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정상이란 무엇인가?"

   
 

현대인의 영원한 화두인 신, 인간, 섹스에 대한 가장 날카롭고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있다. 알런으로 대표되는 절대 자유의 본능 세계와 다이사트로 대표되는 본능 억압의 사회 질서. 연극 '에쿠우스'는 인간의 잠재된 욕망에 대해 심도 있게 그려내며 열정과 광기, 원시적 욕망과 '정상'의 사회를 극명하게 대비시킨다.

작품은 7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찔러 멀게 한 알런 스트링의 치료를 정신과 의사인 마틴 다이사트가 맡게 되면서 시작한다. 다이사트는 치료 중 광적으로 종교에 집착하는 어머니와 폐쇄적인 아버지와의 사이에서 희생물이 된 알런을 보게 된다. 그런 알런에게 정상적인 세계를 찾아주려던 다이사트는 점차 정상적인 세계에 대해 딜레마와 의혹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의 시초인 '말의 눈을 찌른 소년' 이야기가 실화인 것을 아는가?
 

   
▲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

'에쿠우스'는 '6마리 말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마굿간 소년'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당시 이 사건은 괴기적 범죄라며 영국 법정에 큰 충격과 파문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이상 사건에 대해 알려진 바는 없으며, 극작가 '피터 셰퍼(Peter Shaffer)'도 친구에게서 "어느 지역에서 소년이 말들의 눈을 찔러 재판을 받았다"란 말만 듣고 희곡으로 재탄생시켰다. 더구나 작가가 사건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들은 일부러 배제해 실제 사건과의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건 외에 지명, 나이, 배경 등이 모두 픽션이라 소년의 진심이 무엇인지 그저 추측일 뿐이지만, 연극에서 말은 알런의 뿌리이자 신 그 자체였다. '에쿠우스'가 곧 알런 인생의 핵심인 것이다. 그런 그가 왜 신의 눈을 찌르는 극한을 저질렀는지는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자. (연극 '에쿠우스'는 듣는 것보다 보는 비중이 꽤 큰 작품이다.)

알런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그를 정신이상자로 치부하며 '정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도록 정신과 치료를 받게 한다. 하지만 알런에게 말이 어떤 존재인지, 에쿠우스가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된다면 알런을 다그치기보다 자신 내면을 먼저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다이사트가 남긴 말을 곱씹어보게 될 것이다. "의사는 정열을 파괴할 순 있어도 창조할 순 없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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