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PAF 예술상, 동아연극상, 히서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이 연극 시상식엔 모두 공통점이 있다. 바로 최근 5년 이내 김광보 연출이 연출상을 받은 곳이다. 지난해 '사회의 기둥들', 올해 '나는 형제다' 등 다양한 사회성 있는 작품들을 만들어 온 김광보 연출이 이번엔 일본 극작가 쓰치다 히데오의 '살짝 넘어졌다가 얻어맞았다'로 찾아왔다.

장난스럽게 그은 보이지 않는 선 하나로 변해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코믹하면서도 예리하게 그려냈다. 구별로부터 생긴 차별이 대립으로 발전하면서 그 속에서 함께 변화하는 인간의 심리를 살펴낸다. 김광보 연출은 "추악하고 어두운 인간 본성을 역설적으로 유쾌하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5일부터 18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를 프레스콜 시연 당시의 사진으로 살펴본다.

   
▲ 경범죄 죄수들을 가두는 '제 45 갱생시설'이 작품의 무대다.
   
▲ 뒤숭숭한 나라 분위기를 비웃듯이 교도소는 한가롭기 그지없다. 이 교도소엔 두 명의 간수와 여섯 명의 죄수가 함께 지내고 있다.
   
▲ 느슨한 감시 속에 간수와 죄수 모두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어느날, 교도소를 경계로 나라가 둘로 갈라졌다는 소식이 들린다.
   
▲ 누군가 장난 삼아 국경선을 긋자 모두들 그 경계를 가지고 놀이를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놀이는 서로의 출신을 가르는 것으로 이어진다.
   
▲ 이렇게 편이 나눠지다보니 장난스럽게 주고받던 말들은 어느새 날이 선 말들로 변해가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점차 싸늘해진다.
   
▲ 작품의 연출을 맡은 김광보는 "선을 하나 그으면서 나타나는 인간의 관계와 본성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 츠치다 히데오 극작가는 "몇 년 전, 당시 일본과 중국의 센카쿠 열도 문제가 있어서 정치적 관계가 좋지 않았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 그는 "당시 그곳에서 알게 된 중국인들과 아주 좋은 시간을 보내고 귀국했는데, 일본의 보수화 경향이 짙어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 이어 그는 "나라란 무엇일까, 국경이란 무엇일까, 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정체성은 어떤 것일까에 대해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 츠치다 히데오는 "현재 한국과 일본의 관계도 양호하다고 할 수 없다. 최근 인터넷 상에서 양국 사람들이 쏟아놓은 험담들이 눈에 띄고, 일본에서도 보수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 츠치다 히데오는 "그러나 우리는 그저 똑같은 사람이다. 일본인이기 전에, 한국인이기 전에 한 인간"이라며 "각자 개인으로서, 사람과 만나고 사귀고 냉정하게 관계가 이어가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 한편, 이번 작품엔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까지 누구 하나 뒤지지 않는 여덟 명의 이른바 '김광보 사단'이 한 연극에 등장한다.
   
▲ 여덟 명의 배우들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앙상블, 연극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를 보며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가는 것은 어떨까?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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