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네버더레스의 김나정 작 이용균 제작 연출의 뮤지컬 상자속 흡혈귀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김나정(1974~)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상명여자대학교 교육학과 학사,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그리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출신의 박사이자 소설가 극작가 평론가다.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비틀스의 다섯 번째 멤버>가 당선되어 등단, 2006년<성난 얼굴로 돌아보지 말라>로 문학동네 평론부분에 당선, 2010년 <여기서 먼가요?>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에 당선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저서로 소설 <지하실의 애완동물> <멸종 직전의 우리> 청소년평전 <꿈꾸는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 <미디어 아트의 거장 백남준> 공저 <공포> <설렘> <가족, 당신이 고맙습니다> <30Thirty> 등이 있고, 희곡으로는 <해뜨기 70분전> <여기서 먼가요?> <상자 속 흡혈귀> <연꽃 속의 꽃> <사랑입니까?> <누가 살던 방> 등을 발표 공연했다.

이용균은 <풋루스> <오이디푸스> <그녀만의 축복> <지저스크라이스트수퍼스타>, <넌센세이션>, <샤우트> <내 사랑 쇼 보트> <힐링하트> <마법사>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예측되는 미남 연출가다.

흡혈귀(吸血鬼)는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마귀(사령, 사자의 모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의 총칭(영어로 vampire)이다. 이들이 뱀파이어, 뱀피르 등의 이름으로 통일 고정된 것은 18세기 이후의 유럽에서인데, 그 이전에도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유사한 존재는 널리 알려졌다. 유아를 채가서 그 피를 빨아먹는 그리스 신화의 여괴 라미아, 젊은이를 유혹해서 피를 빨아먹는 엠프사, 음탕하고 잔인한 테살리아의 무녀, 포르투갈의 블루카, 아라비아의 구르, 독일의 도르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근대적인 홉혈귀 표상은 계몽주의 시대의 소산이었다. <흡혈귀의 수는 18세기가 가장 많았다>(K. 셀리그만)고 한 것은 반드시 이때에 흡혈귀가 다발했던 것이 아니라, 과학과 마술이 분리되지 않은 민속학적 세계의 어둠 속에서, 계몽주의가 그 빛에 비추어서 나쁜 사자인 흡혈귀의 이미지를 차례차례로 명확히 대상화했다는 의미인데 정확하게는 퇴치된 흡혈귀의 수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18세기에는 흡혈귀를 둘러싼 철학적 논쟁이 빈번하게 이루어졌다. 볼르테일, 돈 카르메, 교황 베네딕도 14세 등이 계몽주의적 이성의 입장에서 흡혈귀 현상을 사회학적 • 병리학적 • 심리학적 불안이나 질병으로 해명하면서, 토속적 후진지로 반거하는 흡혈귀 신앙을 파헤치고, 따라가서 퇴치한다. 한편 19세기 초기의 낭만주의자는 다시 흡혈귀를 옹호하여 노디에나 겔레스가 흡혈귀의 심적 실재성을 둘러싼 논진을 펼쳤는데, 산업사회의 추세는 빠르게 사람들의 의식에서 흡혈귀를 지웠다.

이성에 퇴치된 흡혈귀는 그러나 19세기 문학예술의 허구 속에서 되살아났다. 메리메나 고골리의 흡혈귀는 토속적 세계에 머물렀지만, 1861년 여름 제네바 호반에서 셸리 등이 공포이야기의 창작을 경합했을 때, M.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태어난 바일론의 미완성작 <단편> 및 J. 폴리도리의 <흡혈귀>(1819) 등의 작품을 수반해서 흡혈귀는 점차로 근대시민사회의 내부로 들어왔다. M. 리이마의 작품이라고 하는 <흡혈귀 바니>(1847) 는 그 후의 대표작인데, 19세기 말에는 파멸적인 성적 유혹의 메타파인 <잔혹한 미녀> • <숙명의 여자(팜 파탈)>로서 여 흡혈귀의 이미지가 점차로 출현하였는데 남자 속이기, 요부가 뱀프(vamp, 뱀파이어의 약자)라고 불리는 이유이다. 그중에서도 르 파뉘의 <카미라>(1872)는 공포미가 가득한 여 흡혈귀를 지향해서 그린 작품이다.

한편 1897년에는 스토커의 <흡혈귀 드라큘라>가 나와서 흡혈귀는 낭만주의적인 고독하며 〈고귀한 여행자〉로서 다시 남성화된다. 이후 흡혈귀는 그때마다 성을 바꾸면서 영화 • 연극을 통해서 대중화되었는데 R. 바딤 감독 〈피와 장미)(1960)가 에로틱한 여 홉혈귀를 묘사하는 한편, 무르나우 감독 <노스펠라투>(1922), T. 피셔 감독 〈흡혈귀 드라큘라〉(1958) 는 스토커의 원작에서 남성적 흡혈귀상을 조형했다.

   
 

<상자 속 흡혈귀>는 부친인 뱀파이어 백작이 사망하자 고국 루마니아를 떠나 한국으로 이주한 뱀파이어 가족, 어머니와 아들 그리고 딸의 활동 그린 음악극이다.

드림 월드(Dream World)라는 폐쇄직전의 유원지의 한 지하시설에 거주하며, 나이든 어머니는 외출을 삼가고, 아들과 딸은 일자리를 찾아다닌다. 현재 한국의 젊은이들이 변변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듯이, 뱀파이어 남매도 일자리 얻기가 어려워 시간당 싸구려 알바를 하는 수밖에 없다. 더구나 식사대신 피를 음용해 살아가야 하기에. 피를 구하기도 어렵거니와 피를 사려면 비싼 값을 치러야 하니, 뱀파이어 남매의 고충이 말이 아니다. 게다가 사람의 목을 물어 피를 섭취하면, 살인죄는 물론이요, 흡혈귀라는 정체가 드러나니, 함부로 사람을 물어뜯을 수가 없다.

유원지는 호수가 주변에 위치해, 경치가 아름답지만, 놀이기구나 시설이 낡고 오래되어 손님의 발길이 끊긴지 오래되었고, 주인은 저당 잡힌 유원지의 이자 물기에도 벅차, 매매처분하고 떠날 생각이지만, 부인은 부근 호수에 빠져죽은 어린 아들생각으로 이곳을 떠나지 못한다. 부인은 다소곳하고 착한 심성에다가 예쁘기까지 하기에, 이러한 부인을 뱀파이어의 아들은 연모한다. 부인에게 아들은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부인은 싫지 않은 표정을 보인다.

뱀파이어 가족의 식사시간마다 부족한 피 즙과 노부인은 현재 음용으로 준비한 혈액형보다 다른 혈액형의 피를 먹기를 원하기에 남매는 일자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성미가 급한 딸은 직접 일자리를 구하러 나선다. 별의별 일자리를 찾아다니다가 달맞이꽃을 배달하는 업소에 취직을 한다. 딸이 배달을 하러 간 장소는 남성목욕독실이다. 달맞이꽃은 성매매의 은어이고, 배달을 하러 간 젊은 여인은 성매매대상의 여인이라는 설정이다. 딸은 그런 줄을 모르고 배달을 갔기에, 남성이 자신을 능욕하려들자, 남성의 목을 물어뜯고 남성지갑의 돈을 모두 챙겨들고 그곳을 빠져 나온다. 그런데 딸의 행동이 CCTV에 찍혀 경찰의 수배인물이 된다.

저당 잡힌 유원지의 이자 돈이 점점 불어나, 주인부부는 매각처분은커녕 강제퇴거를 당할 처지에 놓이고, 주인이 부인에게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지 말고, 이사를 서두르자고 하지만, 부인은 아들생각으로 떠날 생각을 않는다. 게다가 뱀파이어 아들이 부인이 이사하는 것을 적극 말렸기에 부인은 이사하지 않겠다는 결심까지 한 상태다. 이 일로 주인과 부인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전개되기도 한다. 게다가 주인은 강제퇴거에 동원된 폭력배에게 폭행까지 당한다. 주인이 폭력배에게 끌려 나가고, 실신직전의 부인을 뱀파이어 아들이 보살피는 정경이 펼쳐진다.

경찰과 딸의 쫓고 쫓기는 장면, 부인과 아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뱀파이어 부인의 자식들 걱정과 고뇌가 출연자들의 열창으로 음악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폐쇄직전의 유원지, 건물파괴 굉음이 들리면서, 되돌아온 딸은 어머니를 상자로 씌운다. 뱀파이어는 태양빛을 쐬면 죽기에 빛을 차단하려고 딸이 어머니에게 커다란 상자를 씌운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는 답답하다고 씌운 상자를 치워버린다. 그 때 굉음과 함께 건물이 붕궤되면서 태양빛이 뱀파이어가족의 건물지하까지 내리비친다. 빛 속에서 뱀파이어 모녀는 잿더미로 변해버린다.

대단원에서 어머니와 누이의 유골함을 들고 아들이 등장한다. 유원지 주인의 부인은 여기를 떠날 수밖에 없다고 뱀파이어 아들에게 이사하기로 결정했음을 알린다. 절망과 분노 속에서 뱀파이어 아들은 부인의 목을 힘껏 물어버리는 장면에서 음악극은 끝이 난다.

   
 

진아라·문혜원이 뱀파이어 노부인, 김도빈·이지호가 뱀파이어 아들, 한수림이 뱀파이어 딸, 박태성이 유원지 사장, 박혜미가 사장부인, 그리고 오화라, 김대곤, 최연동, 조수빈, 이상훈, 백재연 등이 출연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열창으로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갈채를 이끌어낸다.

제작감독 박숙희, 작곡·음악감독 김혜영, 안무 김명제 등 모두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고, 무대장치와 의상이 극적분위기 창출을 드높여, 극단 네버더레스의 김나정 작, 이용균 제작·연출의 뮤지컬 <상자 속 흡혈귀>를 우수 걸작 음악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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