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배우 박호산, 김귀선, 장용철. 조정민, 이종윤, 최원석 연출이 단체사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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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지식인, 혹은 예술가라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연극 '변태'는 이 두 물음을 중심으로 풀어나간다. 각 인물의 행위의 옳고 그름이 아닌 엄혹한 현실과 인물들 간의 관계 속에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어려운 연극이라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연극 '변태'는 어려우면서도 우리가 한 번쯤은 살펴봐야 할 작품이다. 지난해 제1회 서울연극인 대상에서 대상, 연기상, 극작상을 받으며 한국연극 베스트 7에 선정됐다. 이처럼 작품성과 예술성, 소재의 무게와 진정성을 인정받아 사랑을 받은 연극 '변태'가 올해 다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올해 서울연극제에서 '6.29가 보낸 예고부고장'으로 연기상을 받은 최원석이 연출을 맡았고, 시인 '민효석'을 '품바'의 장용철, '단테의 신곡'의 김은석, '프로즌'의 박호산이 연기한다. '꽃 속에 살고 죽고'의 송예리, '킬리만자로의 눈'의 조정민, '데스트랩'의 서지유가 '민효석'의 아내인 '한소영'을 연기하고, 초연에도 출연한 김귀선, '관객모독'의 전수환, '어른의 시간'의 이종윤이 정육점 사장이자 '민효석'의 시수강생인 '오동탁'을 맡았다.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연우소극장에서 막이 열리는 가운데, 1일 오후 프레스콜이 열렸다. 최원석 연출을 비롯해 박호산, 김귀선, 조정민, 장용철, 이종윤 배우가 참석했다. 연출과 배우들이 전하는 연극 '변태' 이야기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 최원석 연출이 취재진에게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을 소개해달라.

ㄴ 최원석 : 시의 몰락과 재탄생에 대한 이야기다. 2009년 초고를 썼다. 작품을 쓴 계기는 우연한 것이었다. 제가 살던 동네에 조그마한 도서대여점이 있었는데, 그 대여점이 고풍스럽고 허름했다. 그 때 "이 도서대여점이 과연 운영되나?"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봤는데 결국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도서대여점이 안되는 사업인데, 이걸 하는 분들은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에 이 작품을 쓰게 됐다. 또한, 도서대여점 안에 이 시대에서 생존하기 힘들 것 같은 시인을 집어넣어 작품을 완성하게 됐다.

2011년 초연이 되고, 현재까지 왕성하게 리바이벌되고 있다. 앞으로도 리바이벌할 수 있게끔 도와줬으면 좋겠다. 제작자 입장에선 '변태'를 3개월 동안 장기로 하는 이유에 대해 여러 질문이 있었다. 연극이 연극으로 사회에 생존하고 싶은데, 연극의 유통구조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서 장기공연을 마련했다.

지난해 노출 장면으로 '파격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ㄴ 최원석 : 노출은 이 작품의 필수 조건이 아니었다. 지난해 공연은 이유정 배우가 과감하게 상의를 탈의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고, 호불호가 갈렸다. 이번에 준비하면서 다시 해석을 해보니 그것보다 이번엔 조금 눌러서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생략했다.

작품에 출연한 계기가 있다면?

ㄴ 박호산 : 극단 연우무대 출신이라 고향에 온 느낌이다. '변태'는 작년에 처음 봤다. 정말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됐다. 꼭 필요한 작품이라 생각이 들었다. 자본에 순수함이 넘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많은 관객을 이 공연을 통해 모으지 못하더라도 여기 있는 이들에겐 위로가 될 것이고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

 

   
▲ 박호산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본인의 캐릭터를 소개해달라.

ㄴ 장용철 : '민효석'은 시를 탄생하려는 정열이 있다. 거꾸로 말하면 열정인데, 작품에서 동네 정육점 주인이 시를 배우겠다고 하니 시를 정열적으로 가르쳐준다. '민효석'은 정육점 주인의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스스로 몰락하고 혼란스러워진다. "나에게 순수시는 용인되지 않구나"라고 생각한다. 책이 1kg에 100원이라고 하면, 2~30년 동안 모은 이 헌 책을 팔아도 120만원도 안 된다는 말에 몰락감을 느낀다. 우리 같은 예술인들이 사라지지 않고, 순수예술을 지향하는 이런 사람들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김귀선 : '오동탁'은 장수정육점 사장이다. 아무 생각이 없이 시를 배우겠다고 시작했는데, 집안에 큰 파문이 일 줄은 모른다. 묘하게 자본주의와 맞아떨어져서 한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부분이 있다. 시를 배우겠다는 의지가 엄청나게 강한 인물이다.

조정민 : '한소영'은 시인이며 글짓기 강사다. '한소영'은 남편처럼 시에 대한 강렬한 열정과 사랑, 남편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도서대여점에 대한 사랑으로 살아가고 있다. 앞서 선생님께서 말한 부분 때문에 무너져가는 남편의 모습, 도서대여점의 모습을 통해 아픔을 표현하고 있다.

이종윤 : 요즘 '오동탁'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저희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예술은 취미로 해야지 행복하고 좋은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배우를 해서 힘들어졌는데, 취미로 하는 예술이 저렇게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오동탁'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12월에 할 때는 행복한 '오동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저희 아버지가 꿈꾸는 예술가의 모습인 것 같다. 그가 많이 행복할수록 '민효석'과 '한소영'의 마음은 아플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박호산 : 사회에 변화하는 속도나 계급에 적응하지 못한 순수예술인과 아직 적응되지 않은 '오동탁'이라는 자본의 중간, 그리고 순수에서 자본으로 변하는 부인의 모습을 변태 과정이라고 봤다. 그래서 저는 아이 같고 순수한 모습이 한정된 열정을 보여주려 했다. 시인이 순수예술의 지표처럼 느껴지는데, 대학로 연극배우들과 많이 다르지 않다고 봤다. 순수함으로 뭉쳐진 뜨거운 삶을 살고 싶다.

   
▲ 장용철(왼쪽)과 조정민(오른쪽)이 프레스콜 시연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연극인 대상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부담되진 않는가?

ㄴ 최원석 : 상을 받았기 때문에 부담이 든 적은 없었다. 잘 봐주신 것 같고, 우연히 시의적절하게 발표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공연은 계속하면 할수록 거듭해서 완성되어가는 완벽한 생물체다. 그래서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감히 어떤 누구나 자본 앞에서 벗어날 수 있겠는가? 자본이 망가지기 전까지 끊임없이 '변태'해야 해서, 아마 이 작품을 또 하고 또 할 계획이다. 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연출자가 와서 할 것이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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