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키 큰 세 여자' 중, 90대 여인 A의 대사

   
 

[문화뉴스] "난 지금 마지막 순간에 있어. 나 자신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수 있지."

지난 10월, 에드워드 올비의 '키 큰 세 여자'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살아있는 연극으로 제작됐다. 죽음을 앞둔 90대 할머니 A와 50대 간병인 B, 그리고 당돌한 20대 C. 1막에서 이 세 여자는 각기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는 하나의 인물로 등장하지만, 2막에서는 90대 여인의 각 시절들을 대변하는 존재로 등장한다. 즉 A는 현재 A의 모습, B는 A의 50대 시절 모습, C는 20대 시절의 모습이다.

90대 여인 A는 죽음을 앞둔 연로한 노인이다. 그녀는 자신의 현재 시공간, 그 본질을 꿰뚫는다.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인생을 회고하는 그녀.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자신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2막에서의 B와 C라는 타자가 자신의 삶을 연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타자화시켜 바라볼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마지막 순간에 놓인 생명체의 유일한 특권은 아닐까. 죽음을 망각하며 살아온 우리에게 죽음이 코앞까지 왔을 때, 우리는 삶에 대한 지독한 집착과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 연극 정보

   - 연극 제목 : 키 큰 세 여자

   - 공연날짜 : 2015. 10. 3 ~ 25.

   - 공연장소 : 명동예술극장

   - 작, 연출 : 에드워드 올비, 이병훈

   - 출연배우 : 박정자, 손숙, 김수연 등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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