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문유민. hehe7603@mhns.co.kr 팝에 SOUL을 실어 R&B처럼 사랑하는 보컬 트레이너.

[문화뉴스] 미디어가 발달하기 이전의 시대, 예술가들이 자신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와 그들의 창작물을 배포하기도 하고 영향력 있는 누군가를 무작정 찾아가 데모 테이프를 돌리던 시대가 있었다.

그에 비해 지금은 미디어의 발달과 함께 본인을 알리는 수단은 무궁무진해졌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기도 하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응원받으며 본인의 창작 활동을 해나갈 수 있다.

그 중 유튜브의 파급력은 가히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필리핀의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 어머니를 돕기 위해 노래대회에 나가기 시작한 펨핀코라는 이름을 가진 어린 소녀가 국내 예능프로그램인 '스타킹'에 출연한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퍼지며 오프라 윈프리 쇼 등 유명 토크쇼에 출연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머라이어 캐리, 셀린 디옹 등을 키워낸 세계 최고의 프로듀서 데이비드 포스터의 지원 아래 '샤리스'라는 이름으로 데뷔하게 된다.이후 그녀의 데뷔보다 자살기도나 커밍아웃 등의 소식으로 세상을 더 놀라게 했지만 어찌되었든 평범한 필리핀 소녀의 인생을 바꿔놓은 것은 확실하다.

▲ 마리에 딕비

또 주말마다 카페에서 노래하며 가수의 꿈을 키우던 평범한 대학생 마리에 딕비 또한 유튜브의 혜택을 받은 대표적인 경우인데 휴학 후 할리우드 레코드와 계약을 맺은 마리에 딕비는 스스로 본인을 알릴 방법을 생각하던 중 리한나의 'Umbrella'를 본인만의 어쿠스틱 감성으로 편곡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자마자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었다.

유튜브 효과는 국내 음악인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B급 감성을 표현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한순간에 싸이를 월드 스타로 만들어 '스눕독'과 '행오버'를 겪게 하기도 하고 평범한 예술고등학교 여학생이 아델의 'Hello'를 부른 영상은 이 소녀를 바다 건너 '엘렌 쇼'에 출연하게 했으며 가수 백예린이 부른 영상을 본 원곡 가수 크리셋 미셸은 눈물을 흘리며 본인의 엄마에게 이 영상을 보여주기 위해 트위터에 리트윗한 일화는 이미 유명하다.

이같이 유튜브의 파급 효과는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는데, 그중에서도 '더티룹스'의 발견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다. 서두가 길었던 것도 바로 오늘 주인공 더티룹스를 소개하고자 함이었다.

실용음악의 역사를 살펴보면 장르를 파괴하거나 개척한, 대중문화 혁명을 일으킨 뮤지션들은 한 시대를 평정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다.

흑인음악을 훔친 백인 가수 로큰롤의 왕 '엘비스 프레슬리'나 얼터너티브 록의 시대를 만든 왼손 기타리스트 '커트 코베인',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흑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던 힙합과 재즈의 역사를 바꾼 Rap God '에미넴'과 신이 질투한 천재 뮤지션 '에이미 와인하우스'까지.

이들의 공통점은 장르라는 틀에 갇혀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혁명가들처럼 필자는 더티룹스의 음악을 듣는 순간 밴드의 역사를 바꿀 21세기 비틀즈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티룹스 그들의 음악은 그만큼 강렬했다.

단 3명으로 구성된 멤버로 내는 사운드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꽉 찬 사운드와 완벽한 어레인지, 창의적인 리하모니제이션을 하는 이들은 스웨덴 출신의 밴드로 보컬&키보드 플레이어 조나 닐슨과 베이스 플레이어 헨릭 린더 드러머 애런 멜러가드로 구성된 3인조 밴드인데, 이들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을 때 국내 음악인들 사이에서 버클리 음대 출신들이 모여서 만든 팀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있었다.

지금은 더티룹스를 검색하면 '마룬5'가 나올 정도로 '마룬5 오프닝 공연 밴드'로 많이 알려졌는데 국내에서 이들의 인지도가 올라간 것은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스티비 원더나 퀸시 존스, 애덤 리바인(Maroon5 보컬), 브라이언 맥나잇, 네이튼 이스트(포플레이 베이시스트), 아비치등의 뮤지션들이 광팬을 자처하는, 그야말로 뮤지션들이 인정하는 진정한 뮤지션인 이런 밴드가 누군가의 오프닝 밴드로 알려졌다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다.

스웨덴 출신의 세 멤버 모두 어린 시절부터 친구로 조나와 헨릭은 10살때부터 학교를 같이 다니고 아론이 15살 때 Sodra Latin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조나는 클래식 전공, 헨릭과 애런은 재즈 전공으로 학교를 함께 다녔다고 한다.

보컬이자 프로듀서인 조나는 알리샤 키스도 그렇듯 클래식 음악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늘 이야기하는데 부모님이 다니던 교회 성가대에서 말도 시작하기 전부터 노래하고 11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조나닐슨 swedish idol 오디션 영상 

노력 없는 천재는 없다고 조나는 TV 오디션 프로그램인 'Swedish Idol'에 2006년 브라이언 맥나이트의 'One last cry'로 참가했었는데 지금과는 많이 다른 앳된 모습과 아직 덜 익은 보컬 실력을 볼 수 있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불안한 시선과 자신감 없는 표정, 고음을 올릴 때 지금과는 달리 힘이 많이 들어가는 모습이나 끝 음 처리 등 아쉬운 점이 많고 부드럽고 감미로운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노래에 깊이감이 없다. 믿을 수 없이 자유자재로 저음과 고음을 넘나드는 음역대와 지금의 목소리와 창법을 익힐 때까지 얼마나 수 없는 연습과 노력을 했을지 이 영상을 통해 엿볼 수 있다.

베이스 플레이어인 헨릭은 4살 때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했고, 베이스는 13살 때부터 연주했는데 베이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첫 여자친구가 베이스는 가장 섹시한 악기라는 말 한마디 때문이라고 하는데 이런 가벼운 이유에서 시작한 베이스 연주가 지금은 많은 베이스 플레이어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베이스는 4현이 기본형인데 헨릭은 6현을 주로 사용하고 가끔 7현도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4현으로도 충분한 베이스 리프 연주가 가능하지만 5현이나 6현을 사용하면 음역대가 더 넓어지는데 5현은 로우B(시)를 추가시키거나 로우B(시)대신 하이C(도)를 추가 할 수 있고, 6현은 여기에 고음 C(도)현을 7현은 고음줄을 2개 추가시킨다. 저음을 추가시켜 묵직한 사운드 메이킹을 하고 고음을 추가하여 고음현에서 베이스 솔로를 더욱 수월하고 넓히기 위한 것인데 현수로 베이스 플레이어의 실력을 구분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지만 다현 베이스 플레이어들이 얼마나 사운드나 세밀한 피치 표현에 신경을 쓰는지 알 수 있다.

 

▲ 조나단 룬드버그 밴드 

헨릭은 지금 더티룹스 활동과 함께 린더 브로스, 조나단 룬드버그 밴드로도 활동하고 있는데, 이 모든 그룹의 멤버들이 다 학창시절 친구들이다. 특히 린더 브로스와 조나단 룬드버그 밴드의 멤버 구성은 똑같은데 헨릭이 베이스를, 헨릭의 친형제인 에릭이 기타를 맡고 있고 드럼은 조나단 룬드버그, 키보드는 더티룹스 공연에서 키보드 겸 코러스 세션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안 크래프트링이 맡고 있다.

드러머인 애런은 음악인 집안에서 자라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게 되었다고 한다. 많은 인터뷰 영상들을 보면 항상 조나와 헨릭이 대화를 이끌어 가고 애런은 묵묵히 듣고 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장난기가 가장 많은 사람도 애런이다. 멤버들이 이야기하는 도중 의성어를 마구잡이로 발사하기도 하고 헨릭과 항상 어린아이 같은 경쟁을 벌이며 내가 최고야를 늘 외치고 다닌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게 된 것도 장난기가 많은 애런의 아이디어인데 대학 시절부터 각자 세션 활동을 하던 이들은 점점 음악생활에 무료함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세션맨들의 공통적인 주된 고민은 '내가 뭘 하고 있나?', '내 음악 해야 하는데!' 이 두 가지가 아닐까 싶은데 이 고민은 전 세계적으로도 똑같은지 애런이 어느 날 갑자기 조나를 찾아와 재밌는 무언인가를 하자고 제안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첫 번째 작품인 레이디 가가의 'Just Dance' 커버 영상을 보면 확실히 화질도 안 좋고 곡의 송폼도 짧다. 더티룹스의 시그니처인 흑백 영상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되었는데 화질이 안 좋아서 흑백 영상으로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의 역사적인 첫걸음인 Just Dance의 영상은 안타깝게도 저작권 문제 때문인지 Dirty Loops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가 없다.

이 영상은 2달 만에 100,000회 이상의 뷰잉과 10,000명 이상이 페이스북에서 공유할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는데 수많은 음악인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며 미쳤다는 평가를 가장 많이 받았다. 실제로 유튜브에 더티룹스를 검색해 보면 더티룹스의 커버 버전을 영상까지 흑백으로 그대로 커버한 많은 음악인과 'How to play'로 이들의 연주법을 레슨해 주는 튜토리얼 영상도 셀 수 없이 많다.

더티룹스는 Just Dance가 유튜브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난 후에도 다양한 커버 작품을 유튜브에 올려놓는데 개인적으로는 영상은 만들어지지 않고 음원만 올라와 있는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Dirty 커버를 가장 좋아한다.

▲ Dirty! 

대중음악의 특성상 밴드가 명성을 얻으면 대부분 보컬 위주로 주목을 받게 되고 밴드로서의 가치보단 누구누구의 밴드가 되기 십상이다. 이런 분위기의 음악 시장에서 보컬이 있는 밴드의 음악에 라이브 공연 음원이 아닌 레코딩 음원에 베이스와 드럼의 솔로가 1분 30초가량 차지하는 'Dirty'는 특정 멤버 누군가의 더티룹스가 아닌 개성 넘치는 세 명의 플레이어의 삼박자가 제대로 어우러진 더티룹스 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곡이라는 느낌이 든다.

이들의 유명세는 유튜브를 넘어 스웨덴의 천재 작곡가이자 매니저인 안드레아스 칼슨에게까지 전해지는데, 안드레아스는 웨스트라이프, 제시 매카트니, 브리트니 스피어스, 셀린 디옹, 케이티 페리, 본조비,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싱크, 클레이 에이킨, 힐러리 더프, 린지 로한 등의 노래를 쓴 작곡가로 안드레아스가 작곡한 노래들은 전 세계적으로 대략 15억 장 이상 팔려나갔다.

▲ 더티룹스의 첫 곡, '힛 미'

안드레아스는 오랜 친구인 버브 뮤직 그룹의 회장 데이비드 포스터에게 이들을 소개하고 오디션을 보게 하여 음반 계약을 맺게 된다. 이후 2013년 가을 커버 곡이 아닌 더티룹스의 첫 오리지널 곡 'Hit me' 싱글을 발매하며 유튜브 괴물 커버 밴드에서 진정한 괴물 밴드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들의 데뷔앨범인 'Loopified' 앨범을 들어보면 그들의 진면목을 알아볼 수 있는데 보통의 앨범들을 감상하면 타이틀 곡 외엔 들을 게 없다거나 한두 곡 정도는 그냥 넘기게 되는 곡들이 있기 마련인데 이들의 앨범에는 버릴 곡이 없다.

유연하게 물 흐르듯 곡의 흐름과 장르가 변화무쌍하게 바뀌는데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음악을 가지고 끊임없이 장난을 치고 룰이 있는 놀이에서 플레이어 전원이 룰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그들이 하고 있는 놀이를 그들 스스로 끊임없이 룰을 추가해 가며 더 재미있고 난이도 있는 놀이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개인적인 취향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더티룹스의 음악은 너무 테크닉적이기만 한 감정 없는 음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음악을 듣고 어떤 평가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이들의 음악을 듣는 순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어느새 다시 첫 트랙이 플레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