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과학] 영화 '테넷' 속의 물리학 - 상대성 이론과 인버전, 인과율이 달라지는 이유
  • 권성준 기자
  • 승인 2020.09.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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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원뿔을 통해 이해 가능, 시간 같은 시공간, 공간 같은 시공간 차이
시점에 따른 시간 여행의 모순 '타임 패러독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문화뉴스 MHN 권성준기자] 영화 '테넷'이 누적 관객 수 130만을 돌파하면서 연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영화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영화 자체의 난해함 때문인데 실제로 영화를 보고 온 사람도 무엇을 스포일러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테넷'은 기존의 시간 여행 SF 영화와는 사뭇 다른 시간 여행 방법을 제시한다. 작중에선 '인버전'이라고 하는 사물의 엔트로피를 역전시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게 하는 기술을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한다.

기존에 존재하였던 SF에서는 고정된 과거의 한 지점으로 갑자기 이동한 다음 다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시간 여행을 묘사하였다. 대표적인 영화로는 '어바웃 타임'이나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있다. 이러한 시간 여행은 시간의 한 지점에 초점을 두고 시간을 이동하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테넷'은 시간 여행을 위해선 연속적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와 유사한 예시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가모토의 눈'이라는 물건을 이용하여 시간을 돌리는 것을 들 수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시간을 되돌린다 하더라도 시청자의 시점이 닥터 스트레인지와 같다. 그래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체를 보더라도 그저 거꾸로 튼 영상을 보는 것과 차이가 없기 때문에 크게 혼란스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반면에 '테넷'에서는 고속도로 전투신부터 사람이 인버전되면서 시청자의 시점에서 시간을 거슬러가기 시작한다. 결국 마지막 전투신부터는 시간을 역행하는 등장인물과 순행하는 등장인물의 시점을 번갈아 가면서 영화를 어렵게 만든다.

영화 특유의 불친절함으로 인해 이해가 어려운 것은 다소 사실이지만 영화를 보다 재밌게 보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지식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빛 원뿔이다.

출처: 위키피디아
출처: 위키피디아, 빛 원뿔

'테넷'의 시간 여행이 특히나 어려운 이유는 시간을 절대적인 대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직관으로 바라볼 때 함께 있는 사람 A와 사람 B의 시계는 같은 시간을 가리킨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직관은 특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물리학 이론에 기본적인 가정으로 사용되었다. 수학자 르네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가 우주를 3차원 공간으로 생각하여 물체의 위치를 나타내었고 고전 물리학은 이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시간에 따라 3차원 공간에서 물체의 위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고 싶어 하였었다.

하지만 고전 물리학은 전자기학이 완성되면서 문제가 생겼고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만들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과정에서 시간이 공간과 같은 차원의 하나로 생각해야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특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더는 시간은 모든 물체에 평등하게 흘러가는 대상이 아니라 물체의 속도에 따라 시간의 흐름이 변할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빠르게 달리는 물체는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출처: 위키피디아, 헤르만 민코프스키
출처: 위키피디아, 헤르만 민코프스키

아인슈타인의 교수였던 수학자 헤르만 민코프스키(Hermann Minkowski, 1864~1909)는 3차원 공간에 시간 축을 하나 더 넣어서 4차원 시공간 좌표를 설정하면 특수 상대성 이론을 기술할 수 있음을 발견하였고 현대에는 이 4차원 시공간을 민코프스키 공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4차원 시공간은 이해하는데 한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바로 종이에 그릴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3차원 공간을 2차원 공간으로 축소시킨 다음 공간에 수직 방향으로 시간 축을 그려 4차원 시공간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종이에 입자의 궤적을 그리면서 직관적으로 4차원 시공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기존의 3차원 공간에서의 물리학을 4차원 시공간에서의 물리학으로 바꾸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빛은 민코프스키 공간에서 특이한 성질을 가진다. 광속 불변의 원리에 의하면 빛의 속도는 항상 같은 값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속도는 거리를 시간으로 나눈 값이므로 시간과 공간의 그래프에서 항상 기울기가 일정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공간의 차원을 늘려서 그림을 그려보면 빛이 진행할 수 있는 궤적은 시간축 사이의 각도가 45도를 가지는 원뿔로 나타난다. 관찰자의 시간과 위치를 원점으로 잡으면 원점을 중심으로 두 개의 원뿔이 맞닿은 형태로 나타나며 시간의 부호가 +인 곳이 미래를 -인 곳이 과거를 나타내는 원뿔이 된다. 이 원뿔을 빛 원뿔이라고 부르며 빛은 항상 이 원뿔의 표면을 따라 지나간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그렇다면 일반적인 물질들은 어떠할까? 정답은 원뿔 내부에 시간에 따른 움직임의 궤적이 나타난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은 관찰자도 시간 축을 따라 흐르는 의미이고 정지하지 않고 운동을 한다면 4차원 시공간에서 어떠한 곡선을 그리면서 움직인다. 이 선을 세계선이라 부른다.

정지한 관찰자는 시간의 방향으로 빛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다. 만약 공간으로 달리기 시작한다면 달려가던 속도가 약간 기울어질 것이고 기울어진 정도만큼 시간 방향의 속도가 느려진다. 이는 놀랍게도 특수 상대성 이론으로 계산한 시간 지연과 똑같은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

빛 원뿔 내부의 세계는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시간적인 인과율이 성립하는 세계임을 알 수 있다. 총알을 손에서 놓으면 총알이 떨어지는 일이 일어나는 세계이며 물리학자들은 시간 같은 시공간이라고 부른다.

반대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원뿔 바깥의 세계는 어떠한가? 이 세계는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인과율이 성립되지 않는 세계임이 알려졌다. 즉 총알이 떨어졌으므로 총알을 손에서 놓은 결과가 도출되는 세계이다. 이러한 세계를 물리학자들은 공간 같은 시공간이라고 명명하였다.

영화 '테넷'에서는 인버전 기술에 의해 등장인물의 시간의 방향이 바뀐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시간 축을 흐르던 방향이 바뀐 것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빛 원뿔의 방향이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그래서 인버전 된 사람의 시점에선 세계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며 자신의 시간은 변함없이 흐르는 것으로 인식된다.

출처: '테넷' 예고편
출처: '테넷' 예고편

하지만 우주의 시점은 이와 다르다. 우주의 시간은 인버전 된 사람과 반대 방향으로 흐르며 나머지는 원래 시간의 방향에 따라 잘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인버전 되지 않은 관찰자는 인버전 된 관찰자의 인과율이 깨진 것으로 보이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작중에서 인버전 된 사람은 산소마스크 없이 호흡을 할 수 없다. 우주의 시점에선 인버전된 사람의 호흡은 이산화탄소를 마시고 산소를 뱉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산소는 인버전되지 않았으므로 인버전 된 사람이 산소를 마시는 일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관찰자의 시점에 따른 시간 여행의 모순을 '타임 패러독스'라고 부르며 작중에선 '할아버지 패러독스'와 또 다른 자신과의 만남이 언급된다. 

실제로 주인공이 미래에서 개입하여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미래에는 영향이 없느냐라는 질문을 하는데 영화에서는 이 '타임 패러독스'에 대한 답변을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라는 대사를 통해 대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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