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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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템페스트를 처음 본 것은 1968년 연세대학교의 연희극예회에서 표재순 연출로 공연한 것인데, 원작을 최대한 살려서 공연했고, 이광민, 서승현, 이승호, 정하연, 김종결, 최형인을 비롯한 연희극예회 멤버들이 출연해 호연을 펼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영화로는 1956년에 제작된 프레드 M. 윌콕스 감독의 SF영화 <금지된 행성(Forbidden Planet)>이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에서 소재를 따왔고, 1991년 피터 그린어웨이(Peter Greenaway) 감독의 <프로스페로의 서재(Prospero's Books)>에서는 87세의 존 길거드 경이 누드로 출연해 프로스페로역을 열연했는데, 역시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가 원작이다.

그림으로는 라파엘이 <템페스트>를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고,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는 <에리얼에게 유혹당하는 퍼디난드>, 존 윌리엄 워터하우스(John William Waterhouse)는 <미란다>를 그렸다.

음악으로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제17번의 제목이 <템페스트>다. 베토벤이 제자인 신들러로부터 이 곡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셰익스피어의<템페스트>를 읽으면 이해할 수 있다"라고 대답해 곡의 제목이 되었다. 차이코프스키의 3곡의「환상 서곡」중 한 곡도 <템페스트>다. 시벨리우스는 <템페스트> 서곡과 2개의 연주곡을 작곡했다. 아데스의 동명 오페라<템페스트>도 2004년 코벤트 가든 왕립 오페라 극장에서 공연되어 찬사를 받았다.

뮤지컬 <템페스트>는 1999년 11월에 이윤택 연출로 귀천무, 불교무술인 선무도, 검도를 응용한 동양적인 집단무와 공중곡예 장면, 실전를 연상시키는 총격전, 태풍에 휩쓸리는 무대로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음악은 국악 작곡가 김대성과 체코 작곡가인 제네크 바르타크(Zdenek Bartak)가 가곡과 범패·정가·태평가를 응용한 음악 등 모두 16곡을 만들어 동서양의 음악을 한 작품 속에서 조화를 이루어 성공적인 공연이 되었다.

연극으로는 2009년 극단 미추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한 <템페스트>가 성공적인 공연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배삼식 극본, 손진책 연출로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템페스트>의 무대를 어느 요양원으로 설정했고, 인생의 막바지에 와 있는 무연고 노숙자들이 요양원 후원행사의 하나로 준비하는 연극이 <템페스트>였다. 돌발 상황도 일어나지만 우여곡절 끝에 공연은 성공을 거두지만 주인공을 하려던 인물은 죽음을 맞는 안타까움과 서글픔을 객석에 전하고 마무리를 한다. 정태화와 서이숙, 김동영, 그리고 조원종의 열연이 필자의 기억에 남는다.

2014년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된 신정옥 역, 김덕수 윤색, 김동현 연출의 <템페스트>는 무대를 오래된 폐 성곽이나, 창고, 또는 공연장으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낡은 극장의 내부처럼 만들고, 연출가인 프로스페로의 지시에 따라 조연출 겸 무대감독인 에어리얼, 캘리번은 음악과 음향효과 담당인 듯 장비를 등에 지고 다니고, 트린큘로는 의상, 스테파노는 소품담당으로 출연한다.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용에 따른 줄거리가 펼쳐지고, 변형 각색된 등장인물이 관객의 눈길을 끌면서, 마법사 같은 능력을 가진 지배자와 그를 증오하면서도 추종할 수밖에 없는 피지배자의 동태가 펼쳐지고, 주인공인 지배자 역시 일종의 자국의 쿠데타의 발발로 국외로 추방되고, 이곳 무인도에 어린 여식과 함께 표류한 것으로 설정된다.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들이, 목적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함께 탑승한 선체가 태풍에 밀려, 공교롭게도 자신들이 추방한 인물이 표류한 섬에 도착하게 된다. 원수와 원수, 적과 적의 극적인 조우가 극 속에 펼쳐지고, 원수의 아들과 망명자의 딸의 첫사랑이 세상의 어느 꽃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면서, 12년간의 증오와 원한이 얼음 녹듯 풀어져, 상대와 다시 우애와 의리로 합해지는 광경이 연출된다. 물론 무인도의 거주민도 통제된 삶에서 해방된다. 요즘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갈등의 해소와 화합이, 연극 <템페스트>에 본보기처럼 그려져, 그야말로 시의 적절한 공연이 되었다.

극단 목화의 <템페스트>는 2011년 8월 13일 에딘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발(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에서 헤랄드 엔젤스(Herald Angels)상을 수상해 기염을 토한 작품이다. 2014년 뉴욕에서도 초청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연극이다.

오태석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서양적 마법을 고대 신라시대의 도술로 바꾸면서 이탈리아 밀라노와 나폴리라는 도시국가를 고대 가락국과 신라국으로 바꾸고. 서양식 사고와 철학, 그리고 풍습을 동양적인 사고와 도덕심, 그리고 당시의 세속오계가 극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구현되면서, 씻김굿, 탈춤, 사자놀음 등이 타악기의 굉음 속에 차례로 펼쳐지고, 유폐된 자의 설음과 그로 인한 복수심이 절치부심으로 부각되지만, 대단원에서 용서와 화해로 감동적인 마무리를 한다.

무대 좌우로 천정에서부터 수많은 검은 천을 늘어뜨리고, 중앙 배경 막 부분만 동굴입구처럼 열어놓았다. 무대 왼쪽 객석 가까이에 대북과 심벌즈(Cymbals)를 놓고 지지왕과 신하가 두드린다, 도입에 질지왕(프로스페로)이 대북을 두드리면 뿌연 농무상태에서 파도가 일고, 흰 광목천을 든 백색의상의 출연자들이 무대를 구르며 흰 천을 공중으로 던져 올리며 바다의 격랑을 온몸으로 표현한다.

장면이 바뀌면 바로 절해고도에 유폐된 질지왕이 고서를 보며 도술로 격랑을 일으킨 것임을 알게 되고, 섬의 한 몸에 남녀 두 얼굴을 가진 괴물(캘리번), 제웅, 각종 허재비, 바닷물고기 등이 지지왕의 명령에 따른 일거수일투족을 한다. 하지만 쌍두괴물 비롯해 지지왕의 폭압에 12년을 견뎌온 고도의 생물들에게는 반항심이 높아진다. 자비마립간을 위시한 신라의 왕과 신하들은 태풍 속에서 생명을 부지하지만, 왕세자의 실종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질지왕의 딸 아지(미랜더)와 왕세자의 운명 같은 만남이 이루어지고,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 사랑에 빠진다. 질지왕의 마술과 제웅의 역할이 눈부신 속도로 강해지고, 자비마립간 일행은 고도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차츰 왕세자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왕세자와의 해후는 결국 자비마립간과 질지왕이라는 불구대천의 원수끼리의 상봉이 이루어지면서 관객은 충만한 긴장감으로 숨조차 제대로 내쉬지를 못하고, 원수의 대면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러나 세자와 아지의 결합으로 사돈 간이 된 두 왕실이 어찌 적대감을 지속할 수 있으리오? 두 왕가의 화해가 이루어지고, 질지왕은 고도에 머무는 동안 억압했던 생물들의 족쇄를 풀어준다. 대단원에서 평생 한 몸으로 지냈던 쌍두괴물이, 각자 독립된 몸이 되도록 질지왕이 몸을 분리시켜주자 "이젠 자유다!"하며 기뻐하는 쌍두아의 외침과 그동안 질지왕의 도술로 지배되던 바닷물고기들을 풀어줌으로써 그들 모두가 “자유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관객의 뇌리에 각인된다.

정진각(자비왕), 송영광(질지왕), 김봉현(세자), 임민지(아지), 아승열(겸지),천승목(소지) 이준영·유재연(쌍두아), 윤민영·정지영(제웅) 조원준, 배건일, 김유미, 김자혜, 박보배, 김준범, 박지훈, 안종민, 김명준, 임주은, 박화영, 장원준, 이보다미, 조유진, 이신호 등 출연자 전원의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이 관객을 환상의 나라로 안내를 한다.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안무 강은지, 기획 오준현·정지영, 사진 이도희·신귀만 등 목화의 스태프 진과 남산골한옥마을의 오상화 총감독, 천재훈 예술감독, 임혜경 기획홍보, 홍보팀장 박인혜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목화레퍼토리컴퍼니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오태석 번안·각색·연출의 <템페스트>를 동화(童話)의 나라 속에 펼쳐지는 환상적(幻想的)인 연극이자, 이 무더위 속에 청량감(淸凉感)에 넘치는 한 편의 납양특집극(納陽特輯劇)으로 만들어 냈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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