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대학로의 공기를 바꿀 수 있을까.

지난 21일 개막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26일 오후 2시에 프레스콜을 열었다. 이날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는 준비한 프레스킷이 모자를 정도로 많은 취재진이 찾아와 HJ컬쳐가 만들어가는 '예술가' 시리즈에 대한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8월 25일까지 공연되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스타인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협주곡 1번이 혹평을 받은 후 작곡을 멈춘 3년간의 시간을 다룬 작품이다. 라흐마니노프 역에는 박유덕과 안재영이, 그를 치료하는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은 김경수와 정동화가 출연한다. 이외에도 팝피아니스트 이범재가 무대 왼편에,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현악 4중주가 무대 오른편에 자리해 두 명의 배우로 이뤄진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또 연주자들만이 아니라 배우들도 '라흐마니노프'를 위해 악기 연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스콜에는 한승원 프로듀서를 포함 김유현 각본가, 이진욱 음악감독, 김보람 작곡가, 안재영, 박유덕, 김경수, 정동화 배우와 오세혁 연출이 참가했다.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첫 뮤지컬 연출로 눈길을 끈 '스타 작가' 오세혁 연출이 인사와 함께 "공연예술 하는 사람이다 보니 작품 보며 저도 자신이 위로 되고 치유되는 느낌이다. 많이 오셔서 많이 위로받고 치유되면 좋겠다" 며 기자간담회의 서문을 열었다.

   
 

HJ컬쳐가 창작 뮤지컬을 만들면서 '고흐'부터 '라흐마니노프'까지 예술가의 삶을 따와서 많이 한다. 한승원 대표의 취향인지 회사 컨셉인지, '라흐마니노프'의 삶에 어떤 영감을 받아 올렸는지.

ㄴ 한승원 프로듀서: 처음부터 '예술가 시리즈'를 하려한 것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하게 됐다. 하지만 ;라흐마니노프;는 특별한 케이슨데 작곡, 작사한 두 분께서 회사에 찾아와서 이 작품을 같이 하면 좋겠다고 해서 한 작품이다. 마치 작품의 내용처럼 부족하지만 우리 회사를 믿고 소중히 생각하는 것들을 제안해준 작품이라 여타 작품과 다르게 꼭 잘하고 싶었다.

   
 

배우들이 작품 사이에 여유도 거의 없이 '열일'하신다. 대학로 대표 소극장 배우다. 혹시 체력적으로나 무리 없으신지. 다작하시는 이유가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다.

ㄴ 정동화: 무대 일을 사실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불러주셨을 때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게 되면 놓치고 싶지 않더라. '놓치지 않을 거에요' 랄까(웃음). 사실 '라흐마니노프'도 제 생각에는 작품을 하기 어려운 시기였지만 연출과 프로듀서를 통해 작품에 대한 메시지를 접하고 나니 꼭 하고 싶단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 참여하게 되서 영광이다.

ㄴ 김경수: 어찌하다 보니 계속 HJ컬쳐와 하고 있다(웃음). '라흐마니노프' 역이 아니라 더 하고 싶었다. 다작하는 이유란 건 따로 없는 것 같다. 무대를 사랑하고 좋은 제안이 왔을 때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하는 게 배우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ㄴ 박유덕: 지금은 많은 거 안 하고 '라흐마니노프'만 하고 있다(웃음). 어찌하다 보니 여러 작품을 동시에 했는데 그 부분에 있어 감사하단 말밖에 드릴 수 없다. 많이 부르고 찾아주셔서 민폐만 안 끼쳤으면 다행이다. 좋은 공연의 일부가 되서 너무 좋았고 체력적으로나 작품의 퀄리티를 위해서 그런 모습을 안 보여드릴까 하는데(웃음) 불러주시면 가는 게 제 입장이고 좋은 작품 불러주시면 늘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한다. 항상 불러주셔서 너무 감사한다.

ㄴ 안재영: 저도 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많이 불러주셔서 작품 열심히 하고 있는데 또 하면 많이 보러와주셔서 감사하다. 사실 저는 많은 작품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무대가 좋아서 작품이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늘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라흐마니노프'는 클래식 스타다. 그러나 이 작품은 뮤지컬이고 피아니스트가 있고 배우가 있다. 거기서 배우의 연기나 음악에 있어 균형을 잡기 어려웠을 것 같다.

ㄴ 오세혁: 저는 처음부터 명확한 지점이 있었다. 예전에 고속도로 화장실에서 어떤 문구를 읽은 적 있다. 음악은 눈을 뜬채로 꾸는 꿈이다. 음악이 흐르는 순간 현실의 공간이 바뀌고… 뭐 이런 말인데 제게 너무 와 닿았다. 음악이 흐를 때 뭔가 시공간이 바뀌고 앞에 있는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말을 하는 느낌이고. 음악이나 음악가에 대한 작품을 한다면 그런 부분을 많이 부여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몇 달 지나지 않아 '라흐마니노프' 연출 제안을 받았다. 저희는 음악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에는 대사나 뭔가로 표현하지 말고 음악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원래 대본에는 대사가 많았는데 음악으로 말을 할 수 있는 순간이면 대사나 행동을 빼고 어떤 공기가 바뀌는 순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엄청난 건 아니고(웃음) 그저 음악이 1순위였다.

ㄴ 이진욱 음악감독: 저는 배우들이 꼭 '라흐마니노프' 작품을 연주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기존에 있는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본인의 역량을 드러내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인데 생소한 악기연주까지 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많이 수고하셨다고 전하고 싶다. 저는 연출님과 맥주 한잔 하며 그런 이야기 했었다. 안재영 배우랑도 함께했는데 연기랑 음악이랑 어떻게 보면 똑같을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두 부분을 배우들이 잘 습득하고 원래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이 너무 어려워서 자유롭게 연주하는 것은 음악가들도 불가능한 지점이라 작곡을 하는 느낌이나 설정을 하고 가면 어떠냐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임팩트 있어야 하는 부분은 배우들이 직접 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배우들과 공유하며 만들게 됐다. 그 부분이 더 울림이 느껴지는 것 같다.

   
 

피아니스트가 무대 뒤쪽에 있지만 자꾸 시선을 강탈한다. '라흐마니노프' 외에도 '모차르트'부터 '쇼팽'까지 다양하고 어려운 작품을 연주하시는데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 참여한 계기와 소감이 궁금하다.

ㄴ 이범재: 음악감독과 같은 학교 출신이다. 작년에 한 번 연락이 왔다. '라흐마니노프'란 작품이 들어가는데 네가 연기를 하면 어떻겠냐 해서 운전하다 너무 빵 터져서 코믹연기면 하겠다고 했다. 그때 작품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이번에 연락이 다시 왔다. 사실 부담스러웠다. 모든 피아니스트가 공감하겠지만 넘지 못할 '넘사벽' 같은 작품이 '라흐마니노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감독님께 쉽다고 속아서 들어와서 함께 하게 됐다(웃음).

   
 

'좀 더 많이' 채우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요즘 여백의 미를 강조한 뮤지컬 '라흐마니노프'가 진심을 통한 위로로 관객들을 어루만질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인다.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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