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파우스트, 데미안, 두 도시 이야기. 우리가 흔히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이다.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겠지만, 과연 그 책을 정독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읽기도 전에 숨 막힐 만큼 방대한 양과 분명 한국어인데도 이해가 되지 않은 문장들로 가득해 정독을 포기한 사람이 대다수일 듯하다.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것이 바로 고전인 셈이다.

그렇다면 읽기 버거운데도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무엇일까. 마지막장까지 가는 길이 조금은 험난하지만,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더구나 수많은 사랑 소설 중 로미오와 줄리엣이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처럼 그 가치는 해를 거듭할수록 깊고 넓어진다.

고전을 오롯이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은 단연 정독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대로 그것이 쉽지 않기에 조금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자 한다. 인쇄물인 글자에 음악과 생동감을 덧입혀 만든 뮤지컬을 먼저 관람하는 것이다. 수많은 작품이 범람하고 있는 요즘, 고전을 바탕으로 한 뮤지컬 세 편을 꼽아봤다.

▶ 로미오 앤 줄리엣


▲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중 이 세상 왕들(Les Rois du Monde)

소설 '로미오 앤 줄리엣'은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는 영국의 국민적 시인 셰익스피어의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1562년에 출간된 아서 브룩의 서사시 로미오 앤 줄리엣의 비극을 그만의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재창조했다. 널리 알려졌듯이 원수지간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서로 사랑에 빠지지만, 가문과 사회적 분위기 등이 결국 그들을 죽음에 내몰게 한다는 줄거리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지만, 잘못된 선택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비극을 다루고 있어 4대 비극에서 제외됐다.

"오 로미오,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란 대사로 유명할 만큼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 '로미오 앤 줄리엣'. 프랑스 뮤지컬답게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를 정도로 화려한 안무와 시 같은 가사가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로미오가 죽은 것을 알고 줄리엣이 칼로 자신을 찌르는 장면이 작품의 아름다움이 극대화된다. 흥미롭게도 운명에 희생당한 비극적인 커플로 표현되는 희곡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로미오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죽음의 여신에게 이끌려 자연스럽게 죽음에 이르게 된 것으로 표현된다. 이들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응원하고 싶다면 10월 11일까지 블루스퀘어에서 진행되는 내한공연을 놓치지 말자.

▶ 노트르담 드 파리


▲ 뮤지컬 '노트르람 드 파리' 중 아름답다(Belle)

1831년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장편 소설이다. 꼽추이자 추한 외모를 지닌 노트르담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룰 수 없는 사랑, 세속적 욕망에 휩싸여 끝내 파멸하는 사제의 뒤틀린 사랑이 작품의 중심이다. 이뿐만 아니라 15세기 노트르담성당을 중심으로 한 파리의 풍광과 거지에서 왕까지 온갖 계급의 인간군상을 통해 당시의 혼란한 사회상과 부당한 형벌제도, 하층민의 소외된 삶 등을 묘사해 단순히 서정적 소설이 아니라 역사 소설이자 철학적인 소설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 분장술로 주목받은 적이 있다. 원래 배우의 얼굴이 전혀 상상이 가지 않을 만큼 두 시간에 걸친 분장이 화제가 됐던 것. 이외에도 극이 진행되는 내내 등을 굽은 채로 연기하는 콰지모도와 천장에 달린 무대 세트에 매달려 허공을 가르는 배우 등 시선을 끄는 부분이 많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연기하는 것인지 묘기를 부리는 것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다. 물론 '노트르담 드 파리'가 외적인 것에 신경 쓰느라 뮤지컬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하진 않았다. 보는 재미는 충분히 충족시켰으니 이제 필요한 건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 '대성당들의 시대' 등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들도 작품 넘버를 알 만큼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로미오 앤 줄리엣'에 이어 10월 15일부터 내한공연을 진행하니 참고하자.

▶ 레미제라블


▲ 뮤지컬 '레미제라블' 중 내일로(Ond day more)

'노트르담 드 파리'와 함께 빅토르 위고의 대표작으로, 누가 꼽은 건지 그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이자 영화로도 유명한 작품이다. 영화 덕분에 레미제라블 음악은 굉장히 유명해졌고, 예능과 드라마 등 많은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사실 이 소설은 이야기 일부만 발췌해 엮은 '장발장'으로 더 유명하다. 한 조각의 빵을 훔친 죄로 19년간 감옥살이를 한 장발장이 중심이 되는 것은 맞지만, 원작에서는 그 당시 프랑스의 모습과 시민의 모습을 아주 자세하게 묘사해 그 양이 엄청나다. 실제로 수도원에 대한 묘사만 5장에 걸쳐 서술했을 정도다.

앞서 언급한 두 작품과 달리 '레미제라블'은 한국어 공연으로 10월 관객들을 찾아온다. 전 세계에서 '레미제라블'이란 작품 아래 활동했던 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기회니 눈여겨보자. 작품엔 장발장 개인의 이야기도 있지만 더 넓게 보면 혁명을 위한 시민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이 담겨있다. 그래서인지 '레미제라블'은 뮤지컬의 묘미라 할 수 있는 떼창의 효과가 두드러진다. 그들이 무장한 군인들을 상대로 벽을 쌓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의지를 담아 부르는 'One day more'는 감동이 최고조에 이르는 부분이다. 시민 혁명부터 보는 이들까지 설레고 가슴 아픈 삼각관계 로맨스까지 각양각색의 이야기는 사랑받는 이유로 충분해 보인다.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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