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중심의 섬세한 전시를 선보이는 ‘갤러리조선’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한 ‘국제갤러리’
예술이 연결되는 정거장을 추구하는 ‘학고재’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서울 시내만 해도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다 비슷해 보이는 갤러리들도 각자의 개성과 고유의 방향성을 뽐내며, 예술혼을 불태우고 있다.

무더운 날씨에 갤러리를 찾는 이들은 애써 시간을 내어 찾은 전시회를 한 곳만 들리기엔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전시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기자의 지도 어플 속에 저장된 국내 유수의 갤러리들을 한곳에 모아 보았다

첫 번째로 깊은 역사와 명성의 갤러리들이 한데 모여 있는 종로지역 중 삼청동을 꼽았다. 삼청동 지역의 갤러리 중 먼저, 갤러리조선, 국제갤러리, 학고재를 소개한다.

소개되는 순서는 자료 요청에 회신에 따른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였음.


작가 중심의 섬세한 전시, 갤러리조선

갤러리조선 외관(사진=갤러리조선 홈페이지)
갤러리조선 외관 (사진=갤러리조선 홈페이지)

갤러리조선은 1971년 개관한 조선화랑의 차세대 운영자다. 현대미술을 다루기 위해 2004년 조선화랑으로부터 독립하여 소격동에서 동시대 작가들과 더불어 살아가며 작가들의 가는 길을 보조하며 그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했다.

최근 2015년부터는 유튜브를 통해 전시 영상 아카이브를 강화하여 전시, 작가들의 기록에 더욱 집중하여 운영하고 있다.

갤러리조선은 작가의 작업과 삶을 곁에서 기록하고 그 기록을 보존해, 작가를 후대에 남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생각은 전시에서도 반영되어 작가의 그 당시 생각이나 순간의 감정을 세심하게 전시하고 기록물로 기록하고 있다.

 

갤러리조선 홈페이지 미디어아카이브(미디어 기록물 모음)
갤러리조선 홈페이지 미디어아카이브 (미디어 기록물 모음)

갤러리조선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작가들의 관점에서 세심하게 전시한다는 인상이다. 미술사적으로 주목할 작가를 키워낸다는 사명감과 자부심이 있다는 조선갤러리의 당대 작가들은 어떤 작가들이 있을지 알아가는 일도 전시 투어의 즐거운 과정이 되지 않을까?

8월 5일 이호진 작가의 ‘변곡섬’ 전시가 예정돼 있다. 


복합문화 공간으로 재탄생,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K1 외관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K1 외관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1982년 이현숙 회장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설립한 국제갤러리는 1987년 문화예술의 본거지인 삼청동에 있는 지금의 K1으로 이전한 이래 서울의 문화 허브로 자리매김해왔다.

특히, 알렉산더 칼더, 아니쉬 카푸어, 빌 비올라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전시를 국내에 소개하는 주요 무대가 되어왔다. 그뿐 아니라 국제갤러리는 전 세계의 주요 컬렉터들과 문화 예술계 전반에 한국 미술사와 작가들을 소개하는 주효한 역할을 맡아왔다. 

 

올해 초에 있었던 국내 첫 개인전 로버트 메이플소프 전시 포스터 (사진=국제갤러리 홈페이지)
올해 초에 있었던 로버트 메이플소프 국내 첫 개인전 전시 포스터 (사진=국제갤러리 홈페이지)

예컨대 전속 작가인 양혜규, 김용익, 구본창, 함경아 등 다수의 작가가 지속해서 국제 행사와 주요 미술 기관들의 전시에 참여하는 등 세계 미술계 지형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국제갤러리 K1(1관) 2층 더 레스토랑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국제갤러리 K1(1관) 2층 더 레스토랑 (사진=국제갤러리 제공)

현재 국제갤러리는 K1(1987), K2(2007), K3(2012), 그리고 부산점(2018) 총 네 공간에 걸쳐 운영되고 있다 2020년 38주년을 맞이해 재단장한 국제갤러리의 역사 K1은 전시 공간, 작가 작업으로 새로 단장한 카페 및 레스토랑, 그리고 라이프스타일과 예술이 결합한 웰니스 센터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국제갤러리는 일반적인 갤러리가 아닌 ‘열린 공간’으로 예술과 생활이 융합된 공간으로 가장 동시대적인 복합 공간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기자는 국제갤러리에 갈 때면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러 가는 기분으로 전시를 보게 된다. 그만큼 근·현대의 굵직한 국내외 작가부터 주목받는 작가들까지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호주 출신의 작가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보물섬(Treasure Island)’이 8월1일까지 서울점에서 열린다.

이후 서울점에서는 9월 16일 - 10월 31일: 박서보/10월 7일 - 11월 28일: 줄리안 오피/12월: 권영우/12월 16일 - 2022년 1월 30일: 루이스 부르주아의 전시가 예정 돼 있다.

이후 박진아 작가의 'Human Lights'전시가 8월6일부터 9월12일까지, 10월에는 영화감독 박찬욱의 전시가 부산점에서 예정돼 있다. 


예술이 연결되는 정거장, 학고재

학고재 본관 외관, 1995년 한옥을 개축 하여 만들었다. 건물부터 느껴지는 학고재의 ‘온고지신’의 철학(사진=학고재 제공)
학고재 본관 외관, 1995년 한옥을 개축 하여 만들었다. 건물부터 느껴지는 학고재의 ‘온고지신’의 철학(사진=학고재 제공)

학고재(學古齋)는 1988년 아시아의 경제 중심지 서울에서 문을 열었다. 학고재라는 이름은 논어(論語)의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溫故知新)」라는 이념에서 따왔다. 당당하게 자신을 열어 세계의 문화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이다. 그 이념과 지향이 오늘날 학고재를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잇는 정체성을 지닌다.

옛것과 새것의 교감에 관심을 기울이며 새롭게 펼쳐지는 것 가운데 과연 ‘옛것’으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통찰하고자 했다. 

그런 통찰로, 학고재는 한국의 전통적인 철학과 정신을 현대미술의 어법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선구자들(이를테면 백남준, 이우환, 윤석남 등), 민중미술(오윤, 신학철 등) 후원, 이 시대 개척자들(김선두, 노순택, 송현숙 등)의 전시를 꾸준히 선보였다.

국내 작가들 뿐 아니라 세계 미술계 거장들부터 주목받는 작가들까지 해외작가들의 진취적인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학고재는 스스로 미술의 과거와 미래가 교차하고 동양과 서양이 소통하며 지역과 세계가 연결되는 곳으로서 하나의 ‘정거장’이라고 말한다. 

자칫 한옥은 전통적인 작풍의 작품들이 어울릴 거라고 생각되기 쉽지만 의외로 ‘한옥’이란 공간이 매체와 작풍에 상관없이 어우러진다는 점이 미술의 시공간을 잇는 ‘정거장’이라는 의미와 연결되며 흥미롭다.

 

‘윤석남: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전시 전경. ‘한옥’이란 공간이 작품의 아우라를 배가시키는 듯하다.  (사진=학고재 홈페이지)
‘윤석남: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 전시 전경. ‘한옥’이란 공간이 작품의 아우라를 배가시키는 듯하다. (사진=학고재 홈페이지)

4월에 끝난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다룬 ‘윤석남: 싸우는 여자들, 역사가 되다’에서는 그 의미가 더욱 부각되며, 가슴 한편으로 더 뜨거워지는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김길후: 혼돈의 밤’ 전시에서는 검은색의 커다란 화면 속의 격정적인 형상 이면에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정적, 고요함이 전달됐다. 전시마다 고즈넉한 한옥만의 분위기를 지닌 공간은 작품들에 따라 달라지는 오묘한 공기를 내뿜기 때문이다.

 

학고재 원경, 한옥과 현대 건축물이 함께 어우러졌다 (사진=학고재 제공)
학고재 원경, 한옥과 현대 건축물이 함께 어우러졌다 (사진=학고재 제공)

근래에 한옥 펍, 한옥 레스토랑 등 이색적인 한옥 공간이 늘어나며 한옥의 매력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서 한옥 갤러리 전시를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

현재 ‘김길후:혼돈의 밤' 전시가 8월22일까지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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