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2014년의 봄이 시작됐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계절, 봄이다. 이때는 봄바람을 타고 선남선녀의 맞선이나 소개팅이 시작되거나 혹은 새로운 취미생활을 찾고 올해의 거창한 계획들을 실천하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 중의 하나 운동을 통해 겨울을 통해 미뤄왔던 다이어트와 숨은 바디 라인을 찾기 위해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된다. 여성들의 발길이 쇄도한 곳이 라틴댄스이다. 그래서 여름이 되기 전 댄스 분야의 등록이 늘어나는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 2달 동안 매주 1회 정도만 수업을 들으면 당신도 이렇게 '소셜댄스'라는 근사한 취미를 갖게 된다. ⓒ 딴따라땐스홀

그 중에서 왜 라틴댄스일까? 커플 댄스가 주는 매력과 라틴음악 특성의 경쾌함 그리고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부담이 되는 부분도 있다. 남자 파트너와의 스킨쉽 때문이다. 그러나 그 스킨쉽도 교감의 일종으로 본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눈을 마주치고 손을 잡고 음악을 듣고 걷기 시작한다면 벌써 라틴댄스를 시작한 것이다. 4분의 교감 그리고 소통이라고 말하면 이해가 될까? 4분이라는 한곡의 음악이 이제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음악이 아니다. 내가 현재 몸을 움직이고 파트너와 교감하고 있는 이 시간의 음악은 온전히 나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음악 안에는 파트너에게 집중하고 소통하고 손으로 느껴지는 온기와 춤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不如一見)' 말이 무슨 소용이던가.
한번 보면 또 다른 제2의 인생이 펼쳐진다는 말은 거짓이 아녔다. 

홍대와 강남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살사, 스윙, 탱고 댄스홀의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은 개략적으로는 두 가지의 양상을 보인다.

"나 빼고 이렇게 재미있게 놀았단 말인가? 이런 신세계가 놀랍다" 혹은 "이 춤은 난 못해 어떻게 남녀가 손을 잡고 이렇게 춤을 출 수 있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 결국 발걸음은 다시 이곳을 향하고 있고 시작하면서 '왜 진작 알지 못했을까?'라는 후회 어린 푸념들을 내뱉곤 한다. 그러나 늦지 않았다. 100세 시대라고 하지 않았나. 결국은 현재 이 시간을 투자하고 선택한 사람만이 인생과 춤을 즐길 수 있다. 스스로 열리지 않으면 절대 다른 세계는 펼쳐지거나 만들어지지 않는다. 일주일에 딱 2시간만으로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투자해도 아깝지 않지 않을까. 투자 없는 결과는 없다. 시간과 노력, 애정을 줘야 받는 법.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내가 어떤 시선으로,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법. 그것이 또 다른 나만의 제2의 인생이다.

걷기의 시작, 그것이 신체활동의 시작이자 '소셜댄스'의 첫걸음이다.

숨을 쉬는 것 그리고 걷는 것은 모든 인간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신체활동이다. 소셜댄스의 기본적인 '베이직 스텝'은 걷기만 해도 출 수 있다는 것이다.(혹은 다른 사물을 이용해서 걷기를 할 수도 있다.) 모든 춤의 기본은 걷기를 지향하고 있다. 걷기는 우리가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신체 활동이다. 두발로 서서 걷는다는 것은 독립적으로 어떤 곳을 향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의 뜻이기도 하다. 

우리는 공원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보고 걷는다. 그리고 서로 함께 움직인다. 그것도 동일한 음악을 네 개의 귀를 통한 그리고 네 개의 손을 통해 교감하고 눈으로 말한다. 말로 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수 만개의 표현은 몸과 눈빛 그리고 손짓이 아니던가. 음악 한곡으로도 춤을 추는 사람들은 많은 것을 상대방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어진다. 춤이라는 이름으로.

   
▲ ⓒ 포토그래퍼 장용훈

'나만의 제2의 놀이터를 만들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나만의 적을 둘 곳이 없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 같은 직장? 옛날 말이라고, 가족은 가족일 뿐이라고, 친구들은 저마다 각자의 일상에 바쁘다. 그래서 시작된 건 '인생에서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자'였다. 굳이 친구를 찾지 않아도 약속을 정해놓지 않아도 갈 수 있는 동네 단골집 같은 그런 사랑방 같은 곳을 만들자는 것이다. 그것이 결국은 커뮤니티 활동으로 시작된 소셜댄스의 활동과 댄스홀이었다. 

기분 좋은 일이 있거나 우울한 일이 있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참새가 방앗간을 가듯 발길이 가게 되는 곳. 일정을 정해놓지도 않았다. 누가 있는지 묻지 않았다. 늘 그곳에 가면 좋아하는 음악과 춤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춤을 추든 음악을 듣던지 맥주 한 병을 혹은 음료를 마시던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춤과 음악에만 집중한다. 또한, 머릿속이 복잡할 때는 이런 생각을 한번에 지울 수 있는 곳이었다. 이 놀이터는 국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해외여행을 갈 때 댄스화를 챙기고 나라별 댄스홀 지도나 정보를 습득하고 가보면 해외에서의 나만의 문화놀이터가 형성된다. 낮에는 그 나라 여행을 하고 저녁에는 춤을 즐겨보면 그 나라 문화도 쉽게 접하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형성되기도 한다. 하나의 시작은 다른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기 쉽기 때문이다.

[글] 문화뉴스 김정연 press@mhns.co.kr (국민대학교 문화예술 소셜댄스스포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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