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홀리데이,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존 레논, 제프 버클리를 기억하며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김수영 panictoy27@mhns.co.kr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실용음악과 건반을 가르치면서 음악방송 '음악잡수다' DJ를 맡고 있다.

[문화뉴스] 지난해 10월 27일. 우리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던 고(故) 신해철을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야만 했다. 6년 만에 새 앨범을 발표하고 팬들을 찾아왔던 그가 데뷔 26년 만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말았던 것이다.

그 누구도 그의 죽음을 바라지 않았고, 원하지 않았다. 그가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접한 많은 대중이 그의 쾌유를 기원했고, 언제나처럼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그 카리스마 너머로 가끔 우리에게 보여주었던 옆집 아저씨 같은 푸근함으로 다시 우리 곁에 돌아와 주길 간절히 원했지만, 끝내 그는 세상에 이별을 고했다.

여전히 추모의 물결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그의 음악에 대한 애틋함과 간절함, 그리고 그에 대한 고마움을 많은 이들이 간직하고 있다.

이렇게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뮤지션들.
세상은 그들을 원했으나 결국 떠날 수밖에 없었던, 너무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비운의 결말을 맞이했던 뮤지션들의 인생과 그들이 많은 이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잠시 주목해보자.

#늘 외롭고 처절했던 삶이 목소리에 그대로 묻어나오다 -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재즈싱어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3대 재즈 여성싱어'들이 있다. 그만큼 재즈음악계에서는
이들의 영향력이 높다는 뜻이다. 그 주인공들은 바로 빌리 홀리데이(Billie Holiday), 사라 본(Sarah Vaughan), 그리고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까지.

이 중에 가장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로 꼽히는 보컬리스트는 단연 빌리 홀리데이이가 아닐까 싶다.
1915년에 미국에서 흑인으로 태어나 그 어느 때보다 인종차별이 심했던 시기를 살아내며 온갖 마약과 알코올에 찌들어 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인생이었고, 그 누구보다 가난했으며, 그 누구보다 쓸쓸히 죽음을 맞이한 뮤지션이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시절, 할머니 품에서 잠들었던 아이는 갑작스러운 할머니의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고,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할머니 품을 빠져나오지 못해 울부짖었으며, 그로 인한 충격으로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10대 시절에 여러 번 성폭행을 당하기도 했고 결국 뉴욕 할렘의 어느 사창가에서 몸을 팔던 그녀는
어느 날 성관계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가기도 했으며, 돈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나앉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포즈와 제리즈'(Pod`s & Jerr's)라는 나이트클럽에서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재즈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극심한 인종차별과 외로움 속에 그녀는 마약을 탈출구로 삼았고, 그녀의 남자친구들 또한 마약 중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온갖 약물과 알코올에 기대어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녀는 결국 1959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병원에서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사망 직전에 그녀를 본 사람들은 아무도 그녀가 빌리 홀리데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던 모습이었다고 한다.

누구보다 일찍 고통 속에 던져져 죽는 날까지 외롭고 처절한 인생을 살다간 그녀, 빌리 홀리데이.
이런 인생이었기에 그녀의 목소리는 누구보다 처절했고, 그렇기에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밖에 없는 목소리이지 않을까.

#27세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3J - 지미 헨드릭스, 제니스 조플린, 짐 모리슨

1960년대 후반에서 1970년대 초반. 불과 며칠 혹은 몇 달을 사이에 두고 사망한 천재들이 있다.
바로 위대한 왼손잡이 천재 기타리스트였던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흑인음악이었던 블루스를 천재적으로 소화해낸 최초의 백인 여성보컬리스트인 제니스 조플린(Janis Joplin), 시대의 반항아였으며 사이키델릭 록의 대표격인 '더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Jim Morrison).

비슷한 시기에 같은 나이(27세)로 사망한 이 세 사람을 흔히 '3J'라 부른다.

가장 먼저 죽음을 맞이한 사람은 지미 헨드릭스. 1970년 9월 18일에 사망했다. 유럽 순회공연 도중 여자친구의 집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장발작을 일으킨 후에 병원으로 이송되던 도중 구토증세를 보이다가 결국 기도가 막혀 질식사했다.

당시 부검 결과 '베스파락스'라는 수면제와 마리화나, 코카인, 암페타인 등의 약물이 모두 치사량을 훨씬 초과한 상태였다고 전해진다.

지미 헨드릭스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70년 10월 5일, 이날은 희대의 블루스 록 보컬리스트인 제니스 조플린이 세상을 떠난 날이다. 미국 할리우드의 한 호텔에서 시체가 발견되었고 사인은 헤로인 과다복용이었다.

무엇보다 그녀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는 바로 자신의 두 번째 솔로 앨범 발표를 눈앞에 두고, 음반이 거의 다 완성되었을 시기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그 당시 백인들이 부르는 흑인의 블루스 음악은 그저 백인들의 '흑인 흉내 내기'에 불과했을 뿐이었지만, 제니스 조플린은 흑인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최고의 백인 여성 보컬리스트였다.

하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 다른 여자아이들에 비해 자유분방한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했고, 보수적이었던 텍사스에서 자란 그녀는 이런 독특함과 유별난 이미지, 그리 예쁘지 않았던 외모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를 당하기 일쑤였다. 그로 인한 극심한 외로움에 시달렸고, 그 외로움을 술과 마약으로 달래기 시작하다 결국엔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다.

제니스 조플린이 사망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더 도어즈'(The Doors)의 보컬리스트였던 짐 모리슨의 사망소식이 또다시 많은 이들을 슬프게 했다. 짐 모리슨은 가수이자, 시인이자, 작가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했던 다재다능한 예술가였으며, 1971년 7월 3일, 프랑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짐 모리슨의 사망 원인을 두고 '약쟁이 인생의 뻔한 결과'로 보는 의견과 '자살을 위해 사망 직전 약물을 과다복용했다'라는 견해도 상당하다.

이 3J 이외에도 27세에 요절한 천재뮤지션들은 너바나의 보컬이었던 커트 코베인(Kurt Cobain),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였던 브라이언 존스(Brian Jones), 에이미 와인하우스(Amy Winehouse) 등이 있다.

#전 세계가 열광한 비틀즈, 그러나 비정상적인 열광에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존 레논(John Lennon)

1970년에 비틀즈가 해체한 뒤, 존 레논과 그의 아내 오노 요코(Yoko Ono Lennon)는 뉴욕으로 이주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1980년 12월 8일 밤 11시경, 존 레논은 자신의 아파트로 귀가하던 도중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 이라는 자신의 극성팬에 의해 다섯 발의 총을 맞고 사망하게 된다.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은 존 레논을 암살하기 불과 몇 시간 전에도 그에게 사인을 받아간 극성팬이었지만, 경찰 조사 결과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은 이미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전해졌다.

그는 존 레논을 암살하기 전, '존 레논을 총으로 쏴라'라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주장했으며, 극성팬의 도를 넘어선 그의 머릿속에는 '내가 존 레논이고 내 눈앞에 보이는 존 레논은 가짜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존 레논을 동일시하게 되면서 결국 존 레논을 암살했다고 한다.

사건 당시 존 레논을 총으로 쏘고 난 후 마크 데이비드 채프먼은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책을 읽으며 스스로 경찰에게 체포되기를 기다렸고, 이러한 이유로 당시에 '호밀밭의 파수꾼'도 함께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제프 버클리(Jeff Buckley) - 세계적인 뮤지션들의 마음속에 영원한 별로 남게 되다

단 한 장의 음반으로 수많은 음악인을 매료시킨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제프 버클리. 미국의 유명한 포크 가수였던 아버지 팀 버클리(Tim Buckley)의 뒤를 이어 음반을 발표하고 싱어송라이터가 되었지만 1997년 5월 29일에 미국 테네시주와 미시시피주를 잇는 울프강에서 수영을 하던 중 실종된 지 6일 만에 익사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아버지인 팀 버클리도 28세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큰 뮤지션은 아니지만, 제프 버클리의 영향을 받았거나 혹은 그의 음악적 재능을 찬양하는 뮤지션들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라디오 헤드의 톰 요크(Thom Yorke), 콜드플레이(Coldplay), 뮤즈(Muse), 존 레전드(John Legend), 레드제플린의 지미 페이지(Jimmy Page), U2의 보노(Bono) 등 수많은 뮤지션에게 음악적 영향을 끼쳤으며, 1994년에 발표된 제프 버클리의 1집 앨범 'Grace'의 'Hallelujah'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으로 손꼽히며 현재까지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곡이다.

 

이렇듯 이들의 죽음은 많은 이들에게 안타까움과 슬픔을 안겨주었지만, 이들이 남기고 간 음악은 누군가에게는 치유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며, 누군가에게는 설렘을 느끼게 해주기도 한다.

그런 명곡을 남겨준 수많은 '비운의 뮤지션들'. 그들의 혼이 담긴 음악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다.

[도움말] 팟캐스트 '음악잡수다' ep.03-비운의 뮤지션들

- 팟빵 홈페이지 http://www.podbbang.com/ch/10372
- 아이튠즈 https://itunes.apple.com/kr/podcast/eum-agjabsuda/id1055942908?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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