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지금 우리가 사는 한국을 속된 말로 '헬조선'으로 불리고 있다.

세도정치, 삼정문란으로 지옥과도 같았던 조선 후기의 모습과 오늘날이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국민들의 심정 대변하는 듯한 역사소설 '나라 없는 나라'가 출간됐다.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이 소설은 동학농민혁명의 발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고, 심사위원들로부터 "앞으로 쓰일 역사소설의 소중한 길잡이가 될 것", "오랜만에 공들여 읽을 소설을 만났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소설은 출간 1주일 만에 역사소설 1위에 오르며 독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나라 없는 나라'는 등장인물들의 발언과 어록이 읽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전봉준은 나라에서 철통같이 지키던 운현궁을 제집 들듯이 들어가 흥선대원군 앞에서 말한다. "백성을 위하여 한번 죽고자 하나이다." 초목마저 떨게 하던 대원군 앞이었다. 더해서 전봉준은 일갈한다. "백성이 가난한 부국이 무슨 소용입니까?", "반도 없고 상도 없이 두루 공평한 세상은 모두가 주인인 까닭에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해 정월, 전봉준 송두호 송대화 등의 이름이 적힌 통문이 돌았다. 그들은 군사를 모아 고부군수 조병갑을 몰아낸다.

   
▲ 서울로 압송 중인 전봉준은 1895년 4월 24일 의금부에서 교수형에 처했다. 당시 전봉준의 나이는 향년 41세였다. ⓒ 다산북스

"공경 이하 방백과 수령은 국가가 처한 위험을 생각지 않고 자신의 몸을 살찌우고 집안을 윤택하게 하는 계책을 꾀할 뿐"인 나라에서 참다못한 백성들은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조선 정부는 성난 백성을 막을 수 없어 다른 나라의 힘을 빌린다. 이에 백성은 더욱 분노하기 이른다. 외병의 침입에 맞서 싸우던 병사들에게 임금의 명령이 떨어진다. "외병을 막지 마라." 병사 하나가 있던 소총을 바닥 내리쳐 두 쪽을 내며 소리 지른다. "이것은 나라가 아니다! 나라는 없다!" 다른 병사들도 분노한다. "궁을 나가자! 지킬 임금도 없다!"

'나라 없는 나라'는 학생과 자영업자, 직장인과 청년 들이 모두가 죽겠다고 아우성인 오늘날의 정치인, 관료들에게 주는 의미가 큰 소설이다. 무려 120여 년 전의 전봉준과 농민군의 하나의 세계가 이미 종언을 고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국민을 몇몇 귀족을 먹여 살리고, 국가 기구를 운영하는 수단으로만 여겼던 그때, 전봉준과 농민군은 가치 있는 삶이 무엇인가를 알고 대항했다.

이 소설은 어쩌면 대통령과 정치인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지도자의 길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기를 바란다. 전봉준은 백성의 마음을 알았고, 그 마음을 대신해 싸울 수 있었다. '나라 없는 나라'는 그렇게 묻고 있다. "우리는 지금 상식적이고 공정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그날, 그들이 꿈꿨던 세상은 이루어졌는가?"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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