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네 번째 순서는 연극 및 뮤지컬 연출가 변정주다. 변 연출은 연극 '도둑맞은 책', '보도지침',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 '아랑가' 등을 연출하며 작품성,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은 베테랑 연출가다. 얼마 전에는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에서 뮤지컬 '아랑가'로 연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달 10일 청와대와 문체부가 세월호 시국 선언과 특정 야당 정치인에 대한 지지 등을 이유로 작성해 파문을 일으킨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9,437명 명단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변정주 연출가 ⓒ 문화뉴스 DB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감은?

ㄴ (블랙리스트에서) 처음 내 이름을 발견했을 때, 소감으로 말할 수 있을 만한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어차피 공연계 안에서는 공공연하게 알던 일이고, 느껴오기도 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름이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명예의 전당'이라고 농담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시국선언이나 지지선언에 이름을 올리고도 누락된 주변의 지인들은 명단에 올려달라는 얘기까지 있었다.

하지만, 최근 박근혜 사태가 터지고 난 이후에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지원에서 배제된 문화예술인이 있다는 얘기는 바꾸어 말하면 지원에서 특혜를 받은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저항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 예술가가 있는 반면에, 입 다물고 권력 주변의 이권에 기생한 예술가도 있다는 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내부의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시국이나 문화예술계 현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 달라.

ㄴ 이번 문화예술 농단 사태를 계기로 문화예술계 내부의 부패는 물론, 그 부패의 연결 고리들을 제거해야만 할 것이다. 박근혜 정권에 부역한 문화예술인은 거슬러 올라가면 쿠데타 독재정권, 더 나아가 친일 반민족 행위자들로까지 올라갈 수 있다. 환부만 도려낸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결국에는 병의 원인이 되는 부분까지 고쳐 나가야 한다. 개인적으로 우리 연극계의 문제는 친일연극인들을 제대로 단죄하는 평가를 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후예들이 여전히 반성 없이 연극계의 기득권층을 형성하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역사로부터 지금의 이 문화예술 농단 사태까지 번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약이 아닐 것이다. 뼈아픈 내부의 반성이 필요하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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