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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프레스콜이 5일 LG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 ||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잘생긴 배우가 찌질하면 훨씬 재밌지 않겠습니까?"
기자간담회 중 김광보 연출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줄리어스 시저', '사회의 기둥들', '나는 형제다' 등 고전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텍스트를 아우르면서도 우리 시대와 맞닿아 있는 연극을 꾸준히 만들어 온 김광보 연출. 그가 남자로만 구성된 8명의 출연 배우가 모두 주인공이 되는 일종의 '블랙 코미디' 작품을 들고 왔다.
여기에 자신의 '드림팀'이라 칭하는 배우들이 모였다. 영화 '마돈나'로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공식 초청된 배우 김영민, 김광보 연출과 함께 '스테디 레인', '프로즌'을 통해 내면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석준, '사회의 기둥들'과 '나는 형제다'를 통해 뛰어난 작품 분석력을 선보인 이승주, 영화 '암살'과 뮤지컬 '아리랑'의 씬스틸러 배우 한동규를 비롯해 유연수, 유병훈, 유성주, 임철수까지 누구 하나 뒤지지 않는 여덟 명의 이른바 '김광보 사단'이 한 연극에 등장한다.
그 작품은 바로 이름도 신기한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다. 이 작품은 일본의 중견 극작가로 인기 드라마 '도쿄 타워', '로스 타임 라이프', '사이토씨' 등의 각본으로 알려진 츠치다 히데오가 쓴 연극이다. 츠치다 히데오는 이 작품으로 "2011년 대지진 이후, 혼란에 빠진 일본의 정치적, 사회적 시스템을 말하기 전에 사람 자체에 관심을 가지자"고 밝힌 바 있다. 김광보 연출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을 통해 우리의 분단 상황이나, 지역 갈등 같은 현실을 잘 담아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다"며 "작품이 말하는 주제와 관계, 관계 때문에 파생되는 사건들에 주안점을 두고 우리 상황에 맞게 재밌게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는 경범죄 죄수를 가두는 어느 교도소를 무대로 한다. 어느 날, 교도소를 경계로 해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누군가 장난삼아 갈라진 국경선을 긋자 모두 그 경계를 가지고 놀이를 시작한다. 그리고 이 놀이는 서로 출신을 가르는 것으로 이어지고, 놀이는 날이 선 말들로 변해가게 된다. 그리고 두 나라로 나뉜 상황에 고아 출신의 '이구(이승주)'는 어느 곳에서도 낄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5일부터 18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막이 오르는 가운데, '첫공'을 앞둔 5일 오후 프레스콜이 열렸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출연 배우들과 김광보 연출, 전날 리허설을 지켜본 작가 츠치다 히데오가 질의응답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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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보 연출이 공연 소감을 말하고 있다. | ||
먼저 공연을 올리는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김광보 : 먼저 작년 '사회의 기둥들'과 올해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를 제작해주신 LG 아트센터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선을 하나 그으면서 나타나는 인간의 관계와 본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작품이 무겁진 않다.
츠치다 히데오(이하 츠치다) : 이 작품을 쓴 것은 몇 년 전이다. 당시 일본과 중국의 영토 문제가 있어서 정치적 관계가 좋지 않았다. 마침 그때 일로 중국에 가게 되어 중국 연극인들과 인간적 교류를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 일본으로 돌아가 보니 일본의 보수화 경향이 짙어졌다. 이러한 모습을 어떻게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집필을 시작하게 됐다. 나는 연극인이기 때문에 표현하는 직업을 갖고 있다. 정치적 말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고 싶어서 이 작품을 쓰게 됐다.
원작과 차이점이 있다면?
ㄴ 김광보 : 각색 버전은 원작과 거의 똑같다. 우리 관객이 보기에 좀 더 편안한 이름과 지명, 명칭이 바뀌었다. 우리 관객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각색도 함께하게 됐다.
한국 버전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었나?
ㄴ 츠치다 : 어제 최종 리허설을 봤다.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배우 한 분 한 분이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보통 이렇게 많은 배우가 출연하면, 내가 되게 앞서나가려거나 튀어 보여야 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팀은 팀워크가 아주 좋아서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무대의 의미는 무엇인가?
ㄴ 김광보 : 감옥이다. 닫혀 있는 독립으로 구성됐다. 세트의 변화는 없다. 지금까지 계속 연극 연출을 하면서 시도한 미니멀리즘(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예술과 문화적인 흐름)에 입각했다. 8명의 배우로 인해 연극이 흘러간다고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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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츠치다 히데오 작가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일본에선 이 작품이 소극장에서 공연됐다. 대극장 공연을 하면서 걱정된 것이 있었나?
ㄴ 츠치다 : 일본에선 300석이 있는 극장에서 공연했다. 물론 극장이 커지면 걱정되는 점도 많지만, 김광보 연출을 신뢰하고 있으므로 그 점에선 걱정 없다.
주연급 배우들이 모두 출연하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ㄴ 이석준 : 배우들이 한 작품씩 주연을 하셨고, 어디선 '김광보 사단'이라고 하신 분들도 있었다. 이처럼 주연급 배우들이 모였기 때문에, 연습 초반에 걱정한 것도 사실이었다. 주연급 배우들이 앙상블을 하므로, 적은 대사 분량을 기다려주고 메꿔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선배님부터 후배들까지 김광보 연출님을 믿었다. 그리고 연습 시작 때도 들었고, 어제도 들었고, 앞으로도 들을 내용인데 연출님께서 '배려'를 강조하셨다. 그래서 배우들이 서로 내려놓는 작업을 진행했다.
김광보 : 다 주연급 배우들이다. 이들을 캐스팅해서 앙상블을 어떻게 맞춰가는지가 연습 내내 화두였다. 그래서 끊임없이 배려를 요구했다. 어느 정도 공연이 올라가 봐야 하겠지만, 앙상블은 잘 이뤄질 것 같다.
지난봄에 공연한 '여우인간'과 옷 색상이 비슷하다. 이유가 있나?
ㄴ 김광보 : 흰색은 고집하지 않는다. 이 공간에서 흰색을 입으면 더 배우들이 집중해 보일 것 같았다. 배우들에게 많은 시선을 주기 위해 의상 디자이너 선생님이 흰색 옷을 하려고 했다. 지금도 보니 흰색 때문에 배우들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여우인간'과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 (웃음)
작품을 연기한 소감을 듣고 싶다.
ㄴ 김영민 : 잠깐 보셨겠지만, 가상의 선을 긋고 벌어지는 인간의 치졸한 심리가 드러난다. 그런 면이 우리에게도 숨겨져 있다는 것을 연출 선생님이 발견하신 것 같다. 찌질하고 모자란 모습뿐 아니라 그런 모습을 통해 작품에 숨겨진 진실성을 놓치지 말자고 했다. 배우들끼리 상대방이 돋보여야 내가 돋보이는 앙상블이기 때문에, 그런 진정성과 자기 개성을 잘 표현하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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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김영민이 출연 소감을 전하고 있다. | ||
이승주 : 대본을 읽는데, 본인한테 더 맞는 배역을 연출님께서 잘 주신 것 같다. 우리도 모르는 깊숙한 찌질함을 잘 끄집어내 주셨다. 그것을 잘 표현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웃음)
김광보 : 잘생긴 배우가 찌질하면 훨씬 재밌지 않겠나? 오늘 하이라이트 시연을 한 1장과 2장은 연극의 전개 부분이다. 3장부터는 본격적인 문제가 일어나면서, 내면의 찌질한 문제들이 등장한다. 관객들이 만나서 확인해야겠지만, 연습을 보신 분들은 유쾌하게 웃어주셨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김광보 : 앙상블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니다. 8명이 혼연일체가 되어 원팀으로 움직이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공연 기간이 5일부터 18일까지 짧다. 짧은 기간인데 잘 부탁한다. (웃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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