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쓰루더도어' 공연 사진 ⓒ 간 프러덕션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두려움 때문에 일을 피하면 더 큰 비바람이 몰려올 거야"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과 10년 연속 증가하고 있는 가계 부채 등.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현실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언제 취업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지금보다 상황이 나아졌으면 하는 간절함은 우리를 꿈꾸게 한다.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혹은 찰나의 행복을 맛보기 위해서. 이런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뮤지컬 '쓰루더도어' 주인공들이다.

'쓰루더도어'의 여주인공 '샬롯'은 행복한 가정을 꿈꾸는 평범한 작가다. 때때로 남편이 바빠 늦게 들어오더라도 자신의 소설을 함께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그런 환경 속에 샬롯은 유행에 맞지 않고 원하는 독자들이 적더라도 자신만의 역사 소설을 쓰고자 한다. 하지만 현실은 꿈과 달랐다. 소설은 잘 써지지 않고, 설상가상 편집장은 유행에 뒤떨어진다며 오로지 '로맨스 소설'을 요구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를 위로해줄 수 있는 건 남편뿐이지만 자기 일에 바빠 샬롯과의 약속을 어기기 일쑤다. 샬롯은 꿈을 꾸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우리와 닮았다.

샬롯의 남편 '레니'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아버지의 꿈대로 성공하는 것, 아내와 부족함 없이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것. 이를 위해서 그는 아내가 기다리는 집 근처까지 왔더라도 상사가 부르면 회사로 돌아가야 했고 승진을 위해 샬롯과의 약속을 어겨야만 했다. 자기 나름대로 정당한 사유라고 생각했기에 레니가 샬롯보다 다른 일을 우선하게 되면서 읽어주기로 했던 아내의 원고는 바닥에 나뒹굴게 된다. 그렇게 레니는 꿈을 이루겠다는 목표가 점차 변질하는 것도 모른 채 현실과 타협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 '쓰루더도어' 공연 사진 ⓒ 간 프러덕션

그러던 어느 날,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하던 샬롯에게 다용도실 너머의 새로운 세계가 펼쳐진다. 멋모르고 간 곳에서 샬롯은 '카일' 왕자를 만나게 된다. 잘생기고 능력 있고 심지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남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사실만으로 샬롯은 카일에게 호감을 느끼고, 중요한 것은 마음이란 걸 아직 모르는 카일의 행동이 귀엽기까지 하다.

카일은 왕자라는 이유로 온갖 살인 위협과 유혹을 당하며 성장했다. 그래서 점차 돈이면 다 된다는 식의 생각을 가지게 됐고 사람들의 진심을 믿지 못하는 사람이 돼버렸다. 왕위를 물려받는다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그래야 했기에. 하지만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의 마음이라고 주장하는 샬롯을 보며 흔들린다.그리고 점차 샬롯에게 마음을 열고 자신 또한 상대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기 위해 조금씩 변해간다. 왕위와 샬롯의 마음,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기만 하는 카일은 샬롯과 관객 모두에게 꿈같은 존재다.

카일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샬롯은 레니에게 소홀해지고, 결국 레니와의 약속을 깜빡한다. 자신의 승진이 걸린 자리에 샬롯이 나타나지 않자 레니는 사람들이 읽지도 않는 소설을 쓰느라 자신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주지 않는다고 화를 낸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을 살고자 했던 남편은 꿈만 좇는 아내가, 오늘을 살기 위해 꿈을 꿨던 아내는 오늘만 살아가는 남편이 원망스럽다.

   
▲ '쓰루더도어' 공연 사진 ⓒ 간 프러덕션

세 사람의 인연은 시간이 흐를수록 꼬여버린다. 샬롯은 레니와 카일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거란 두려움 때문에 진실을 말할 기회를 계속 놓친다. 그러다 결국 레니와 카일은 상대가 샬롯과 어떤 관계인지를 알게 되고, 샬롯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상사에게 자신이 따낸 프로젝트를 뺏기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은 레니와 샬롯이 어떤 사람인지 상관치 않고 이제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마음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자는 카일.

우리가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카일을 선택할 것이다. 자신의 꿈을 향해 의심 없이 나아가고 능력도 뒷받침되는 이상적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던 샬롯이 선택한 건 결국 레니였다. 언제나 꿈을 꾸지만 결국 그게 꿈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해지는 순간, 샬롯은 "우린 특별한 꿈을 꾸지만 삶은 매 순간 특별하다"고 말한다.

당연히 우리는 '특별한' 꿈을 꾸길 원한다. 현실과는 다른 이상적인 세계가 펼쳐지며 내 마음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하지만 아무리 꿈을 꾼다고 해도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샬롯도 레니와 함께 자신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던 꿈을 뒤돌아보고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하는 게 아닐까. '쓰루더도어'는 관객이 상상 속 세계를 꿈꾸되, 동시에 현실의 삶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극이다.

  * 뮤지컬 정보
  - 뮤지컬제목 : 쓰루더도어
  - 공연날짜 : 2015. 3. 13. ~ 6. 7.
  - 공연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 작 : 주디 프리드 / 연출 : 김현은정
  - 출연배우 : 오소연, 최수진, 유리아, 최수형, 정상윤 등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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