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 부새롬 연출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변화한 게 없는 이 시점에 본지에선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 예술가'다라는 섹션을 연재한다. 매일 다양한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유 발언대를 마련했다. 그 자유발언의 분량과 형태는 자유롭게 이어질 예정이다.

다섯 번째 순서는 연극 연출가 부새롬이다.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달나라 연속극', '로풍찬 유랑극장' 등을 연출하며 극단 달나라동백꽃을 이끌어가고 있는 젊은 연출가다. 부 연출은 지난 달 22일 폐막한 '썬샤인의 전사들'이란 작품으로, 연극을 통해 역사적 사건과 그 의미를 관객들에게 감각적으로 느끼게 한 바 있다. 그는 최근 예술가 검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등 일련의 사건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맞서기 위해 7,449명의 문화예술인과 289개 문화예술단체가 참여한 '우리 모두가 블랙리스트다'에 서명했다.

 

   
ⓒ 부새롬 연출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자진해서 이름을 올렸다. 이유는?

ㄴ 블랙리스트의 근거가 됐다고 알려진 네 가지의 서명들(세월호 시행령, 박원순 지지 등)에 모두 빠짐없이 서명을 했었다. 그런데 블랙리스트를 취합한 공무원이 일을 대충 했는지(?) 내 이름이 빠져있더라. 그래서 빠졌다고 얘기한 것이다. 거기에 이름이 안 올라가있는 게 오히려 더 부끄러운 일 같아서 말이다.

 

현재 시국이나 문화예술계 현 상황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가감 없이 이야기해 달라.

ㄴ 현재 시국은…… 지금 내가 연극을 만들고 있을 때인가, 싶을 정도로 참담하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될 수 있나, 어떻게 이렇게까지 되도록 내버려둘 수가 있나, 어떻게 이 나라에서는 이 정도의 사람이 오랜 시간동안 걸러지지 못하고 정치인을 거쳐 대통령까지 하게 됐나 싶다. 국가의 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진창이면, 국민과 민주주의를 얼마나 우습게 알면 그 몇 사람이 나라를 이렇게나 엉망으로 좌지우지할 수가 있고, 여태 쉬쉬할 수 있었나……. 도대체 이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는지, 분노를 넘어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블랙리스트의 문제 역시, 이 정권을 내가 지지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원칙의 문제에 있다고 본다. 만약 지금과 반대로 현 정권이 내가 지지하는 정권이고 어떤 창작자가 이 정권에 반대하는 서명 같은 걸 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면, 난 똑같이 분노했을 것 같고 어떤 식으로든 의견 표명을 했을 것 같다. 정말 끔찍한 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부터 박근혜 게이트까지 제대로 진상이 밝혀지고 잘못이 처벌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거나 믿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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