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이번 주로 4회까지 진행된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사랑을 되짚어보는 이야기'라는 컨셉의 이 드라마를 노희경 작가가 쓴다는 것은 관련 분야 종사자로서 궁금한 한편 걱정이 되기도 했다.

짧지 않은 2주 동안 '재열', '해수', '동민', '수광' 등 주요 등장인물과 그 주변 캐릭터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과 관계 설정을 마친 드라마는, 심리적인 트라우마로 이성과의 신체적인 접촉은 물론 성적인 관계를 갖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기피하고 불안감을 갖는 주인공 '해수'와, 뚜렛장애를 가진 '수광'뿐 아니라, '우울증, 강박장애, 강박성 인격장애, 자기애성 인격장애, 성 도착증, 성 정체감 장애, 단기 정신증적 장애 등 다양한 정신병리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 ⓒ SBS

재미있는 것은 전문가인 정신과 의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정신병리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재열'이 하는 말이나, 상황과 사람을 바라보며 갖는 통찰이 그들로 하여금 환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고, 인턴 후배에게는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는 걸 아직도 몰라?'라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러지 못한 채 환자를 평가하고, 자신과 이 사회의 잣대로 재고 있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드라마적인 요소가 가미되어 과장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실제로도 임상 장면에서 그런 순간들을 꽤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이 사람이 어떤 병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알고, 내가 얼른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렬해진다고 그를 반드시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조급한 마음이, 계속적으로 그에 대해 생각하며 환자의 그 상황 속에 함께 매몰되어버리게 하는 경우들이 있고, 그렇게 도무지 보이지 않던 것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과 나누는 일상의 대화 속에서, 문득문득 깨달음과 통찰로 깨닫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이렇게 4화 중반 즈음까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환자의 심리적인 문제를 치료해야 하는 치료자들이 오히려 마음의 아픔이 있는 존재들이고, 반면 다소 강박적인 성향이 있기는 하나, 어쩌면 '재열'은 이들에 비해 노멀(normal)하며, 건강하고 따뜻한 가슴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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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의 형 '재범'이 의붓아버지를 죽였다는 죄목으로 수감되어 있고, 그는 자신이 아니라 자신의 동생인 '재열'이 그를 죽인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믿음이 그의 '망상'이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께름칙함을 버릴 수 없게 한다. 게다가 어디서 어떻게 만났는지 모르지만 '재열'의 열렬한 팬이자 작가 지망생인 '강우'라는 학생의 존재도 미심쩍다. 아버지에게 얻어터진 그는 왜 맨발의 상처투성이인 모습으로 경찰도, 친구도, 누구도 아닌 '재열'을 찾아오는가. 그를 좋아하고 지지한다면서 왜 '재열'과 '재범', 두 형제의 관계와 살인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소설을 써 그를 괴롭히는 것인가. 그런 '강우'에게 왜 '재열'은 유달리 애착을 갖는가. 풀리지 않는 의혹들이 너무도 많다.

결국 '괜찮아 사랑이야'의 4화 마지막에서는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실마리가 일부 제공되는데, 자신과 어머니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에게 대항해 드디어 주먹으로 패주고 왔다는 '강우'를 위로하며 안고, 그와 함께 웃으며 길을 달리는 '재열'의 곁에서 어느 순간 '강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강우'가 곁에 있는 듯 활짝 웃는 '재열'이지만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이 텅 비어있다는 것은 바로 '강우'가 실재하는 인물을 아님을 예상케 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이런 시나리오를 예상해 볼 수 있다.

'재열'의 어머니가 결혼했던 의붓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린 시절 두 형제와 어머니가 불행 속에 살았고, 그 불행을 견디지 못해, 혹은 그것에서 벗어나고자, 또한 어머니를 보호하고자 의붓아버지를 죽인 것은 그의 형이 아니라 바로 '재열'이었을지 모른다는 것. 그런 어린 '재열'을 보호하기 위해 그가 자신의 남편을 찔렀다 대답하지 못한 어머니로 인해 그의 형이 대신해 죗값을 치르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가정이다.

그렇게 지금껏 가장 정상적이지 않아 보이던 그의 형이 한 생각이 '망상'이 아니라면, 만약 정당방위였다고 하더라도 살인을 저지른 것은 '재열'이다. 그는 그에 대한 자신의 행동에 대한 또한 대신 죗값을 치르고 있는 형에 대한 죄책감과 불안 및 심리적인 트라우마로 '강우'라는 자신과 닮은 아이를 만들어내 그에게서 심리적인 압박을 받기도, 그를 위로하며 스스로를 다독이고 위로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렇게 본다면, '강우'라는 사람을 보고(환시),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환청), 그가 실재하는 것처럼 만지고 대화하기까지 하는, 게다가 그가 자신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병식조차 전혀 없는 '재열'의 모습은 상당 기간 지속되어 온 '만성 정신분열병'이 의심되는 수준이다. 물론 그는 이외의 영역들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생활을 잘 영위하고 있고, 그냥 살아가는 정도를 넘어서, 베스트셀러 작가이나 라디오 진행자로, 연예인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며 훌륭하게 기능 하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는 특정한 주제에 대한 망상만이 공고한 '망상장애'를 앓고 있는 것으로 보는 편이 맞겠지만, 망상장애의 경우 이러한 환각을 체험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한 요소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겠지만, 어쨌든 '괜찮아 사랑이야'가 앞으로 보여줄 이야기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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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열'을 둘러싼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두 주인공의 살벌한 듯 알콩달콩한 사랑이 시작되어 가면서 정신과 의사인 '해수'가 그의 이러한 비밀을 언제 알게 될까. 또 아픈 아버지를 두고 아버지의 친구와 불륜관계를 지속해 온 엄마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게 된 '해수'와, '재열'의 상처를 서로 치유해가는 과정을 과연 어떻게 그려낼 것인지 너무도 궁금해진다.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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