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순 연출을 비롯한 배우들이 프레스콜 이후 단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찜질방에서 3개월 동안 먹고 자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죠."

중년들의 이야기를 유쾌하고 솔직하게 풀어내 많은 사랑을 받았던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가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지난 2013년 대학로 알과핵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며 그 후 24개 지역의 지방 순회공연을 열었고, 6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성수아트홀에서 3번째 서울 앙코르 공연을 진행한다.

"이혼 도장을 찍고 싶을 때 꼭 봐야 할 연극"이라는 관객들의 리뷰와 일맥상통하듯이 작품은 중년 부부들의 사랑과 갈등이 담겨있다. 찜질방을 찾는 2명의 남자, 4명의 여자가 고부 갈등, 바람, 이혼, 자식 교육, 심지어 성적 문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며 중년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든다. 실제로 이 연극을 관람한 중년들이 자신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보며 부부관계 개선에 도움을 받은 사례가 많다고 관계자는 밝혔다.

특히 올해는 많은 MC의 큰형님인 개그맨 이홍렬이 딸의 산후조리를 위해 딸의 집으로 간 아내를 두고 강아지와 빈집을 지키는 중년 남자 '영호'를 맡아 화제가 됐다. 2005년 '돌아온 귀곡산장' 후 약 10년 만에 연극 무대를 밟은 그에게 이번 작품은 큰 도전이었다. 또한, 최근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유도를 연마 중인 이훈이 발기부전으로 고생하고 있는 '종수'를 연기한다.

이외에 연극과 TV 드라마 무대를 모두 넘나들며 활동 중인 중견 배우 유형관, 이종민, 장영주, 우상민, 김정하, 조은경, 이경심, 박현정, 장헤리, 권혜영이 각각 더블 캐스팅으로 출연해 깊이를 더한다. 6일 오후 '첫공'을 앞둔 프레스콜 자리에서 배우들의 각오와 연출자인 김영순 극단 '나는 세상'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김영순 연출이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첫 공연을 앞둔 소감을 말해 달라.
ㄴ 김영순 : 이 작품을 통해 지금 와해되어가는 가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족 속에 나를 바라보고, 내가 아닌 가족 구성원의 모습을 보며 서로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장혜리 : 이번 역할을 위해 머리를 자르고, 파마도 하고, 4kg을 찌웠다. 여기에 전라도 출신인데 부산 사투리를 배웠다. '오목'을 맡으면서 그 부족함을 알기에 계속 연습하겠다.

이경심 : '춘자'를 맡아 오래간만에 연기를 했다. 연극이라는 무대는 생애 처음이다. 첫 무대 리허설을 왔을 때 혼자 아주 신났었다. 뒷무대의 상황이 정말 재밌었다.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어린 나이가 16년을 쉬었다가 연기 생활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책임이 있어야 해서 드라마를 한 편 출연한 후 연극무대에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막상 들어오니 정말 힘들었다. 여기 선생님, 동료, 친한 훈이 씨 등이 나한테 도움을 줘서 조금씩 알고 있다. 지금은 서툴고 부끄러운 점도 있지만, '춘자'에 빨리 적응해서 많은 기대에 보답하겠다.

이훈 : 지난해 공연했고, 올해 2년째 하고 있다. '종수' 역할은 루저다. 부스스하고, 수염도 기르고, 40대 중반이라 배도 늘려야 하는데, 지금 '우리 동네 예체능'으로 유도를 하고 있어서 몸이 좋다. 1년 만에 서울 공연인데, 관객분들이 많이 와서 대박이 나야 한다. 안 그러면 연출님이 쫄딱 망하신다. (웃음) 이훈이가 바지를 내린다고 거짓말이라도 해 달라. (웃음) 좋은 작품이니 잘 부탁한다.

우상민 : '말복'을 맡았다. 중장년들의 평범한 수다 같지만, 객석을 초월해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이야기라서 작품을 선택했다. 그래서 사명감을 가지고, 60대를 대변해 내가 이야기 보따리를 재밌게 풀어가려고 노력 중이다.

조은경 : '영자'를 연기한다. 지금 동시에 다른 작품을 공연하고 있다. 그래서 스케쥴이 버거워서 못한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연출님이 재밌게 말씀을 하셔서 안 할 수 없게 됐다. 희곡을 읽어보니 맛있는 내용이었다. 힘들어도 같이 하려는 투혼을 펼치고 있다. 따뜻한 이야기로 가족 간의 화해나 행복의 장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 이홍렬이 작품 출연 소감을 말하고 있다.

이홍렬 : 나이가 들어서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연극 무대에 다시 서게 된 건 한 10년 만인 것 같다. '돌아온 귀곡산장'의 '할머니' 역할 이후에 처음 연극 무대에 섰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주어진 것에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작품이 너무 내 이야기여서 감사했다. 연출가님이 나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신 것 같다. 애썼다 할 정도로 내 이야기가 많다. 친구 이야기, 집에 강아지 한 마리 있는 이야기, 텅 빈 집 한 채만 있는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다. 편안하게 하려고 했는데, 대사량이 많아서 고민도 많고 엄살도 많이 한다. 이훈 씨처럼 거짓말하지 말고 있는 대로 그대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웃음) 끝나는 날까지 정말 온 힘을 다해서 연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꼬리를 물고 관객분들이 찾아올 것이다.

유형관 : 어렸을 때 실험극장에서 10년을 하다가 방송 연기를 20년 했다. 2008년부터 다시 연극 '늘근도둑이야기'를 2년 해서 잘 됐고, 이번 작품도 '영호' 역할을 작년부터 해서 2년째 하고 있다. 작품이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3년 전 보셨던 분들이 또 보셔도 된다. 나도 여기서 연기하면서 많이 느끼고 가지만, 작품만 끝나면 다시 옛날의 남편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므로 계속 보셔서 가족이 화목했으면 좋겠다.

장영주 : '말복' 역할을 하면서 많이 반성한다. 나도 90살이 넘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다. 보면 연세가 있지만, 아기처럼 지내실 때가 많아 다툰다. 투정하면서도 '이게 아닌데, 내가 잘해드려야지'라는 생각에 사탕 한 봉지, 빵을 사서 연습 끝나고 가는데, 늦게까지 엄마가 기다리고 계신다. 작품을 하면서 많이 배운다. 생각하지만, 내가 행동으로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출님께 이 작품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린다.

김정하 : '영자'를 맡았다. 이 옷차림과 여배우로는 치명적인 민낯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는데, 우리의 모든 것을 까발린다. 평상시 모습대로 보여준다. TV 연기를 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 연기에 대한 회의도 오고, 연기자로 지금까지 해온 것을 나 자신이 싫었다. 그래서 연극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연출자님이 캐스팅해주셔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무대에 섰다. 뭔가 잘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무대가 무서워서 힘들었다. TV에서도 욕을 많이 했는데, 여기서도 욕 많이 하고 간다. 마음이 아픈 분들이 이 작품을 보고 힐링될 수 있도록, 감동을 줄 수 있게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재밌는 무대 만들겠다.

이종민 : 지난 연말에 2개월 이 공연을 하고 나서 아쉬운 마음이 강했다. 올해 다시 한다고 해서 열심히 임했다. 아내가 이 공연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평소엔 집에서 약간 상남자 비슷하게 말을 안 듣는데, '종수' 역할을 하면 그와는 반대로 해야 하므로 아내 말 잘 듣고 그래서 좋아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종수'가 병이 있다. 안 서는 병인데, 이게 안 좋은 점이 이 작품을 하면 실생활에서도 안 된다. (웃음) 농담이다. 보러오는 관객들의 인생을 세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연극 '여보 나도 할 말 있어'의 한 장면.

박현정 : '춘자'를 맡았다. 작품을 하기 전까진, 혼자만 힘든 줄 알았다. 김영순 연출님이 나를 불러주셨고, 많은 것을 배웠다. 이 작품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다. 내 입장, 엄마 입장, 사춘기 두 딸의 마음을 알 수 있었고, 무엇보다 이 작품을 통해 마음의 치유를 참 많이 받는 것 같다. 선생님께도 감사드리고 동료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 좋은 작품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다.

권혜영 : '오목' 역할을 맡았다. 선생님, 선배님, 나까지 열심히 잘 할 테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 빠샤!

작품을 연출한 계기를 듣고 싶다.
ㄴ 연출 : 현대의 일상생활이 다 바쁘다. 결혼을 한 사람들의 삶을 듣다 보면 모두 다 아픔이 있었다. 이 작품을 쓸 때, 찜질방에서 3개월 먹고 자고 했다. 여기 만난 사람들이 다 자신만의 아픔이 있었고, 힘든 생활이 있었다.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족이 모여 이야기를 하기 힘들다. 예전 같으면 사랑방, 빨래터에서 이야기하고 치유를 받는데 현대에선 찜질방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 같았다. 어려움이 많이 있지만, 그 어려움을 수다로 푸셨다. 어려움의 해결책은 없지만, 그 갈등 안엔 사랑이 있었다. 하루하루 갈등도 극복해 살아가는 모습을 듣고 보게 됐다. 찜질방 공간에서 서로가 가지고 있는 어려움을 풀어내 서로가 힘이 된다는 사실을 나누고 싶었고, 전해주고 싶었다.

연극 데뷔작을 하게 됐다.

ㄴ 이훈 : 예전부터 박근형 선생님이 나보고 연기력이 없으니, "훈이 너는 1년에 한 번 연극 한 편씩 하면서 연기를 쌓아야 한다"고 20년 전부터 말씀하셨다. 연기를 공부하기 위해 연극영화과를 들어갈 시기도 놓쳐버렸고, 연극 출연 기회도 별로 없었는데 연출가님이랑 잘 말씀드려서 연기하게 됐다. 연출가님은 티켓 파워 때문에 나를 캐스팅했다고 하셨지만, 사실 그게 별로 없다. 그래서 많이 부담스럽다. (웃음) 그러니 많은 부탁을 한다.

2년 차 연기를 하니까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다. 첫 연극 무대인 지난해엔 많이 부담되면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억지로 한 것 같은데, 이번엔 '종수'에게 와 닿는 것이 많았다. 연기자 선배님들이 "연극을 해라."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었다. 계속하는 똑같은 연기인데, 매번 다르고 점점 더 깊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아, 나는 계속 연극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종종 해본다. '종수' 역할이 성적 문제가 있다. 40대 중반이 보통 그런 현상이 있다는데, 나는 잘 선다. 그건 이훈이 아니라 '종수'가 안 되는 거라고 꼭 전달 부탁한다. (웃음)

이종민 : 다른 장면에선 40대의 진정성들이 잘 드러나는데, 그 장면에선 진정성이 떨어진다. (웃음)

이훈 : 배우로 연극 무대에 어떻게 임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있고 배우고 있다.

   
▲ 이훈이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매번 방송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무대에 설 기회가 별로 없었던 거로 안다.
ㄴ 이홍렬 : 나도 이훈과 조금 비슷한 면이 있다. 34살에 중앙대 연극영화과에 들어가 38살에 졸업했었다. 당시 대학교 교수님이 졸업하면 1년에 한 편이나 두 편은 꼭 연극을 하라고 했는데, 가슴에 담아진 말이었지만 실천하기가 힘들었다. 연극에 집중하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2005년 '돌아온 귀곡산장'은 내가 제작하고 망한 작품이기 때문에, 그거 이외에는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자기가 도전하는 것도 있지만, 기회가 오는 것도 있었다.

지난 8월, 장충체육관에서 공연된 '불효자가 웁니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청주, 부산 공연 마치고 이번 달에 전주, 광주, 대구 공연이 남아있다. 이번 달이 끝나면 두 작품을 동시에 해야 하는 부담감이 줄어들 것 같다. 그 와중에 이 연극에 참여하게 됐다. 앞서 말했듯이 내 이야기인 것 같고, 뭔가 나도 이 나이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위로를 주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했는데, 이 작품으로 다시 주어진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불효자는 웁니다'는 악극이라 관객도 상당히 많다. 변사와 연기를 다 하는데, 이 작품과는 다르다. 소극장 무대이니까 관객과의 호흡이 더 많이 느껴진다.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 악극보다 더 큰 것 같다. 무대 위에 있는 많은 배우가 다 똑같은 것 같다. 무대 위에선 다 떨리지만, 관객과의 호흡을 통해 그 떨림이 덜해진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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