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민예 47주년 제157회 정기공연 '꽃신 구절초'
  • 박정기
  • 승인 2020.11.20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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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구절초'

[문화뉴스 MHN 박정기] 지난 19일 공간 아울에서 극단 민예의 김성환 작 연출의 <꽃신 구절초>를 관람했다.

김성환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연극학과,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연극학과 출신으로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 안양예술고등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퍼포먼스 연기학원 입시반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 극단 민예 상임연출이다.

연출작으로는 <오늘 식민지로 살다> <꽃신, 구절초> <체크메이드> <템프파일> <하녀들의 위험한 게임> <햄릿왕 피살사건> <구몰라 대통령> <연꽃 속의 불> <누가 살던 방> <사람을 찾습니다> <지옥도> <장화홍련 실종사건> <고수부지를 떠나는 사람들> <천태만상: 절대사절/대가> <바람의 딸> <퍼포먼스 –1, 0, 1>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수상작으로는 2013년 <2인극페스티벌> 작품상 수상(“오늘, 식민지를 살다”(김성환 작/연출), 2009년 D-FESTA 금상수상(“템프파일” 통영연극축제 공식 초청작)을 했다.

<꽃신-구절초>는 한국의 현대 100년사 속에서 고통과 질곡을 견뎌낸 한 집안의 어머니 4대의 모습을 그렸다. 한국의 정치사는 험난한 여정의 연속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1919년 3.1 운동이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포함해 여러 독립 운동 세력들이 치열한 독립 운동을 전개 하였으나, 그 후 역량은 많이 쇠퇴한 상황이었다. 임시정부의 경우 한국광복군을 조직하여 연합군에 참여해 보려 하였으나, 일본의 이른 패망으로 국내 진공 작전을 수행하지 못하였고, 공산 계를 포함 국외의 망명단체나 조선 내부적으로 독립을 쟁취할 역량은 부족했고 연합군(정확히는 미국과 소련)의 공세에 의해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함으로써 해방을 맞이한다. 

이후 들어온 미·소 양 국가는 한반도를 분할하여 한국에 정부가 세워지기 전까지 통치하였으며 이는 결국 남북에 두 개의 정부가 세워지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결국 한국 전쟁이 일어나고야 만다. 전후에는 정치, 경제가 모두 혼란에 빠졌다. 이후 군부 독재가 시작되며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기는 하나, 정치적으로는 계속 억압된 상태였기 때문에 민중의 민주화 요구는 계속된다. 결국엔 군부가 물러나고, 민간인 대통령이 들어오면서 민주화에 시동을 걸었으며 경제적으로도 IMF 위기라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한국 정부 수립 초기부터 전두환 정권 시절까지 정치적인 목적으로 계엄령을 자주 선포하였고, 정부가 약화될 때마다 군부에 의한 쿠데타가 발생하였다. 

독재 정권 하에서는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정착되지 못하였다. 전두환 정권 시기에는 대통령 간접선거제도를 채택하고, 광주민주화운동과 같은 민주화 요구에 대해 가차 없는 탄압이 자행되었다. 각계각층의 대중들이 참여한 1987년 6월의 민주 항쟁으로 대통령 직접선거제도를 공약한 6.29 선언을 이끌어 내어 이후 민주화가 상당히 진전되었다.

과거 일제치하에서 강제로 징용된 남편을 잃은 아내가 부지기수 이듯이 6 25 동란, 정치적 통제와 탄압, 유신과 군사정권시절 월남전과 민주화역정을 거치면서 홀로된 어머니들, 이 연극에서는 한 집안의 4대 어머니들의 남편과 자신을 잃은 통한과 애곡의 이야기가 비장 침울한 분위기 속에 애절한 노래와 함께 그려졌으나 느낌은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무대는 어머니의 제삿날 영정을 모신 상청이 무대다. 액자의 꽃으로 장식한 틀 역시 꽃으로 장식한 문틀만 보이고 사진이나 문짝은 보이지 않는다. 등받이가 없는 벤치를 네 개 배치하고 출연진이 앉는다. 제삿날 등장한 4대 어머니들의 모습은 가족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애절한 조가 합창소리와 함께 4대 어머니들이 할머니의 모습으로 등장하고, 상청 앞에 어머니들이 신고 온 꽃신을 벗어놓는다. 나란히 놓인 꽃신, 비록 저세상으로 간 어머니들의 꽃신이지만 현재 제사를 지내는 여인이 꽃신을 신어보니, 뜻밖에도 어머니의 따뜻한 발바닥 체온이 느껴져 흠칫 놀란다. 손녀가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 한다. 

네 개의 꽃신에는 그 한 사람 한 사람의 역사와 남편과 아들을 잃은 사연이 펼쳐진다. 아들의 처는 당연히 홀로 남은 여인이 된다. 동학란으로 남편을 잃거나, 독립운동으로 투옥되고 사형선고를 받는 아들에게 마치 안중근 의사의 모친과 같은 내용의 “항소하지 말고 의연하게 죽어라.”라는 편지를 보내는 어머니라든가, 6 25 동란이 끝날 무렵 북측 군과 함께 산속에서 남 측 군에 대항하다 사망한 아들의 어머니와 아내의 애통해 하는 모습, 그리고 유신체제하에서 서울대 재학생이면서도 공장노동자 속에 끼어 함께 작업하면서 그들의 인권과 처우를 위해 투쟁하던 그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애통해 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출연한 여배우들이 당시상황을 실제로 겪은 어머니의 심정에 방불한 열연으로 관객의 가슴에 깊이 파고들어 슬픔과 감동의 여운을 남긴다.

김희정, 이혜연, 윤숙이, 송정아, 박인아, 심민희 등 출연자 전원의 경륜과 체험연기는 물론 넘치는 감성표현으로 극적 표현은 최상승급에 이르는 느낌이다.

음악 심영섭, 움직임지도 천창훈, 조명 이재호, 오퍼 강천정 유찬미 등 기술진의 노력과 기량이 드러나, 극단 민예(대표 이혜연)의 김성환 작 연출의 <꽃신 구절초>를, 작품은 물론 연출가와 스텝 그리고 연기자들의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국공립극단의 공연을 능가하는 감동만점의 걸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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