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현재 컴퍼니의 데이비드 해로우어 작 문삼화 번역 연출 블랙버드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pjg5134@mhns.co.kr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문화뉴스] 극작가 데이비드 해로우어(David Harrower / 1966~)는 영국 에딘버러에서 태어나 지금도 그곳에 살고 있다. 1995년 에딘버러에서 공연된 그의 처녀작 <Knives in Hens>는 평단과 관객모두에게 성공한 작품이 되었다. 중세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농부, 방앗간 주인 그리고 그의 아내가 엮인 삼각관계 러브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한 여자가 자신의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한 내면의 탐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98년 작으로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혼합되었던 <Kill the Old Torture Their Young> 역시 전작에 버금가는 작품이다. 에딘버러에서도 다른 작품들과 비교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특징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높은 호응을 이끌어 냈다.

2001년 작인 <Presence>는 '비틀스'의 성공적인 공연의 전설적인 장소인 함부르크 스타클럽에서의 전날 밤을 다른 시각으로 관찰한 작품이며, 2003년 작 <Dark Earth>는 코미디로 시작하여 역사와 땅의 의미에 대한 고찰로 변하는 작품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작품의 극작, 각색을 통해 그만의 새롭고, 은유적이면서도 시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개성강한 이야기들을 선보이고 있다.

작품으로는 1995 <Knives in Hens> 1998 <Kill the Old Torture Their Young>2001 <Presence>, 2003 <Dark Earth>, 2005 <Blackbird>, 2008 <365>, 2009 <Lucky Box>, 2013 <Ciara> 등이 있고, 2006 <Blackbird>로 올리비에 희곡상 베스트 희곡상을 수상했다.

문삼화(1967~) 연출가는 University of Northern Iowa(UNI) 연극과 출신이다. 2003년 연극 <사마귀>로 공식 데뷔하여 10년 넘게 연출가로 살아온 베테랑이며 공상집단 뚱딴지의 대표를 맡고 있다. 연출작품은 <바람직한 청소년> <뮤지컬 균> <세자매> <일곱집매> <언니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너 때문에 산다> <쿠킹 위드 엘비스> <백중사 이야기> <Getting Out> <라이방> <사마귀> <뽕짝> <잘자요 엄마> <핑키와 그랑죠>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2003평론가협회선정 올해의 베스트3, 2004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제3회 젊은 연출가전 최우수작품, 2005 서울연극제 연기상, 신인연기상, 2006 거창 국제공연 예술제 남자연기상, 2008 서울문화재단 젊은 예술가 지원사업(Nart)선정, 2008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09대한민국연극대상희곡상, 2013 서울연극제 우수작품상, 여자연기상, 2013한국연극BEST7, 2013제1회 이 데일리 문화대상 연극부문최우수상, 2013대한민국연극대상여자연기상, 2014제16회 김상열 연극상 등을 수상한 연출가다.

   
 

연극 '블랙버드'는 2005년 영국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개막작으로 초연된 후 파격적인 소재와 숨 막히는 긴장감으로 매 공연마다 극찬을 받아온 작품이다. 2006년 영국 웨스트엔드 공연, 2007년 미국 오프 브로드웨이 공연을 시작으로 호주, 스웨덴, 노르웨이, 스페인,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공연되기 시작했으며 2006년 영국 비평가상 베스트 희곡상 수상, 2007년 영국의 토니상이라 불리는 로렌스 올리비에상 베스트 희곡상 수상, 2009년 뉴잉글랜드 독립비평가상 여우주연상 수상, 2009년 엘리엇 노튼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008년 김광보 연출과 추상미, 최정우 출연으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바 있다.

연극 <블랙버드>는 실제 미 해병대였던 한 남자와 소녀의 만남을 통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순결과 힘, 성, 그리고 죄에 대한 우리의 편견을 그린다. 실제 1971년 미국 미시간에서 태어난 `토비'는 전직 U.S해병대로 2002년 7월 인터넷 채팅룸을 통해 자신이 실제 19살이라고 주장했던 영국 맨체스터에 사는 12살의 소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는 2003년 7월 그녀의 부모에게 쇼핑을 간다고 한 후 토비를 만나 파리로 도망갔으며 그 곳에서 성관계를 갖게 된다.

결국 토비는 독일에서 체포돼 영국으로 송환되고 그는 12살 소녀의 나이를 몰랐다고 전적으로 부인했으나 법정에서 유괴와 적절치 못한 외설에 대한 잘못으로 유죄를 선고 받고 철창신세를 지고 만다.실제 사건을 모티브로한 연극 <블랙버드>는 12살 소녀였던 `우나'가 40살의 옆집 아저씨 `레이'와 성관계를 갖게 되며 시작 된다. 이들의 관계가 세상에 알려진 뒤 레이는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고 3년 이상을 복역했으며, 우나는 성폭행의 피해자로 상담과 치료를 받는다. 극은 그 사건이 있은 뒤 15년이 흐른 상황에서 시작한다. 우나는 우연히 병원 대기실에서 레이가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실린 잡지를 보았으며, 사진 속 레이의 웃는 모습을 보고 그 길로 여섯 시간 이상 차를 몰고 레이를 찾아온다.

우나는 레이가 찍은 자신의 사진들이 어디 있는지, 혹시 더러운 웹사이트에 올린 것은 아닌지 묻는다. 레이는 자신을 소아 애호 증을 앓는 성도착자와 동일한 부류로 취급하는 우나에게 화를 내며, 그 때 그 사건이 사랑이었음을 강변한다. 그리고 극은 레이와 우나의 회상을 통해 그때 그 사건이 벌어졌건 시간 속으로 관객을 이끌어 간다. 레이는 현재 자신을 중역이라고 소개를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경비로 일을 하고 있는 레이의 어려운 모습이, 실내에 비치된 낡은 캐비닛과 커다란 쓰레기통에서 짐작할 수가 있고, 쓰레기통 옆에 여기저기 넘치도록 깔려있는 쓰레기 더미 옆에 커다란 탁자가 자리를 잡은 공간에서 우나는 레이에게 과거의 행위에 대한 진실성을 따져 물어본다.

대화 중 언성을 높이고 쓰레기를 상대에게 끼얹기도 하면서, 두 사람의 다투는 모습이 전개되지만, 레이가 아동 성 애호 증이 아니라 성년 여성으로 알고 한 행위였다고 우나에게 사과를 하면, 우나는 첫 경험이었지만 즐거웠고 쾌감을 느꼈다고 대답한다. 오해가 풀린 듯 둘은 서로를 안고 입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러다 멀리서 레이를 부르는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방문을 열고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가 들어온다. 레이와 현재 동거 중인 여인의 아이가 찾아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우나는 그 소녀가 레이의 이름을 부르며 매달리는 것을 보고, 불현듯 레이와 그 소녀의 관계를 의심한다. 레이는 우나의 의심을 극구 부인하며, 자신을 잡는 우나를 뿌리치고 소녀와 함께 작업장을 떠난다. 우나는 울음을 터뜨리며 빈 작업장 바닥에 주저앉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조재현이 레이, 옥자연이 우나로 출연해 열연을 펼친다. 채수빈이 우나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소녀 역으로 정수인이 출연해 호연을 보인다.

무대디자인 박동우, 소품디자인 임은지, 조명디자인 박성희, 음악디자인 레인보우99 이성신, 조명프로그램 문동민, 조명 음향 오퍼 구대영 그 외 스텝진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수현재컴퍼니(조재현 김지숙 대표)의 데이비드 해로우어(David Harrower) 작, 문삼화 번역 연출의 <블랙버드(Blackbird)>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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