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나이가 들었다는 걸 확실히 느낄 때는 바로 식사를 한 다음이다. 10대, 20대 시절만 해도 파릇파릇한 청춘과 넘치는 체력을 앞세워 졸음 따위 어렵지 않게(사실은 힘겹게) 이겨냈으나 이젠 너무 힘들다. 잠을 후련히 자고 싶지만 그렇게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는 순간은 그다지 많지 않다(문제는 지금도 졸림).

   
 

그래서 언젠가부터 잠을 쫓아내기 위한 혼자만의 전쟁이 시작됐다. 겪지 않으면 의심하고 보는 성격 때문에 일단 체험을 목표로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식이요법도 있고 산책, 수다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가장 단순하고 흔한 방법은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커피의 카페인엔 각성 효과가 있다.

하지만, 커피에 한계가 있는 건 이미 너무나도 흔해져 버린 음료라는 점이다. 하루에 물보다 커피를 더 많이 마시는 사람도 적지 않다(나도 포함될 수 있다). 출근을 해서 커피 한잔, 10시 반쯤 될 때 심심하니 또 한잔을 마신다. 거기에 식사 후 한잔을 더 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적당한 스트레칭이나 산보 등의 운동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의문이 든다. 졸음의 직접적 원인이 소화에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인데, 몸을 움직일 경우 산소 소비가 더욱 많아진다.

운동을 야외에서 하니 산소 섭취가 많아지지 않느냐는 반론이 있지만, 들이마신 만큼 써 버리는데 가만히 앉아있는 것과 다를 게 무엇일까.

산소캡슐을 들이마시는 것도 생각해봤다. 졸음의 1차적 이유를 방지하는 단순한 방법이다. 그러나 산소캡슐의 가격은 하나에 무려 5천 원. 돈 많이 드는 방법은 일단 뒤로 젖혀 두자.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나온 또 하나의 방법은 산소 흡입을 늘이고 산소 소비를 최소화시키는 아주 신박한 솔루션이다. 사실 그리 기발한 건 아니다.

식사를 한 후 움직임을 일단 최소화한다. 의자 등에 앉아서 쉬되 장소는 무조건 실외여야 한다. 산소 소비를 줄이고 호흡 효율은 높일 수 있는 돈 안 드는 내용이다. 여기에 오렌지 주스 등 비타민이 담뿍 들어간 음료를 들이켠다.

결론을 내고 한 번 테스트를 해봤다. 나의 이 과학적인 최고의 솔루션이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나. 그러나 결과는 '알 수 없음'이 돼버렸다. 여전히 졸렸던 것. 느낌으로는 좀 더 덜 졸린 것 같고 업무 효율이 약간 더 올라간 것 같았다. 하지만, 죽을 듯 졸리나 미칠 듯 졸리나 졸린 건 매한가지. 효과가 확실하지 않았지만 이를 위해 실천해야 할 것들만 다닥다닥 늘어난다. 답은 결국 없고 오늘도 역시 결론은 버킹검.


[글] 아띠에떠 에이블팀 artietor@mhns.co.kr

수년의 기자 생활에 염증을 느껴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는 글덕후 노총각. 술 먹은 다음 날, 바람맞은 다음 날이어야 감성 짠하게 담긴 퀄리티 높은 글을 쓸 수 있다는 불치병을 앓고 있음. 잘 팔리는 소설가를 꿈꾸며 사인 연습에 한창임. ▶ 필자 블로그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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