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생각을 그만하는게 어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서른살인 그는 직업도 없이 방안에 박혀 만화책을 읽고 게임만 하며 산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 백수로 살고 있다. 살고있는 집 역시 전 여자친구의 집이다. 그와 함께 동거하는 전 여자친구는 하루종일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으로 생계를 유지해 나간다. 그의 전 여자친구를 비롯해 여동생, 친구 등이 구박하고 핀잔을 주지만 남자는 꿋꿋하다. 연극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쳐'의 큰 줄거리는 이렇다.

연극에서 그려진 남자주인공의 인생은 전혀 '그레이트'하지도, 굴곡진 '어드벤처'가 있지도 않아보인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그의 삶은 오히려 무가치하고, 답답하게 여겨진다.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준비도 없이 하루하루를 똑같이 살아가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극은 이런 인생을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쳐'라고 말한다. 이 연극이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어떤 인생이든 인생은 훌륭하고, 모험이라는 것이다. 

   
▲ ⓒ 스페셜원컴퍼니

오늘날 사회는 항상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만들어내고, 쉼없이 일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그 요구에 따라 바쁜 일상을 살아가지만 어딘가 피곤하고 지친다. 이 연극은 우리의 삶과 상반되는 삶을 사는 주인공의 삶을 보여주며 작은 따뜻함을 건넨다. 인생의 모험을 헤쳐나가는 각각의 사람들에게 '당신의 인생 역시 충분히 의미있다'고 말한다.

이 연극은 남자주인공의 삶을 옹호하거나, 그의 삶에 대해 개선 혹은 의미를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이런 인생도 있다'를 보여줄 뿐이다. 아등바등 현실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주인공은 담백하게 "이대로도 어떻게든 살아지지 않을까?" 라며 말을 건넨다.  이런 점에서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쳐'는 우리에게 작은 쉼표같은 연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 스페셜원컴퍼니

연극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쳐'는 일본의 극작가이자 소설가, 연출가인 마에다 시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무기력과 탈진, 의미 없는 낙관을 표현해 많은 공감을 샀다. 정식으로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연출은 연극 '데스트랩'으로 주목받은 김지호 연출이 맡았다.

한편 아쉬운 점은 극중에서 일본어 원작을 그대로 번역한 듯한 대사, 일본식 웃음코드와 전개방식이 다소 몰입을 방해하는 것이다. 또한 결말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내용이라 다소 허탈하기도 하다. 그렇지만 연극 내내 남자주인공이 하는 '게임'의 비유, 연극의 핵심을 건드리는 은유적인 대사, 게임 공간처럼 꾸며진 공연장 등 연극 곳곳마다 의미를 숨겨놓은 점이 매우 흥미롭다.

지친 일상에서 잔잔한 위로를 받고싶은 사람들이 찾는다면 괜찮은 선택이 될것이다. 

  * 연극 정보
   - 제목 : 그레이트 인생 어드벤쳐
   - 공연날짜 : 2014. 12. 18. ~ 2015. 2. 15.
   - 공연장소 : 대학로 연우소극장
   - 작 : 마에다 시로 / 연출 : 김지호
   - 출연 : 정윤민, 김상엽, 김화영, 길하라, 유현선 등

문화뉴스 방보현 기자 bang@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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