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당신은 인생의 무엇을, 언제를 되돌리고 싶은가?' 

'시간을 되돌린다'는 장치는, 과학이 이만큼 발달하지 않은 예전부터도 종종 판타지물에 등장하던 흥미로운 소재였고, 지금까지도 역시 매력적인 장치로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곤 한다.

이는 인간이라는 존재가 과거를 곱씹고, 후회하고, 때로 얼마나 절실히 돌아가고 싶어하는지를 보여주는 한 예일지 모른다. 불완전하기에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과거 자신이 하지 않아 후회했던 일을 다시 돌아가 하거나 혹은 자신이 행동했던 것을 되돌려 바로잡고 싶은 마음. 이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결국 더 나은 현재, 그리고 더 행복한 미래를 살고 싶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행운이 주어진다 해도 우리의 인생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애써 돌아가 고군분투해 보아도, 달라진 과거는 현재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들 가운데 내가 기대하고 원하지 않았던 것들이 새로이 포함되어 우리를 당혹 시킨다.

지난해 12월에 개봉했던 영화 '어바웃 타임'은 이러한 소재를 비교적 가볍고 밝게 다루었다. 과거로 돌아가는 수단마저 '옷장 속으로 들어가 눈을 감은 채, 주먹을 꼭 쥐고는 돌아가고픈 순간을 떠올리기'라는 깜찍한 방식이었다.

우리의 주인공은 '내 인생의 여자'라고 생각되는 그녀와 만나고 시작하고, 사랑하게 되는 그 순간들을 보다 인상적이고 완벽하게 하기 위해 이 능력을 사용한다. 물론 중간 중간 예기치 못한 시련들이 닥친다는 '타임 슬립물'의 전형을 벗어나지는 않지만, 그래도 능력을 남용하는 것이 야기하는 문제를 깨달았을 때, 이를 어느 정도 되돌리고 컨트롤할 수 있는 기회를 남겨두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방영을 시작한 드라마 '신의 선물-14일'이나 작년 이맘때쯤 방영했던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은 다루고 있는 주제나 분위기 자체가 더 무겁다. 주인공들이 되돌리고자 하는 것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이고, 그 죽음을 가져왔던 절망스러운 과거,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 겪었던 끔찍했던 현재다.

그러나 드라마 '나인'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노력을 통해 주인공 '선우'가 얻게 되었던 것은 그 일은 해결되었을지언정, 모르는 것이 더 좋았을 가족의 어두운 진실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잔인하게도 가족이 살아난 대신, 지금 내 곁에 당연히 있으리라 여겼던 사랑하는 여자가 사라지는 것이었다.

아직 많은 이야기 줄기가 밝혀지지 않은 '신의 선물'에서도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되는 동시에 염려되는 것은, 납치되어 죽임을 당한 딸을 살리려는 엄마 '수현'이 밝혀내게 될 잔인한 진실이 존재하리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녀가 사랑하는 딸을 과연 살릴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과 더불어, 딸이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 누가 개입되어 있는지를 알게 되는 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궁금해지는 이유이다.

만약 당신에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주어진다면, 어느 순간에 그 기회를 사용할 것인가? 언제로 되돌아가 무엇을 되돌리고 싶은가?

망가진 내 가족을 다시 예전처럼 되돌리는 일이 지금 내가 사랑하는 이를 잃고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현재의 불행과 연결된다면, 과연 그 선택을 내릴 수 있을까? 어릴 적 언젠가, '타임머신이 내게 나타난다면?'이라는 상상의 끝에, 나는 아마도 어느 순간에 그 기회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현명할지 선택할 수 없어, 그러한 능력이 있다고 해도 사용할 수 없을 거라는 결론에 이르렀던 게 기억난다.

지금의 생각도 어쩌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뻔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기회가 주어진대도 혹여 다시 돌아가 지금의 모습대로 돌아올 수 없을 때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들, 지금은 내게 너무도 당연히 여겨지는 소중한 것들에 보다 집중하고, 그 고마움을 깨닫는 것. 결국은 가장 소중했던 이를 잃지 않으려고 곁에 두려고 고군분투하는 세 작품의 주인공들이 우리에게 공통적으로 전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글] 아띠에떠 미오 artietor@mhns.co.kr 

미오(迷悟):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심리학,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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