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다양해진 축제 진행 형태

[문화뉴스 금별 기자] '놀이'는 인류의 출현부터 인간과 함께 웃고, 울며 줄곧 함께해왔다. 네덜란드 역사학자 하위징아는 즐거움을 추구하는 행위가 역사발전의 원동력 중 하나라며 '놀이'로 인간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팬데믹 상황에서 놀이의 실물 장으로 '갈 수 없게 된' 우리의 놀이는 어떤 모습일까?

 

사진=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춘천마임축제 제공
사진=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춘천마임축제 제공

여러 철학자들은, 놀이를 이렇게 설명한다.

플라톤은 놀이, 그러니까 그리스어로 '파이디아'라고 하는 것을 이성적 활동과 거리가 먼 유치한 것이라 보았다. 인간 영혼을 세 기질(이성, 의지, 욕망)로 파악해 이성을 가장 우위에 두었던 플라톤에게는 이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평가일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실러는 물리적 영역의 감각충동과 정신적 영역의 형식충동, 간단히 말해서 감성과 이성의 조화인 중간 상태에서 놀이충동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사진='춘천마임축제' 홈페이지. 춘천마임축제 제공
사진='춘천마임축제' 홈페이지. 춘천마임축제 제공

또한, 인류학자들은 축제가 인간의 기본적 속성의 흐름을 차단하는 것에 대한 '파괴'에서 출발한다고 본다. 즉, 인간의 욕망을 억압하는 것들, 금기들을 파괴하는 것에서 축제가 발생한다고 본 것이다. 이는 기득권적 권력이나 불평등적 모순, 억압과 갈등 등과 같은 것들을 걷어내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바이러스로 그득해 많은 공포와 두려움을 낳고 있는 작금, 우리의 놀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증에 놓이게 된다. 놀이의 한 형태인 '축제',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사진='춘천마임축제' 모습. 춘천마임축제 제공
사진='춘천마임축제' 모습. 춘천마임축제 제공

현재 축제의 진행 상황은 대면 여부에 따라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분류할 수 있다. 바로 '취소된 축제', '대면 축제', '비대면 축제' 그리고 '대면·비대면을 병행하는 축제'이다.

평소 지역축제라 하면, 타지에 거주하고 있는데 이 축제를 즐기려면 오랜 시간 먼 길을 나서야했다. 하지만 축제의 장을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 축제를 지속하는 형태로 비대면 축제가 등장했다. 물론, 온라인 축제라는 형태가 새로이 생겨난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축제는 오프라인으로 축제를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대체하는 특징을 갖는다.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취소된 축제

사진=경남 의령군의 '의령 홍의장군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되었다. 의령군 제공
사진=경남 의령군의 '의령 홍의장군축제'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취소되었다. 의령군 제공

팬데믹으로부터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축제를 전면 취소한 경우이다. 대표적으로 필자의 고향인 경남 의령의 '의령 홍의장군축제'를 비롯해 전국적인 여러 꽃 축제의 취소를 예로 들 수 있다.

 

대면 축제

- 대한민국 전통 연희 축제(4/28~5/2)

- 나를 사랑한 버스커 축제(4/24)

- 진주 논개제(5/1~5/5)

- 부산 연등축제(5/1~5/16)

- 춘천 마임축제(5/23~11/30)

한편,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기존의 방식을 지속하는 축제도 여럿 존재한다. 서울서 열리는 '대한민국 전통연희축제', 대구의 '버스킹 축제', 경남 진주의 '진주 논개제' 등이 그 예이다.

사진= 진주 논개제 제공
사진= 진주 논개제 제공

 

비대면 축제

-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4/27~4/29)

- 부안 마실 축제(5/1~6/30)

- 남원 춘향제(5/16~5/19)

사진='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홍보 포스터.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제공
사진='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홍보 포스터.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 제공

코로나19가 새로이 탄생시킨 우리의 축제 모습이다. 4월 말 개최를 앞둔 전남 진도의 '진도 신비의 바닷길 축제'에서는 진도 바닷길 현장을 유튜브로 실시간 중계한다. 축제 공식 홈페이지를 아예 유튜브로 개설한 축제도 있다. 바로 전북 남원의 '남원 춘향제'인데 '춘향국악대전(본선)', '춘향제향', '전국춘향선발대회(본선)'을 온라인 생중계한다.

사진='남원 춘향제' 공식 홈페이지. 남원 춘향제 제공
사진='남원 춘향제' 공식 홈페이지. 남원 춘향제 제공

 

온ㆍ오프라인 혼합 축제

- 영월 단종문화제(4/30~5/2)

- 서울 궁중문화축전(5/1~5/9, 5/1~12/31)

- 원주 한지 문화제 (5/1~5/30)

마지막으로, 온·오프라인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형 축제의 등장도 새롭다. 4월 말 개최를 앞두고 있는 강원 영월의 '영월 단종문화제'는 '집에서 하는 단종 역사 퀴즈쇼', '나만의 궁중요리 레시피 콘테스트' 등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한편, 개막식과 '정순왕후 선발대회'을 오프라인에서 개최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송출한다.

사진=영월 '단종문화제' 공식 홈페이지. 단종문화제 제공
사진=영월 '단종문화제' 공식 홈페이지. 단종문화제 제공

서울의 '궁중문화축전'은 온·오프라인 축제를 5월 초 같은 날에 개최하지만, 오프라인 축제는 올해 말까지 진행한다.

사진=원주 '원주한지문화제' 공식 홈페이지. 원주한지문화제 제공
사진=원주 '원주한지문화제' 공식 홈페이지. 원주한지문화제 제공

지금까지 '놀이'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설명과 오늘날의 팬데믹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축제의 다양한 변모를 살펴봤다. 축제가 온라인으로 진행됨으로 인해 시ㆍ공간 제약이 크게 허물어졌고, 이는 평소에 할 수 없었던 체험 기회의 다양성을 가져다 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놀이하는 인간을 바이러스도 쉽게 막지는 못했다. 그 장을 옮겨가면서까지 우리는 놀이를 추구하고 있고, 그렇게 팬데믹을 지내며 모색한 방법들로 늘어난 사회 구성원들 간의 경험의 공유가 팬데믹 이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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