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 문제 다룬 영화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
'어른들은 몰라요' 4월 15일 개봉
[문화뉴스 전유진 기자] 흔히 그의 작품을 보면 노골적인 묘사와 언행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한다. 청소년 영화인데, 청소년은 보지 못하는 미성년자관람 불가 등급을 받았다. 그러나 들어만 보고 알지 못했던, 알 생각을 하지 않았던 청소년들의 삶을 과감없이 드러내고 폭력과 억압의 대물림되는 징조를 느끼며 여러가지 생각거리를 준다. 이환 감독의 ‘박화영’과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영화 이야기이다.
◆ 이환 감독, 그는 누구인가?
이환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이번 4월 15일에 개봉한 ‘어른들은 몰라요’에도 ‘재필’역을 맡으며 연기자로도 활동했다. 그 이전에도 암살, 밀정에 조연으로 참여했고, 양익준 감독의 영화 ‘똥파리’에는 주연 영재역을 맡은 바 있다.
그는 2018년 ‘박화영’의 감독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새롭게 알렸다. 다음 작품인 ‘어른들은 몰라요’도 ‘박화영’의 스핀 오프이다. 둘 모두 가출 청소년들의 비행과 삶을 그리고 있다. 음주, 성매매, 폭력, 마약, 흡연까지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서로를 불신하고 함정에 빠뜨리는 모습도 등장한다.
감독은 그러한 청소년들을 안타깝게만 그려내지 않는다. 10대의 비행과 악행을 사회, 구조, 어른 탓으로만 돌리지 않는 것이다. 무수히 다양한 종류의 어른이 영화 내에 등장하면서도 청소년들에게 선뜻 손 내밀어주는 이가 없지만 그렇다고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들의 잘못이 없다는 것은 아님을 분명히 한다. 그들 역시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들을 약하고 보호가 필요한 이들로 이야기하지 않으며 그들의 자율적인 선택, 어리석은 판단, 악한 모습도 그대로 반영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선뜻 그들을 불쌍하게 여길 수도, 또 비난할 수 없다. 그의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여기에서 기인된 것이다. 손을 내밀기에는 악하고, 모른척하자니 양심에 가책을 느끼고. 일치되지 않는 이 두개의 생각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다보니 문제는 더 심각해졌고 불편함, 불쾌함만 커져간다. 차라리 그의 의도와 달리 청소년들이 악한 성인들, 무정한 사회에 휘둘려 필연적으로 그러한 비행의 삶을 하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면 편하고 명료하게 느꼈을 언정, 영화의 묘미는 떨어졌을 것이다.

◆ ‘어른들은 몰라요’ (2021)
EXID 하니가 배우 안희연으로 모습을 바꿔 출연한 두번째 영화로도 이름을 알린 ‘어른들은 몰라요’가 지난 15일에 개봉됐다. 2018년 개봉하여 거대한 돌풍을 몰고온 ‘박화영’의 확장판이자 이번에는 낙태와 임신에 관한 문제가 추가되었다.
영화는 세진의 임신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세진은 ‘박화영’에 등장했던 인물이다. 당시도 화영과 친하던 미정에게 라이벌로 인식되었던 그녀이다. 세진은 학교 선생님과 애인처럼 지내다 18살에 임신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임신한 세진을 불러 다가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설상가상으로 이성적으로 친하게 지내던 동성 친구가 죽자 학교 밖으로 스스로 나온다.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난 세진은 같은 동갑내기의 가출 4년차 주영을 만난다. 세진은 주영을 만나 유산을 위한 돈을 벌기 시작한다. 유흥 주점에 다니기도 하고 전자 제품 상점에서 도둑질도 한다. 여기에 파란머리 재필과 신지까지 이들의 세진 ‘유산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임신하여 가출한 세진을 통해 관객들은 가출 청소년의 낙태라는 숨막히는 현실을 마주한다. 실제로 뉴스까지 등장했던 낙태브로커들을 찾아가지만 성폭행 당하고, 병원 브로커에게 사기도 당한다. 또 어떤 ‘불편함’과 함께 생각거리를 안겨줄 지는 극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 ‘박화영’ (2018)
주인공 박화영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 있다. “야 니들은 나 없으면 어쩔 뻔 봤냐?"
2018년에 개봉한 영화는 기존에 찾아볼 수 없던 파격함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10대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사실적으로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박화영’은 박화영이 주인공이다. 박화영은 친구들 사이에서 엄마를 자처하며 자기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고 늘 되물으며 자기 존재 이유와 소속 여부를 확인 받는다.
박화영네 집에 모인 가출 청소년들은 라면을 먹고 매번 담배를 피우며 어울린다. 그러며 박화영을 엄마라고 부르며 따른다. 하지만 기분이 뒤틀리면 박화영을 괴롭히기도 한다. 곤욕에 처하게도 하고 함정을 파기도 한다. 즉 엄마를 자청하는 박화영은 정작 온전히 이해 받지 못하고 이용만 당한다. 그럼에도 화영이 또 꿋꿋이 그 대사를 외쳐 대는 이유는 그 무리에 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박화영은 친구들에게는 한없이 낮아지나 선생님들, 교무실 심지어 경찰들에게는 억세게 구는 천하무적이다. 화영은 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 미정에게 여러 번 배신당하며 충격에 빠지지만 모든 것을 덮어쓰고 끝까지 희생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의 엄마는 없는 사람 취급한다.
비정하고 무모한 가출 청소년의 사회를 엿볼 수 있는 ‘박화영’은 현재 넷플릭스와 왓챠, 티빙에서 감상 가능하다.

◆ 왜 어른들은 모를까 질문을 던지게 하는 '불편함'
사실 마약, 폭력, 성매매 등은 비단 청소년 사회에서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20대, 30대 등 어른의 사회에서도 문제가 될 만하다. 그러나 우리가 느와르 장르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폭력의 적나라함을 불편해하지 않으면서 이가 10대로 옮겨오면 불쾌함을 느낀다는 점은 생각해볼만 하다. 그 불쾌함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왜 감독은 제목을 어른들이 청소년을 모른다고 지었을까.
영화 속 사회는 없는 사회를 그려낸 것이 아니다. 존재한다고 이야기를 들어온 그런 세계이다. 영화 제목인 '어른들은 몰라요'와 영화를 보면 떠오르는 '불쾌함'이 합해지면 어른들이 현실 속의 청소년 문제에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외면하고 싶었던 이 양가적 감정이 충돌하며 불편함을 유발하는 것은 아닐까 짐작할 수 있다. 소개한 두 영화 모두 청소년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둘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편, ‘어른들은 몰라요’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KTH상과 한국영화감독조합상을 수상해 기대를 더 모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