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김은성 작가, 부새롬 연출가 인터뷰

[문화뉴스]

 

   
지난 달 26일 두산아트센터에서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김은성 작가(오른쪽)와 부새롬 연출가(왼쪽)를 만났다

"지금까지 쓴 희곡 중 가장 공들여 쓴 희곡이다."

2012년 연극 '목란언니'로 동아연극상 희곡상과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 그리고 두산연강예술상 공연부문을 수상한 작가 김은성이 새 희곡으로 우리 곁을 돌아왔다. 3년 6개월 동안 그가 '공들여' 쓴 신작 '썬샤인의 전사들'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사건들을 통해 상실에 대한 트라우마, 남은 이의 부채의식 등 지금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깊은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두산연강예술상 수상 혜택으로 두산아트센터에서 신작 제작 지원을 받은 김은성은 '썬샤인의 전사들' 작업을, 극단 달나라동백꽃에서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 온 부새롬 연출가와 함께 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달 26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에서 만난 김은성 작가와 부새롬 연출가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연극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재조명하며 현재 대한민국 사회의 문제들을 조망하기에 이른다고 말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에서 만난 인연들이, 대학로를 꾸준히 지키며 시기적절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는 당당한 극단으로 이어졌다. 극단 달나라동백꽃에 대한 이야기부터, 신작 '썬샤인의 전사들'의 무대, 연출, 극작에 대한 이야기까지. 김은성 작가와 부새롬 연출가의 연극적 케미를 만나기에 앞서, 인터뷰를 통해 인간적 케미를 만나보자.

 

 

   
 

"달빛 아래 꽃으로 터지는 극장". 극단 달나라동백꽃의 아이덴티티가 궁금하다.

ㄴ 부새롬 연출가 : 어떤 극단들은 연극적 목표를 가지고 창단을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았다. 내가 극단을 만들자고 동료들에게 제안하면서 '이런 형태의 연극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거나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저 '연극을 재밌게 하고 싶다'에 가까운 생각으로 시작했다. 나름대로 내가 하고픈 연극이 있긴 하지만, 그게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극단의 성격을 취하자는 것은 아니다. 그런 아이덴티티는 특별히 없다.

우리 극단에 윤혜숙 연출가가 소속돼 있다. 예전에 그 친구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과 '무한도전'을 비교하면서, '런닝맨'은 정형화된 포맷이 있고 '무한도전'은 포맷이 없는데, 우리 극단은 '무한도전'과 가까운 것 같다고 말이다. 그들처럼 대단한 곳은 아니지만(웃음), 그때그때마다 제안하며 재밌게 연극하는 극단이다. 그게 우리의 아이덴티티다.

한예종 출신 연극인들이 모여 2011년 8월 창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시작이 궁금한데.

ㄴ 부새롬 : 한예종 출신이 많기도 하고, 시작이 거기서부터 비롯된 것은 맞다. 학교에서 공연 만들다가 은성이한테 극단 창단을 제안했고, 그러다가 마음이 맞는 배우들을 끌어들이면서 만들어진 팀이다. 한예종에서 시작한 건 맞지만 지금의 구성원은 섞여 있다. 이지혜, 윤혜숙, 김미나 등등은 한예종 출신이 아니다. 어떤 친구들은 지인 소개로 만나서 눈이 맞아 극단에 들어오기도 하고, 같이 작업 해보니 괜찮은 배우도 있었다. 지혜랑 혜숙이는 학부 시절 연극반 후배들이다. '로풍찬 유랑극장' 초연 때 이 두 친구와 함께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가 지금까지 함께 하게 됐다.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은 오는 27일 개막한다 ⓒ 두산아트센터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은 소설가 승우가 쓴 소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리고 그 소설은 한 소년병의 전장일기를 다루고 있다. 작가가 작가를 그리며 그 작가는 또 다른 작가를 그린다. 어쩌면 '승우'는 작가 김은성과 가장 닮아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데, 김은성 작가도 절필을 마음먹었던 적이 있나?

ㄴ 김은성 작가 : 아직 없다. 작가의 절필 선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주변에 절필을 선언한다는 사례 자체도 별로 없다. 예전에 어렸을 때 한 소설가 선생님이 절필을 선언한 것 말고는 본 적이 없다. 작가들은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존재들이다. 쓰고 싶지 않으면, 그냥 안 쓰면 되는 거지, 감히 절필을 선언하기까지 하는 것은…….

그러나 승우 정도면 봐줘야 될 듯하다. 승우 정도의 이유로 절필했다면 건방져 보이진 않는다. 그냥 살기 싫어진 거다, 승우는. 살기 싫어지니 일부터 안 하게 된 것 같다. 나는 아직 감히 절필을 생각해본 적도 없다.

 

 

   
 

승우에게서 김은성 작가의 모습을 찾아봐도 될까?

ㄴ 부새롬 : 승우는 커피믹스 모델 일을 하던 사람이다. 김은성 작가와 전혀 다르다. 작가의 이상이다(웃음). 농담이고, 그런 태도는 잘못하면 위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극 안에 있는 인물이 가는 길이 각각 있는데, 이걸 김은성이라는 존재로 치환해 생각해버리면 혼란스러워지는 지점이 생길 수 있다. 작가의 생각은 극중 여러 인물에게 들어가 있다. 따라서 승우의 어떤 면은 작가와 비슷한 면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김은성의 분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곤란하다.

ㄴ 김은성 : 일단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승우는 나보다 15살 이상 많다. 한 번도 '승우는 나다'고 생각한 적 없이 글을 썼다. 오히려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어떤 형님이란 생각에 가까웠다. 소설가들이 글을 쓸 때 간혹 친한 소설가들 생각해보면서 쓰는데, 나도 그랬다. 지금까지는 보통 등장인물 한, 두 명에 감정이입 되는 경우 많았는데, 이번에는 오히려 거리감 있는 상태에서 썼다.

 

 

   
 

한국전쟁은 영화나 소설 등으로 많이 사용됐던 배경이자 소재다. 자칫하면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얽매이거나, 감정적 호소에만 매달리는 뻔한 이야기가 될 수 있기도 한 소재다. 기자는 김원일의 소설 '어둠의 혼'에서 화자로 등장하는 어린 아이의 터무니없이 솔직한 문장을 보고 미어지는 가슴을 부여잡은 적이 있다. 이데올로기라는 거창한 미명 아래 인간의 저열한 욕망과 이기심을 발견하기 위해 타자적 존재인 '어린 아이'의 시선이 꼭 필요했던 지점이라 생각한다.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에서도 한국전쟁을 겪은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닌, '아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비슷한 맥락으로 봐도 괜찮을까?

ㄴ 김은성 : '어둠의 혼'은 정말 끔찍한 소설이다. 왜냐면 소년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풍경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자신의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서도 자신이 느낀 그대로 얘기한다. 어린 아이는 어른들처럼 '해석'하지 않는다. 따라서 그의 표현이 조심스럽게 던져지지도 않는다.

당시 김원일 선생님은 분단을 끊임없이 얘기하셨는데 그런 방식으로 얘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이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이 전제가 됐을 때, '너 다른 생각하는 거지?', '이걸 통해 우리 비판하려는 거지?'라는 잣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에 따라 독자들은 사건에 대해 '순진하게만 보는 거 아냐?', '용기 있게 센 이야기를 하지 못 하는 거 아니냐'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가 좋았던 것은 그냥 '보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그대로 묘사하는 자체만으로도 훨씬 비극적이고 슬프게 다가온다. 그게 '썬샤인의 전사들'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의 시선일지는 모르겠다.

김원일 선생님은 작품에서 직접 겪은 이야기를 하는 것에 가깝다.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아는 작가다. 나는 직접 겪은 작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전쟁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전후세대 소설가들에게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한국전쟁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기억하며, 다시는 일어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이 작품은 평화 혹은 전쟁에 대한 반대를 얘기하지는 않지만, 크게 애기하면 그 맥락에서 이뤄진다.

 

 

   
부새롬 연출가는 "연극에서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두산아트센터 

순이, 명이, 막이, 선호, 호룡 등 시놉시스에 나오는 역할 이름들로 봤을 때 어린이들이 주 역할일 것으로 보인다. 아역 배우를 캐스팅했는지, 혹 성인 연기자들이 어린이 역할을 맡는다면, 어떤 식으로 어린이 역할을 소화하게 할 것인지 궁금하다.

ㄴ 부새롬 : 나는 연극에서 아역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스물다섯 살의 배우가 서른다섯 살의 사람을 연기할 때도 있고, 열일곱 살의 사람을 연기할 수도 있다. 그저 어떤 나이 대를 연기하는 것이다. 테크니컬하게 신체적 말하기에서 특징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굳이 아이를 흉내 내야 한다는 것에 신경을 쓰진 않는다. 이 인물을 통해 장면에서 무얼 얘기하고 싶은가가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들에게 '너는 아이니까 이렇게 해야 돼'라는 식으로 대해 얘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배우들과 얘기한 건 인물들이 역사적 비극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이 비극이 어떤 의미인가', '이 비극 속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한 얘기다. 극중 유일하게 봄이(극중 '승우'의 딸)에게 말하는 대사를 배우의 의견에 맞게 조정하고 있는 중이다. 승우가 봄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데, 실제 승우 역을 맡은 김종태 배우에게 네 살 아들이 있다. 그래서 김종태 배우의 의견을 반영해 보다 부모가 아이한테 들려줄 만한 말투로 문장을 바꾸고 있다. 봄이 역을 맡은 박주영 배우한테도 아이 역할에 대해 특별히 얘기하지 않았다.

영화는 자신이 촬영하는 씬만 연기하면 된다. 그러니 많은 분석이나 의미를 알 필요도 없다. 연극은 그렇게 할 수 없다. 때문에 우리 극에서 아역 배우를 캐스팅한다면, 그 아역은 너무 잔인한 세계에 일찍부터 노출돼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극을 해석할 능력이 부족하다. 물론 아이란 존재 자체가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지만 연극 무대에서 '배우'로서 감당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준비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연극에서 아역 배우 쓰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부새롬 연출가는 무대 디자이너 출신이다. 이번 연극에서는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ㄴ 부새롬 : 무대는 디자이너가 하는 거다(웃음). 그러나 연출의 영역이기도 하다. (지난 연극 '복도에서, 美성년으로 간다'처럼) 이번에도 공간 개념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다. 작가(승우)의 세계와 허구의 세계, 과거에 실재했던 세계 등등. 그런 개념에 대해서는 디자이너와 많은 얘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ㄴ 김은성 : 이렇게 말하면 대략적인 감이 잡히실 것 같다. 승우의 집필실이 주 무대가 된다. 그리고 이 무대에 승우의 환상의 공간이 중첩돼 있을 거다.

ㄴ 부새롬 : 공간 개념 중에 가장 중요시하고 있는 부분은, 역사적 인물들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다고 했을 때 이상함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고 승우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겠지만, 역사적 인물들이 우리가 앉아 있는 소파 바로 옆에서 쓱 나타난다고 했을 때의 기이함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적 공간과 추상적 공간이 섞여 있는데, 아주 현실적인 공간에서 역사적 인물이 나타났을 때의 생경함을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부 연출가는 "안티고네가 죽은 오빠를 묻는 일이 법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걸 생각하기도 전에, 그게 옳은 행위라고 생각하기도 전에 감각적으로 반응하고 움직이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라는 말을 하며, '권리장전 2016'에서 '안티고네' 이야기를 다시 무대에 끌고 들어온 바 있다. 요즘 들어 글에 담긴 논리로 설명하기엔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연극'인가 보다. 논리적인 글이나 말 대신 '보여줄' 수 있고 '느끼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극에서 달나라동백꽃이 보여주기 원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ㄴ 부새롬 : 이 작품에는 역사적 사실이 굉장히 많이 들어 있다. 위안부나 사상에 대한 얘기 등이 어떤 사람들한텐 식상할 수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흑백사진' 이다. 이 비극들이 뭇 사람들에게는 뻔할 수 있다. 역사적 사건에 존재했던 개개인들의 고통이 그냥 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연극에서는 그게 굉장히 생생했으면 좋겠다. '옛날엔 그랬겠지', '안됐다', '불쌍하다'라는 방관적 태도가 아니라, 이 사진 속의 사람이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꼈으면 한다. 사상과 관련된 사건들, 그리고 끔찍한 학살이 많았다. 그로 인해 죽은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 한 '사람'이었다는 것. 생생하게 자신의 삶을 살다 간 사람이었다는 점. 그걸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게 바로 연극이 할 수 있는 일이자, 이 연극이 해야 하는 일이다. 역사는 책으로 봐도 되고 팟캐스트 등의 채널을 이용해 쉽게 접할 수도 있다. 그것만으로도 이 사건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감각적으로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건 연극이나 영화의 몫인 것 같다.

이 연극을 통해 작가로서 뭘 표현하고 싶었는지?

ㄴ 김은성 : 주제적인 면도, 형식적인 면도 내가 요즘에 가장 관심 있어 하는 이야기들이다. 그걸 연극적 방법을 동원해서 대본을 작성했다.

 

   
김은성 작가는 상금에 대한 질문에 대해 "묘하게도 죄 지은 느낌이 들더라"고 답했다 ⓒ 두산아트센터

두산연강예술상 수상으로 3,000만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상금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다.

ㄴ 김은성 : 십분의 일은 극단에 쾌척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극단에 내놓았다. 우리 극단에는 내규가 있다. 아직 나밖에 안 지킨 것 같지만(웃음). 천만 원 이상의 큰돈이 생기면 십분의 일을 기부하자는 것이었다.

ㄴ 부새롬 : 아마 해당되는 사람이 더 있을 텐데 안 내고 있는 것 같다(웃음).

ㄴ 김은성 : 나머지는 (상금 받은 당시가) 집을 구해야 할 때여서, 월세방 보증금으로 많이 썼다. 그리고 오랜만에 집안일에도 좋게 돈을 쓰고 말이다.

ㄴ 부새롬 :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지금까지 같이 작업했던 분들 모셔서 많이 식사 대접했더라.

ㄴ 김은성 : 상 받고 나서 잘해야지 싶었다. 이상하게 상금을 받았는데 죄 지은 느낌이었다. 묘하다. 주변 사람들한테 미안하더라. 그래서 같이 공연했던 선배들께 연락해서 여기(두산아트센터) 근처 한정식집에서 식사 대접해드렸다. 선배님들 모두가 오시지는 못하고 오실 수 있는 분들만 오셔서 다 같이 밥을 먹었다.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했다.

예전에는 창작촌에서 작업하곤 했다고 들었다. 상금 통해 집을 구했으니, 이제는 거기서 작업을 하는가?

ㄴ 김은성 : 그렇다. '썬샤인의 전사들'을 쓰면서 작가인 나 스스로한테 해주고 싶은 칭찬이 있었다. 혼자 내 집에서 내가 밥해먹으면서 글을 썼다는 것이다.

부 연출은 지난 '복도에서, 미성년으로 간다'에 이어 두산아트센터와 다시 협업하게 됐다. 작업에 있어서 두산아트센터와 다른 극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ㄴ 부새롬 : 환경이 너무 좋다. 다른 작업들과는 제작 규모가 많이 다르다. 사실 다른 곳을 만이 안 다녀봐서 모르겠다. 여기 계신 분들이 좋은 것 같다. 뭘 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그것에 귀 기울여 주신다. 그건 연출할 때 뿐 아니라 무대 디자인을 할 때도 느낀 부분이다. 우리 스케줄에 다 맞춰주시려면 사실 극장 감독님들이 피곤하실 거다. 우리가 극장에 머무는 시간만큼 같이 계셔야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참 적극적이시고 긍정적으로 응해주신다. 극장 입장에서는 공연 팀이 대관 시간을 딱 지켜줘야 되는데, 여기는 그런 부분에서 보다 자유롭게 편의를 제공해주신다.

 

   
 

두 사람의 케미가 워낙 대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 서로에 대한 믿음으로 콤비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장점, 혹은 서로를 믿는 근본적 이유는?

ㄴ 부새롬 : 장점은 글을 잘 쓴다는 것이다. 작가로서 치열하게 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하긴 했지만, 연출가와 작가가 연극적 표현에 있어서 바라는 지점이 다소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은성이의 생각과 글은 나의 역사관이나 세계관과 굉장히 유사하다고 느끼고 있다.

예를 들면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어느 작품을 봤을 때, 이 작품은 약간 역사를 소재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사실 작품으로 만들기 좋은 소재들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은성이 작품을 보면서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왜 이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한 시선이 (나와) 겹친다.

ㄴ 김은성 : 받은 만큼 돌려드려야겠다(웃음). (부 연출은) 대본을 주면 그걸 읽어내는 눈이 정확하고 좋다고 생각한다. 어떤 때는 내가 써놓은 것보다 더 깊이 들어가 잘 읽어내고 있기도 하다. 그런 데서 오는 믿음이 제일 크다. 희곡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연출가는 자기 희곡을 좋아해주고 그것을 제대로 봐주는 눈을 가진 연출가일 것이다. 당연히 작가로서 그런 연출가를 좋아하고 신뢰할 수밖에 없다.

사실 나도 연출 전공이다. 극작가가 되기 전에는 연출가를 지망하던 학생이기도 했다. 그래서 연출이 정말 어렵다는 걸 안다. 참 어려운 포지션이다. 특히 대한민국 연극계에서 연출가라는 직업은 참 어렵다. 그런데 부 연출은 그런 어려운 대장 노릇을 잘하더라. 긍정의 힘으로 말이다.

연극 연출은 '사람 예술'이다. 부 연출은 사람 예술을 잘하는 연출가인 것 같다. 연습 분위기나 팀 자체 분위기가 항상 좋다. 그래서 다른 팀과 작업할 때는 적응이 잘 안될 때가 많다. 그 동안 연습실이란 곳은 웃고 떠드는 게 기본이라 생각해왔는데 가끔 다른 곳에서는 '연습실이 이렇게 엄숙해야 하는 곳인가' 하고 느낀 적도 있다. 즐겁게 연극할 수 있게 해줘서 좋은 연출가다.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 배우들 ⓒ 두산아트센터

ㄴ 부새롬 : 덧붙이면, 이번 작품 나왔을 때 정말 좋았다. 이상한 얘기이지만, 세월호 참사를 생각했을 때, 구조 작업에서부터 지금의 상황에 이르기까지 왜 이렇게까지 된 걸까 생각한 적이 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역사'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친일에 대한 과제부터 우리 역사는 제대로 청산된 적이 없다. 그러니 세월호도 당연히 제대로 건져 올려낼 수 없었던 것이다.

세월호 사건에 한국 사회의 많은 부분이 결합돼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문제가 하나의 맥락으로 세월호에 얽혀있는 것이다. 이걸 말로 표현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은성이가 희곡에) 그걸 써냈더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들을 딱 써내줘서 좋고 반가웠다. 내게 주려고 쓴 희곡은 아니겠지만(웃음), 작품의 첫인상이 그랬다.

잘 쓰기도 하고 치열하기도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되는 이야기를 짚고 넘어가기도 한다. 그런 점들이 굉장히 좋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내가 동의할 수 있고 말이다.

 

 

   
 

꿈이 궁금하다.

ㄴ 김은성 : 꿈은 백열 살까지 일 년에 한 편 정도의 희곡을 쓰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좋은 환경에서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ㄴ 부새롬 : 김은성 씨 유언을 내가 알고 있다. '유언을 펼치면 반드시 살려내라'다(웃음). 술자리에서 나왔던 얘기인데, 정말 웃겼다. 나는 계속 연극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한다. 계속 연극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계속 연극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으면 좋겠다. 오랫동안 연극을 하다보면 갇히게 될 수 있다. 스타일이 고정되거나 작품을 보는 시선이 비슷해지는 식으로 말이다. 나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계속 뭔가를 발견하면 좋겠다. 그리고 (연극을 통해) 먹고 살고 싶다.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을 보러 올 관객들에게 한 마디씩 부탁드린다.

ㄴ 김은성 : 작품이 길다. 긴 공연이다 보니, 끝까지 봐주실 관객들한테 어느 때보다 감사드리는 마음이 깊을 것 같다. 지금까지 쓴 대본 중에 가장 공들여 쓴 대본이다. 약 4년 동안 정성을 많이 들여 썼다. 좋은 작품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다. 그냥 드리는 말씀이 아니다. 그러나 단 하나, 가장 공들여서 썼고, 가장 많이 내 무언가를 바쳐서 쓴 대본이다. 많이 오셔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ㄴ 부새롬 : 러닝타임이 워낙 길다 보니, 관객 분들이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은성이가 오랜만에 낸 신작이다. 은성이 팬이 워낙 많은데, 모두들 기대 많이 하고 오셨다가 실망하실까봐 걱정된다(웃음).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으셨으면 좋겠다. 물론 기대한 것 이상으로 좋을 수도 있겠지만, 아닐 수도 있을 때를 대비해서 드리는 말씀이다(웃음).

 

   
 

인터미션 포함 160여 분의 러닝타임으로 예정돼 있는 연극 '썬샤인의 전사들'에는 배우 우미화, 김종태, 이화룡, 곽지숙, 권태건, 전박찬, 정새별, 이지혜, 심재현, 조재영, 노기용, 장율, 박주영 등이 출연한다. 김은성 작, 부새롬 연출의 '썬샤인의 전사들'은 오는 27일부터 다음 달 22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