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음악의 고전, 재즈시리즈 1탄 - 재즈의 역사와 흐름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김수영 panictoy27@mhns.co.kr 음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일까, 실용음악과 건반을 가르치면서 음악방송 '음악잡수다' DJ를 맡고 있다.

[문화뉴스] 필자는 피아노 강사로 일하면서 종종 답답한(!) 순간들이 있었다.

예를 들어 "클래식 피아노 이외의 것들은 다 재즈 피아노라고 부르지 않습니까?"라고 묻는 질문. 그렇다면, "이 세상의 모든 피아노 음악은 클래식과 재즈뿐인가요"이라고 것인지 되묻곤 한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명확히 하려면 '재즈란 무엇인가?', '재즈는 어떻게 생겨났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필요하겠지만, 질문자들은 이런 '재즈'라는 장르에 대한 궁금증을 이런 식으로 표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 때가 훨씬 많기에 필자는 그냥 피식 웃고 넘긴 경우가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즈 좀 한다.' 혹은 '재즈 좀 안다'하는 경우는 정말 재즈를 좋아하는 오래된 마니아이거나, 실용음악 입시를 위해 재즈 피아노를 배우는 입시생들, 그리고 실용음악과 졸업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떤 장르이든 음악을 듣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이 음악이 어떻게 발생하여 어떤 식으로
흘러왔는지에 대한 역사와 흐름, 여러 가지 배경지식을 알게 된다면 더욱 흥미롭고 새롭게 다가올 일인지도 모른다.

재즈는 과연 어느 나라의 음악인가?

재즈의 본고장은 미국이다. 이 사실에는 누구도 반기를 들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인의 음악'이라고 보기에는 반기를 들 수 있는 내용이 있다.

처음 재즈 음악이 꽃피운 곳, 미국의 루이지애나 주의 뉴올리언스는 18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 식민지였다. 프랑스식민지였을 당시 이곳에는 아프리카에서 팔려온 흑인 노예들, 프랑스인, 그리고 프랑스가 이 땅을 점령하기 전부터 그곳에 살고 있었던 원주민들이 모두 함께 살던 곳이기 때문에 이런 환경 속에서 꽃피어난 재즈라는 장르가 절대적으로 '미국인의 음악'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재즈가 생겨난 곳도, 부흥하고 쇠퇴한 곳도 미국이니, '미국의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재즈의 뿌리에는 흑인들의 노동요가 있었다 - 블루스(Blues)

우리나라 민요 중에도 노동을 할 때 불렀던 노동요가 있듯이,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흑인 노예들 또한 일을 하면서 부르기 시작한 노동요가 있었고, 그 노동요를 '블루스'(Blues)라 부른다.

이 블루스는 재즈뿐 아니라 후에 등장하는 로큰롤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정도로 대중음악의 가장 큰 뿌리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그 당시 루이지애나 주의 항구도시였던 뉴올리언스에서는 흑인 남성이 죽으면 그 장례행렬에

관악기를 연주하는 브라스(Brass)밴드가 같이 행진하며 연주하는 풍습이 있었고, 프랑스인과 흑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들을 '크레올'이라 불렀는데, 프랑스인 집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크레올들은 자연스럽게 유럽식 문화를 경험하며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이 크레올들이 그 당시 연주하던 음악은 우리가 흔히 '클래식'(Classic)이라 부르는 고전음악과 랙타임(Ragtime) 이라는 장르였다.

결국, 재즈는 흑인들의 노동요였던 블루스와 뉴올리언스라는 도시 특유의 장례행렬에서 볼 수 있었던 브라스 밴드 형식과 랙타임이라는 장르가 모두 합쳐져 있는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재즈의 시작 - 뉴올리언스 재즈 (New Orleans Jazz)

1861년~1865년, 4년 동안 미국은 남북전쟁을 겪게 된다. 전쟁에 필요한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 꼭 필요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군악대일 것이다.

초기 뉴올리언스 재즈의 발생에는 이 군악대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그 당시의 재즈 음악의 악기 편성이 군악대의 편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악기편성은 주로 코넷, 클라리넷, 트롬본 등의 악기들이 주로 주선율, 즉 멜로디 위주로 연주했고 기타, 벤조, 콘트라베이스, 튜바, 드럼 등의 악기들이 리듬파트를 연주하던 형식이었다.

뉴올리언스는 현재까지도 미국의 유명한 항구도시 중 하나다. 이런 항구도시의 특성상 남북전쟁이 끝났을 당시에도 많은 것들이 유입되어 들어왔는데 그중에 하나가 많은 종류의 악기들이었고, 군악대에서 주로 악기를 연주하던 연주자들은 주로 흑인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전쟁이 끝난 후 일거리가 없어진 그들이 밴드를 조직하여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뉴올리언스의 장례 행렬에 있었던 브라스 밴드 형식의 풍습과 군악대의 형식이 어우러져 연주하기 시작한 밴드들의 음악이 바로 뉴올리언스 재즈이다.

미국의 대공황 시기, 대중들이 모든 것을 잊고 춤을 출 수 있게 해준 음악 - 스윙 재즈(Swing Jazz)

스윙 재즈는 1920년부터 1930년 사이에 유행하게 되는데, 이때의 재즈는 감상용이 아닌 춤곡이었다. 대공황으로 힘들어했던 대중들은 괴로움을 잠시나마 잊기 위해 춤을 추고 싶어 했고, 이런 대중의 욕구에 맞춰진 재즈가 바로 스윙 재즈다.

뉴올리언스 재즈보다 밴드의 규모가 훨씬 더 커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악기의 숫자가 늘어남으로 인해 사운드가 보다 더 다채롭고 화려해졌고, 이런 거대한 빅밴드 들에는 리더들이 한 명씩 존재했으며 이 리더의 이름을 따라 밴드의 이름이 결정지어지곤 했다. (예를 들면 듀크 엘링턴 악단, 카운트 베이시 악단, 베니 굿맨 악단. 이런 식으로 말이다)

뉴올리언스 재즈가 브라스 위주의 음악이었다면 스윙 재즈의 편곡은 피아노, 기타, 베이스, 드럼이 메인이 되고 이 메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는 다채로운 사운드로서 브라스가 쓰이게 된다.

이 당시의 빅밴드 들에는 밴드마다 리더 외에도 수석 연주자들이 존재했으며, 리더는 밴드가 연주할 곡을 직접 작곡하거나 편곡할 때에 수석 연주자들의 솔로 연주 파트를 만들었는데, 이때의 솔로 연주가 점점 발전하여 '재즈는 곧 즉흥 음악이다.'라는 현재의 재즈 음악에 대한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본다.

그러나 스윙 재즈 시대의 솔로 연주는 다소 소극적인 편이었으며, 이때까지만 해도 빅밴드가 연주
했던 곡은 모두 리더가 직접 제작한 악보 그대로 연주를 해야 했고, 악보에 얽매이고 싶지 않았던 뮤지션들의 자유분방함이 결국 비밥 재즈라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기 시작했다.

 
▲듀크 엘링턴 악단의 'Take the A train'. 듀크 엘링턴이 작곡한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기도 하다.

 

적극적인 즉흥 솔로 연주의 시대 - 비밥 재즈(Bebop Jazz)

1940년대에 주로 연주된 재즈 음악의 형식을 '비밥'(Bebop)이라 부른다. 틀에 얽매인 악보 위주의 음악에서 벗어나 악기들의 즉흥 솔로가 더욱 적극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스윙 재즈가 대중들을 위한 음악이었다면 비밥 재즈는 연주자들을 위한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연주자 본인들의 연주 위주의 음악이 되면서 비밥은 대중성을 잃어갔지만, 대신에 훌륭한 즉흥 연주들로 예술성을 더 꾀했던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악보에 의존하지 않고 연주자들끼리의 교감-이것을 '인터플레이'(Interplay)라고도 부른다-을 통해
곡을 완성해 나가기 시작하고, 스윙 재즈보다 템포가 전반적으로 더 빨라졌으며, 기존의 곡들을 더 독창적으로 연주하기 위해 복잡하게 리하모니가 진행되기도 한다. 주된 멜로디가 없는 악기들의 즉흥 연주로 인해 어렵고 난해한 음악으로 인식이 바뀌게 된 비밥은 결국 대중들의 호응을 잃게 되지만, 비밥 시대에는 찰리 파커(Charlie Parker)나 디지 길레스피(Dizzy Gillespie), 델로니우스 몽크(Thelonius Monk), 버드 파웰(Bud Powell) 같은 거장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 찰리 파커와 디지 길레스피가 함께 연주한 'Hot house'

다시 대중을 위한 재즈로…- 쿨 재즈(Cool Jazz)

비밥에 흥미를 잃은 대중들을 위해 연주자들은 다시 대중들의 귀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1940년대 후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한층 복잡해졌던 비밥에서 난해함을 살짝 걷어내고 조금 더 듣기 편안한 사운드로 간결하게 풀어낸 재즈를 쿨 재즈라고 한다.

'쿨'(Cool)이라는 단어를 붙인 이유는, 비밥 재즈에서 연주자들이 아주 격정적으로 연주했던 모습을 주로 '핫'(Hot)하다는 표현을 썼던 데에 반해 음악이 조금 더 간결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이고 부드러우면서 귀에 쏙쏙 들어올 수 있는 선율을 강조했지만, 이미 비밥에서 즉흥연주를 시작했던 상태였기 때문에 완벽히 비밥의 모든 색깔을 버리고 과거의 재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고는 볼 수 없다.

쿨 재즈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한다면, 세계 2차대전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거나 이주했던 몇몇 유럽의 클래식 음악가들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때 쿨 재즈에 영향을 준 유럽의 음악가들은 쇤베르크,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바르톡 등이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이런 음악가들이 그 당시에 미국으로 건너와 재즈 음악에 미친 영향이 꽤 컸다고 알려졌고,

유럽의 음악가들 역시 미국식 재즈를 자신들의 음악에 응용하기도 하면서,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은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

감상용 비밥, 비밥의 확장 단계 - 하드 밥 재즈(Hard Bop Jazz)

쿨 재즈의 간결해진 코드 진행과 비밥에서의 격정적이고 난해한 주법의 즉흥 연주가 합쳐진 음악이라고 볼 수 있다.

구조는 여전히 심플해져 있는 상황에서 선율 위주로 흘러가던 음악을 다시 비밥의 즉흥 솔로가 대신하게 된 음악으로 1950년대 중반부터 하드 밥의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또한, 감상하기 어려웠던 비밥 재즈를 조금 더 감상용 음악에 맞도록 비밥의 확장 단계에 있다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하드 밥 재즈의 가장 큰 음악적인 특징은, 드럼이나 베이스 같은 리듬파트를 주로 맡던 악기들이 본격적으로 피아노나 기타, 브라스 계열의 선율악기들처럼 즉흥 솔로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악기들이 하나의 솔로 악기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 조금 더 중요하게 여겨졌던 재즈가 바로 하드 밥 재즈다.

어렵고 난해한 재즈의 끝판왕 - 프리 재즈(Free Jazz)

1960년대부터는 프리 재즈 시대로 넘어오게 되는데, 기존의 리듬 악기들마저 하나의 솔로 악기의 역할을 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틀을 더욱더 크게 벗어나 추상적이고, 격렬하고, 말 그대로 아주 '프리'(Free)한, 자유로운 즉흥 연주와 자유로운 패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프리 재즈이다. 실제로 연주자들끼리의 그 어떤 약속 하나 없이, 정해진 패턴이 전혀 없이 무작정 연주되기도 했고, 그만큼 연주자들 간의 긴밀한 교감이 더욱더 중요해진 시기다.

어찌 보면 비밥 보다 훨씬 더 '연주자들의, 연주자들에, 연주자들을 위한' 음악이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60년대가 어떤 시대인가. 로큰롤 음악과 듣기 편안한 팝 음악들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비틀즈가 미국을 점령한 시대이니만큼, 이렇게 전위적인 느낌의 프리 재즈는 점점 더 대중들의 외면을 받게 되고, 몇몇 재즈 연주자들은 미국에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변해가는 음악 트렌드에 회의감을 느껴 유럽으로 건너가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비밥이나 프리 재즈처럼 예술성을 꾀했던 시기에 더욱더 훌륭한 연주자들이 쏟아져 나왔고 훗날, 이 시대의 음악들은 하나의 작품으로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시대의 흐름을 따르다 - 퓨전 재즈(Fusion Jazz)

1960년대 말, 재즈의 거장인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는 변해가는 대중음악의 흐름을 재빠르게 파악하고 기존의 재즈에 록(Rock), 펑크(Funk), 일렉트로(Electro) 음악의 요소들을 결합해 '비치스 브류'(Bitches Brew)라는 앨범을 발매하게 되고 곧 이 작품은 퓨전 재즈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앨범으로 평가받는다.

이 앨범에 참여한 뮤지션들 역시 거장으로 불리는 웨인 쇼터(Wayne Shorter), 데이브 홀랜드(Dave Holland), 칙 코리아(Chik Corea) 등이며, 리듬파트를 눈에 띄게 보강함으로써 음악의 다양한 혁신적 시도들을 엿볼 수 있다.

퓨전 재즈는 일렉트로 재즈, 재즈록, 소울재즈, 애시드재즈 등등 다양한 장르들을 또한 탄생시키고
더욱 더 실험적이고 과감하고 혁신적인 뮤지션들의 노력으로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수많은 퓨전재즈밴드들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 퓨전 재즈계의 거장 웨더리포트(Weather Report)와 천재 베이시스트 자코 패스토리우스(Jaco Pastorius)가 함께 연주한 웨더리포트의 'Barbary Coast'

재즈계의 거장들, 재즈뮤지션들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계속된다. To be continued.

[도움말]
 '음악잡수다' 

- 팟빵 앱· 홈페이지 : http://www.podbbang.com/ch/10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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