까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고군분투한다.

장마로 인해 우천 경기 취소가 잦아지는 요즘, 야구팬들이 즐기기에도 충분한 재미가 있는 작품 '너에게 빛의 속도로 간다'는 8월 16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막이 오른다. 김건덕엔 강태을, 민우혁, 안재영이 이승엽엔 전재홍, 김찬호, 김영철이, 대봉고 야구부 매니저로 등장하는 윤효정엔 김민주와 박세미가, 김건덕의 아버지인 김도식엔 김도신과 김호섭이,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팀과 대봉고 야구부 감독인 홍성근 역엔 김형균과 박세웅이 출연한다. 그리고 멀티 역엔 최연동, 손성민, 최석진, 김현진이 각각 더블캐스팅 됐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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