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포세대에서 9포세대까지. 5년째 이어지는 공감대

[문화뉴스]

흔히들 고전의 조건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그것을 통해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고, 탐구하는 본질이 변하지 않는 것. 아트원씨어터3관에서 지난달 27일부터 내년 1월 3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알파치노 카푸치노'가 21세기의 고전이 되지는 않을까?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한 2010년에 초연된 연극 '알파치노 카푸치노'는 5포, 7포, n포라는 말이 등장한 현재까지 달려오고 있다. 집에서 게임하는 남자 '최몽'과 살림하는 남자 '김산'. 그들이 아들이라고 부르는 '마루'. 하늘 아래 두 태양은 없다지만 마루 아래 두 아빠는 있다. 마루의 생일날, 돈 700원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철부지 아빠들에게 마루의 엄마인 '수애'가 등장하고 그들에게는 새로운 진실이 펼쳐진다.

지난 1일 아트원씨어터3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김정근 연출과 김동균(김산 역), 김민기, 김홍근(이상 최몽 역), 김민경, 박미선(이상 수애 역)의 전 출연진이 함께한 시간을 가졌다.

   
▲ 좌측부터 김정근 연출, 김홍근, 박미선, 김민기, 김민경, 김동균 배우.

삼포세대를 넘어 구포세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떤 작품인가?

ㄴ 2010년 서른살 되던 해에 만들었고 계속 재공연 되고 있다. 제가 청년을 벗어나기 전에 다시 한번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다시 올렸다. 청년들이 행복을 대하는 태도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정근)

   
▲ 이번에 가장 큰 무대에서 하게 되서 옥탑 세트를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김정근 연출.

김동균 배우는 2011년에 최몽 역을 했었다. 이번에는 김산 역을 하시게 됐는데 어떠신지.

ㄴ 최몽을 했을 때는 배우란 직업이기도 하고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이해가 더 잘됐다. 김산을 처음 맡았을 때는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저도 나이를 먹고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살기 힘든 세상에서 어쨌든 살아가야 하고,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세상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이 공감이 된다. '열심히 산다'는게 담겨져 있는 작품이고, 저도 그렇게 보이면 좋겠다. (김동균)

   
▲ 극의 중심을 잡아줄 김산 역의 김동균 배우.

최몽은 배우를 지망하는 캐릭터인데 연기 지망생을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이 드시는지.

ㄴ 극 중에서는 최몽이 많이 희화화 되어 있고 접점은 있지만 많이 비슷하진 않다. 프로필 백개 넣고, 그런게 쌓여야 작품 한 두개 겨우 한다는 부분 정도인 것 같다. 배우를 지망한다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든 청년들이랑 다를 바가 없다. 모두들 힘들지 않나. 제 생각엔 최몽이 꿈을 좇는 캐릭터이고 김산이 현실에 적응하려 노력하는 캐릭터라는 정도의 생각만을 했다. 그렇기에 배우 지망생이라는 것으로 특별한 감정이 더 생기거나 하진 않았다. (김홍근)

   
▲ 드라마 '유나의 거리' 이후 모습을 드러낸 김홍근 배우.

수애는 사실 여자로서 공감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인데 어려움이 있으셨는지.

ㄴ 저 역시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이해가 안됐다. 다른 배우들, 연출과 많이 대화하면서 '그럴 수 밖에 없음'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제 역할이었고 관객들이 같은 여자로서 '그래 그럴수 있지' 정도의 시선을 가지게 하려고 노력했다. 연출적인 용어로 말하자면 '포즈'와 '오버랩'을 많이 이용해서 디렉팅을 받았다. 대사로 전달하는 것보다 '포즈'에 속해 있을 때의 수애의 내면이 조금 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귀로만 듣기보다 눈으로 직접 수애를 확인해주시면 좋겠다. (박미선)

   
▲ 연극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선보이고 있는 박미선 배우.

김민기 배우는 오랜만에 연극 복귀하시게 됐는데 어떻게 합류하셨는지.

ㄴ 연출이 전화해서 하라고 했다(웃음). 다른 작품 촬영 중에 들어오느라 합류가 조금 늦었는데 사실 배우들과 연출 전부 대학교 동기다. 졸업한지 10년 정도 됐는데 우리끼리 좋은 작품 하나 해보자는 취지로 하게 됐다. 코꿰여서 하게 된 셈이다(웃음). 저는 졸업하고는 무대에 거의 선 적이 없는데 학교에서 연기 배우는 것처럼 가르침 받으며 즐겁게 하고 있다. 무대는 또 NG가 없어서 긴 호흡을 가져가야 하는 것이 힘든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연기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되어 연출에게 고맙다. (김민기)

   
▲ 연극에는 오랜만에 복귀한다는 김민기 배우.

김민경 배우는 영화 '함정', 드라마 '이브의 사랑' 등에서 왕성한 활동을 해오셨는데 연극, 영화, 드라마 중 어떤게 가장 매력적인지.

ㄴ 당연히 연극이다(웃음). 각자 매체마다 매력이 틀리지만 어떤 캐릭터를 맡아서 어떻게 하는지 연구하고 연기하는 것은 똑같다. 배우는 연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또 동기들이랑 다같이 하니까 너무 행복하다. (김민경)

   
▲ 영화, 드라마 등에서 빼어난 연기를 선보였던 김민경 배우. 1년에 1편은 연극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지난 여름이랑 비교해 무대가 바뀐 것 같은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ㄴ 큰 변화는 없고 기본적으론 같은 무대이다. 구조와 형태가 조금 변하긴 했다. 그 때 아쉬웠던 것은 극장이 너무 좁아서 '옥탑방'이란 공간을 잘 드러낼 수 없었다. 작품의 설정상 옥상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방안에서만 이루어진 작품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번에는 '알파치노 카푸치노'를 한 이래로 가장 넓은 극장에서 하게 되서 옥상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다. (김정근)

다른 역과 달리 김산 역만 원 캐스팅으로 가는 이유가 있는지.

ㄴ 김산은 극의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최몽이 날뛰고 수애가 혼자 분위기를 잡고 어떻게 해도 괜찮지만 김산이 무너지게 되면 극이 흔들린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42회를 원 캐스팅으로 가기로 했다. (웃음)

김민경 배우는 무대 연기를 하는데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ㄴ 무대를 서본 경험이 작년에 이어 두번째라서 도움을 무척 받고 있다. 박미선 배우 같은 경우 '카메라에서 이렇게 연기하는 것을 무대에선 이렇게 연기하는거야'하는 식으로 많이 알려주고 있다. 카메라는 컷하면 다시 감정을 잡을 수 있는데 연극은 극 전체적으로 감정을 잡아가면서 하는게 할 때마다 긴장되고 떨리고 벅차지만 너무 재미있다. 또 어느정도 잘한 것 같으면 뿌듯하기도 하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 (김민경)

ㄴ 소속사에서 어필을 잘 못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매년 1년에 한편 정도 꾸준히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도 드라마 끝나자마자 왔다. 대단하다. (김정근)

2010년에 초연됐지만 둘의 힘든 상황은 2015년에 더 공감이 되지 않나 싶다. 앞으로의 현실을 보면 이후로도 수정 없이 계속 갈 수 있을 듯 하다.

ㄴ 수정 없이 갈 수 있는, 현실을 잘 담고 있는 작품이라는 칭찬은 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물론 2010년 이후로 무대에 올릴때마다 조금씩은 수정을 해왔기도 하다. 관객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앞으로도 계속 고쳐갈 생각이다. 밥은 안먹어도 커피는 사먹는 지금의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이야기다. 이것이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그들이 행복을 찾는 방법이라는 면에서 이야기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김정근)

배우와 연출 모두 동기들이라고 했는데 이렇게 모일 수 있게 된 뒷 이야기가 듣고 싶다.

ㄴ 동기들이 모여서 해야하는 작품일 이유는 없지만 워낙 끈끈한 사이들이다. 저희들 말고 스텝들 중에도 많고 소유진 배우도 우리 동기인데 회식을 많이 도와줬다(웃음). 더 늦기전에 동년배 친구들끼리 모여서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김정근)

   
▲ 김정근 연출 및 전 출연진이 포토타임을 가지고 있다.

김동균 배우의 경우 최몽, 수애 역은 더블캐스팅이라서 각각의 배우들이 다른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어떤 배우랑은 어떤 느낌으로 간다던가 하는 것이 있는지.

ㄴ 김홍근 배우의 경우 디테일에 강하다거나 정서적으로 풍성한 느낌이 있다. 김민기 배우의 경우 '최몽 같은' 캐릭터를 지니고 있어서 좀 더 재미있는 느낌이 있다. 수애 역도 박미선 배우가 무대 경험이 많아서 안정감이 있고 김민경 배우 또한 안정감이 있지만 자기 스스로 불안해하는 측면이 있다. 사실 그날 그날 컨디션이 달라서 매번 다른 느낌이 나오기 때문에 합의된 부분 외에는 즉각적으로 하고 있다. (김동균)

문화뉴스 이우람 기자 pd@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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