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 왔던 치부를 외피로 드러낸 파격적인 건물

퐁피두 센터 외부 빨간색으로 포시된 에스컬레이터
출처: Pixabay

[문화뉴스 MHN 우지혜 기자] 일반적인 유럽 거리의 모습은 로마네스크 혹은 고딕 시기부터 형성된 도시 모습으로 인해 내부는 현대적으로 리모델링 되었을지라도 외부의 모습은 오래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입면이 실제로 몇 백년 된 역사를 간직하고 있지 않을 지라도 새로 지을 때 주변 거리의 모습에 맞춰서 짓는다. 그러나 이런 고전적인 유럽 거리의 풍경을 단숨에 파괴해버리는 건물이 있으니 바로 파리 보부르 구역의 현대 미술관 퐁피두 센터이다.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었던 조르쥬 퐁피두(Georges Pompidou) 대통령이 파리 중심에 위치한 보부르(Beaubourg)지역에 복합문화시설를 건립하기 위해 국제 설계공모를 열었다. 공모에 당선된 작품은 당시에는 유명하지 않았던 젊은 건축가 '리차드 로저스'와 '렌조 피아노'의 '퐁피두 센터'였다. 

당시 두 건축가가 해결해야 했던 문제는 두 가지였다. 복합문화시설로서의 역할을 하기 위해 다양한 문화활동을 한 건물 안에서 가능하게 해야 했다. 또한 이 건물을 예술과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면서 많은 사람들을 흡인할 수 있어야 했다.

퐁피두 센터와 주변 건물들
출처: Maureen from Buffalo, USA / CC BY

열린 평면을 통한 공간의 자유 

퐁피두 센터가 해결해야 했던 첫 번째 문제는 자유로운 평면을 통해서 해결되었다. 다양한 활동을 공간의 제약 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구획할 수 있고 현재 도서관, 전시관, 영화관 등 다양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건물의 하중을 지지하는 구조 골격이 외부에 위치하여 내부 면적 7,500m2에 달하는 공간이 구조체들로 방해받지 않는다. 보통 건물들의 대부분의 구조 형식은 보 기둥 방식인데 보의 최대 경간(span)을 고려해야 하므로 넓은 바닥 혹은 천장을 갖게 되면 공간 중간에 기둥이 위치 할 수 밖에 없다. 평면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퐁피두 센터의 목적이 복합문화시설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가장 지혜로운 방법일 것이다. 

배관들이 외부로 노출된 퐁피두 센터
출처: Pixabay

숨겨야 했던 치부를 당당하게 드러낸 외피 디자인

사람들이 옷으로 몸을 가리고 진열장 위의 제품들이 포장되어 나열되어 있는 것처럼 건물 역시 숨겨왔던 부분들을 외피로 감싸 보이지 않게 지어져왔다. 그러나 퐁피두 센터는 숨겨져 있는 배관들과 환기구들을 외부로 드러내어 노출했다. 심지어 강렬한 원색 계열로 그들의 역할을 표시 했다.

하중 지지를 하는 구조 부분과 흡기 및 배기 부분은 하얀색으로, 계단 및 엘리베이터인 이동동선 부분은 빨간색으로, 전기 배선은 노란색으로, 수도관은 녹색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조 시스템은 파란색으로 칠해져있다. 천장과 벽체 사이에 숨겨져 평소에 볼 수 없던, 마치 무대 뒤의 조력자들과 같은 존재들을 퐁피두 센터에서는 주인공으로 앞세웠다. 

화려한 색깔들이 기묘한 조화를 이루는 외피는 기술적인 설비들을 건물 외부로 빼내어 건물 내부의 하중을 줄이고 자유 평면을 실현시키는 동시에 파격적인 시도를 통해 파리를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세계 문화 예술의 선도주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대부분 인류의 위대한 진보가 그렇듯이 이 건물 또한 사람들 사이에 논쟁을 불러왔다. 우아한 파리의 도심에 공장같은 건물의 침입을 고깝게 생각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퐁피두 센터는 당시 주류의 건축 담론을 탈피하여 건물이 해결할 문제들을 완벽하게 해결하였다. 이는 미적으로도 기능적으로 놀라운 성취이며 현재까지도 현대 건축의 가장 중요한 건축 중의 하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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