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 나탈리 드세이!
콜로라투라부터 샹송·재즈·뮤지컬까지 펼쳐낸 황홀한 저녁”
11월 13일(목) 저녁 8시 / 롯데콘서트홀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Natalie Dessay)가 11월 13일 롯데콘서트홀에서 KBS교향악단과 함께 한국 관객 앞에 섰다. 그녀의 내한을 앞두고 국내 대표 클래식 매거진인 월간 객석음악저널은 11월호에서 드세이를 각각 ‘모차르트가 보낸 소리의 여신’이라는 칼럼과 커버스토리로 소개하며 이 공연에 쏟아진 뜨거운 관심을 그대로 반영했다.

월간 객석 11월호에서 성악가 오주영은 “드세이에게는 애초에 ‘내리막길’이라는 전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오페라 은퇴 이후에도 샹송, 재즈, 뮤지컬, 연극까지 무대를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그녀의 폭넓은 예술 세계가 이번 공연을 이해하는 핵심 힌트였다.

음악저널 역시 드세이의 최근 행보와 예술적 동력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드세이가 남긴 “앞으로 10년은 뮤지컬과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 목소리는 그 여정을 위한 도구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라는 말은, 클래식 무대 은퇴를 앞둔 그의 현재와 향후 방향성을 정확히 보여준다.

KBS교향악단과의 리허설에 임하고 있는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사진 KBS교향악단)
KBS교향악단과의 리허설에 임하고 있는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사진 KBS교향악단)

 


“초절기교와 드라마틱 감정 표현, 프랑스의 국민 소프라노”

드세이는 한때 ‘프랑스의 국보급 소프라노’로 불릴 만큼 확고한 존재감을 지녔다.
칼날 같은 초절기교, 광학적 투명함을 지닌 고음, 모차르트·슈트라우스·프랑스 오페라에서 보여준 해석력은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파리 오페라, 빈 국립 오페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라 스칼라 등 세계 주요 극장에서 활약한 그녀의 커리어는 ‘오페라의 여왕’이라는 별칭을 증명한다.

필자 역시 2014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드세이의 첫 내한 리사이틀을 떠올린다. 강렬한 ‘광란의 장면’(도니체티 <람메르무어의 루치아>)과 <마술피리>의 밤의 여왕 같은 오페라 이미지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그날 드세이가 선보인 프랑스·독일 가곡 위주의 구성에서 새로운 ‘예술가 드세이’를 발견했다. 2005년 성대 수술과 이후의 기량 변화, 2013년 오페라 무대 은퇴 선언은 그가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고, 이번 공연 역시 그 연장선 위에 있었다.

백 스테이지에서 나탈리 드세이가 좌측부터 피아노 필립 카사르, 지휘 지중배, 악장 문바래니(WDR 쾰른 방송교향악닩 제2바이올린 수석)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 스테이지에서 나탈리 드세이가 좌측부터 피아노 필립 카사르, 지휘 지중배, 악장 문바래니(WDR 쾰른 방송교향악닩 제2바이올린 수석)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어느 매혹의 황홀케하는 고혹적인 저녁”

이번 고별 공연에서 드세이는 **모차르트와 미국 작곡가들(앤타일, 메노티, 바버, 프레빈)**의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 10~11월 내한한 체코필·RCO·베를린필 등 굵직한 외국 오케스트라들의 ‘관현악 중심 공연 릴레이’ 사이에서 성악 공연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 1부 – 모차르트, 과거를 돌아보는 무대

  • <피가로의 결혼> “드디어 순간이 왔도다… 어서 오라”

  • “사랑을 주소서”(백작부인)

  • “그리운 시절은 가고”(백작부인)

모차르트는 드세이 초기 커리어의 핵심 레퍼토리다. 그가 KBS교향악단과 함께 들려준 이 아리아들은 화려한 기교와 표현력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그의 오페라 시절을 기리는 듯한 깊은 울림이 있었다.

● 2부 – 미국 작곡가들, 미래를 향한 시선

  • 앤타일 장미 정령의 왈츠

  • 메노티 <영매> 중 ‘모니카의 왈츠’

  • 바버 녹스빌: 1915년의 여름

  • 프레빈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중 ‘난 마법을 원해요’

이 프로그램은 드세이가 향후 집중하고자 하는 뮤지컬·연극적 표현의 세계를 암시했다. 특히 바버의 녹스빌과 프레빈의 아리아는 ‘배우이기도 한 성악가 드세이’의 진면목을 보여준 대표 순간이었다. 음악과 연극이 자연스럽게 섞인 그녀의 무대는 기교 중심의 전통 오페라에서 ‘극적 진정성’ 중심으로 옮겨가던 1990~2000년대 오페라계 흐름을 정확히 반영하는 예시이기도 했다.

화려한 콜로라투라에서 샹송, 재즈, 연극, 뮤지컬까지 소화하고 있는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화려한 콜로라투라에서 샹송, 재즈, 연극, 뮤지컬까지 소화하고 있는 프랑스 소프라노 나탈리 드세이. 
스스로를 성악가이기 전에 배우라고 여겼던 나탈리 드세이의 무대는 늘 음악과 연극이 경계없이 어우러졌다.
스스로를 성악가이기 전에 배우라고 여겼던 나탈리 드세이의 무대는 늘 음악과 연극이 경계없이 어우러졌다.

 


“여전히 자신을 움직이는 것은 무대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고별 무대가 아니라, 한 예술가의 과거·현재·미래를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어낸 완성도 높은 내러티브였다.
그녀의 목소리뿐 아니라 감정, 몸짓, 존재감이 만들어낸 한 편의 스토리텔링이었다.


글 · 음악칼럼니스트 여홍일
편집: 주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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