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과장을 보태 100번은 되는 것 같다. 누군가를 누군가에게 소개해준 적이. 그러나 도둑질도 100번이면 전문가가 되는 것에 반해 이 '소개'라는 건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는다.

소개를 잘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그냥 서로 인사를 시켜주는 것? 하지만, 소개팅 주선에서 '잘한다'라는 말을 듣는 건 십중팔구는 '좋은 사람을 소개해줬을 때'다. 마음에 드는 사람이 소개팅에 나왔을 때에야 말로 짝이 이뤄지건 아니건을 떠나 "그때 정말 고마웠어. 맘에 들었음"이라는 진심 어린 감사를 받게 된다.

소개를 제대로 못한다는 건 수치상으로 잘 드러난다. 커플로 성사된 건 단 한 번. 하지만, 그 커플 또한 결혼까지 골인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100번 중 한 번이라 하지만 아마 1%보단 0%에 가까울 것이다.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주선을 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군가를 소개해주기 전 일단 난 양쪽의 드러난 정보에 집중한다. 집은 어디이고, 키는 어떻게 되며, 술을 좋아하는지. 거기서 좀 더 나아간다면, 혹시 같은 야구팀을 좋아하는지, 콘서트에 다니는 걸 좋아하는지 정도다. 집은 가까울수록 좋고, 키는 되도록 남자 쪽이 크도록 연결짓는다. 서로 술자리를 좋아한다면 금상첨화고 취미가 같으면 더더욱 좋다.

이렇게 적어놓으니 알겠지만 '성격'에 따른 궁합에 소홀하다. 사실 제일 중요한 게 성격인데 그 점을 아예 생각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핑계는 있다. 연애할 때의 성격, 이성을 만날 때의 성격은 평소 내가 아는 것과 전혀 다르다고 말이다. 친구들에겐 개차반처럼 하는 사람이 여자에게 극진한 경우도 있고, 또 주위에 깍듯하게 대하던 어떤 사람은 여자친구 앞에선 마초로 변한다. 내가 그 사람들이 누구랑 연애하는지 정도는 알았지만 데이트할 때 옆에 앉아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소. 이렇게 핑계를 대고 싶다.

7년 전 헤어졌지만 지금은 고민을 털어놓는 사이로 발전한 친구가 있다. 남녀를 주선해줄 때 나의 이 엄청난 성공률에 대해 털어놓자 "난 거의 다 성공시켰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비결을 묻자 "그냥 느낌을 중요시하지. 서로 간 얼마나 잘 어울릴까"라고 말했다. 역시 남녀 차이가 있는 건지 난 아무리 들여다보려 해도 서로 간의 느낌에 대해선 짐작 가지 않는다. 광고인이라 눈이 남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아는 사람이 많으면 그 중 괜찮은 사람도 많다. 웃는 모습이 예쁜 A양과 항상 신사다운 모습을 잃지 않는 B군은 대충 봐도 무척 어울리는 한 쌍이 될 것 같다. 요즘의 소개 자리란 예전같지 않아서 그냥 전화 번호만 알려주면 된다. 또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좋은 도구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갖가지 정보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소개 자체는 쉽다. "너희 동네에 사는 여자 하나 있는데 만나볼래? IT 회사에서 일하고 운동으로 자기 관리도 잘하고, 약간 얼굴에 젖살 있는 스타일이고 생긴 건 보통?" 알았다는 대답이 돌아오면 여자 측의 의견도 물어보고 전화번호만 알려주면 끝이다. 주위의 괜찮고 멋진 사람들이 혼자 있는 모습을 보면 괜히 스스로 안달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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