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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연예인이 연애를 하는데 양다리를 걸쳤든 세 다리를 걸쳤든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의미일까.

그 연예인이 내 애인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사실 내 애인도 아니고, 나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 유독 연예인에게 연애 상 문제는 더 큰 죄와 흉이 되어 연예인을 못살게 구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나에게 아이비의 흥망성쇠는 사실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저 "잘 나가다 구덩이를 만났구나, 안타깝다. 사람들 참 이상해" 정도의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조심스레 뮤지컬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에야 비로소 그녀가 조금 미웠다.

"뮤지컬이 애들 장난이야? 유명하고 노래 좀 하는데 TV 못 나오면 대체할 수 있는 그런 시장으로 취급하는 건가? 얼마나 많은 배우가 저 무대에 오르려고 피땀 흘리며 노력하는데…"

개인적으로 필자는 가수들이 뮤지컬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뮤지컬과 연극은 고유의 발성과 고유의 매력이 있다. 그러나 가수들이 뮤지컬 무대에 오를 때 가수의 창법을 버리고 배우 고유의 창법을 쓰는 것을 거의 본 적이 없다. 뮤지컬 고유의 매력을 매우 해치는 관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수들의 노력과 실력은 인정할지라도 필자는 가수들의 뮤지컬 진출을 썩 반기지 않는다.

아이비는 결국 가요계에도 조심스레 컴백했고, 또 예능에 출연하여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런 모습 때문에 예뻐 보인다기보다는 안쓰러워 보였을 뿐이다. 수많은 악성 댓글들을 벗어나기 위해 혹은 이겨내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하게 친구의 추천으로 방문하게 된 아이비의 블로그에서 필자는 아이비의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연애 스캔들 이전에 보여줬던 모습보다 현재 방송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실제 아이비의 모습과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비는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두서없고, 여과 없이 보여준다. 아이비의 블로그를 보고 있자면 시간 많고 돈 많은 옆집 언니가 자신의 일상을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다. 블로거 중에는 정말 목적 없이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꽤 있고, 또 그런 블로거들이 꽤 인기도 있다.

한마디로 아이비는 악의없이 아주 친근하게 대중들과 블로그를 통해서 소통하고 있다. 자신이 무엇을 입는지, 또 여가수임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이 먹는지, 또 살을 빼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등등 공유한다. 자신의 주변 인물들도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정말 아이비가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인기 블로거가 되어 있을 정도로 별 내용이 없지만 나름 재미있게 포스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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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아이비를 뮤지컬 시카고 무대에서 만났다.

사실 아이비가 주인공이어서 여태껏 꺼렸던 뮤지컬이었다. 그러나 시카고를 볼 기회가 있었고, 그 무대에서 아이비가 등장했을 때 필자는 그녀의 연기보다도 창법에 주목했다. 그런데 의외의 창법이었다. 가수 아이비의 창법을 예상했었으나 뜻밖에 아이비는 정통 뮤지컬 창법을 쓰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었다. 물론 최정원, 김경선에 비해 실력이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비에게 어떤 기대도 하지 않았던 필자에게 아이비의 연기와 노래는 정말 의외의 소득이었다.

게다가 시카고의 록시하트가 허영심과 허당기가 가득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였던 것이 아이비와도 잘 어울렸다. 아이비는 예쁘고 차가워 보이는 외모이지만 그녀의 블로그를 살펴보면 그녀는 장난기 가득하고 허당기가 가득한 사랑스러운 옆집 언니 같다. 아이비는 그런 모습을 록시하트 안에서 잘 펼쳐보이고 있었다.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평상시에 보여줄 것만 같은 모습으로 록시하트를 그려내고 있었다.

분명 정통 뮤지컬 배우에 비하면 아이비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그녀의 무대를 보면서 그녀가 자신에 대한 편견들을 이겨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의 개인적인 연애사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다. 또 정말 천인공노할 정도로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 그냥 개인들끼리 마음의 상처를 내고 넘어갈 일들이 공론화되었고 아이비는 변명 한마디 못하고 나쁜 x가 되었다. 물론 아이비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녀가 나쁜 x인 동시에 그녀도 사람인지라 그녀가 그 연애와 사건으로 인해 받았을 상처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비도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싶다. 그녀는 그것을 헤쳐나갈 방법에 더 주의를 기울였던 것 같다. 그리고 차근차근히 해내고 있는 듯하다. 물론 블로그라는 매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아이비와 소통했던 필자의 편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무대에서 본 아이비는 빛이 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비는 예전의 명성을 완벽하게 되찾을 수 없을 수도 있다. 아이비를 걱정하건 비난하건 이미 발생한 일들을 없던 일로 되돌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이비는 새로운 방법으로 행복을 찾고 있는 듯하다.

자신의 실제 모습과 비슷한 록시하트라는 역할을 통해서, 또 새롭게 도전한 뮤지컬 무대를 통해서, 그리고 다수와 소통하는 블로그를 통해서… 록시하트가 아니어도 아이비는 뮤지컬에서 매력을 뽐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새로운 색으로 빛이 나는 아이비를 어서 보고 싶다. 

[공연 정보] 2000년 한국 초연 이후 매 시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뮤지컬 '시카고'가 지난 8월 2일부터 9월 28일까지 신도림 다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이다. 한국 공연 10번째 시즌을 맞는 올해에는 최정원이 여배우 벨마 켈리를, 아이비가 나이트클럽 코러스걸 록시 하트 역을 맡는다.

환락이 넘쳐나는 1920년대 미국 시카고. 켈리는 불륜 관계에 있던 남편과 여동생을 죽여 수감된 후 교도소 간수 마마 모튼의 도움으로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를 살해한 죄로 교도소에 들어온 나이트클럽 코러스걸 하트가 자신의 유명세를 빼앗자 분개하고, 이 과정에서 서로 갈등이 싹튼다.

최정원은 2000년 초연부터 한 시즌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아이비는 2012년 이 작품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여자신인상을을 받으며, 뮤지컬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둘은 키스미 케이트(2010년), 시카고(2012년), 고스트(2013년)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TV와 영화를 오가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종혁이 성기윤과 함께 능력있고 섹시한 변호사 빌리 플린 역을 맡았고, '시카고' 초연 당시 록시 하트를 연기한 전수경이 간수장 마마 모튼으로 관객을 찾아간다. 

 

[글] 아띠에떠 해랑 artietor@mhns.co.kr

팝 칼럼 팀블로그 [제로]의 필자. 서울대에서 소비자정보유통을 연구하고 현재 '운동을 좋아하는 연기자 지망생의 여의도 입성기'를 새로이 쓰고 있다. 언제 또 다른 종목으로 여의도에 입성하게 될는지. 여전히 나의 미래가 궁금한 인간. 나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여자, 말 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여자'.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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