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된 북촌한옥마을
새롭게 떠오르는 은평한옥마을이 주는 다양한 형태의 한옥

[문화뉴스 임나래 기자] K-팝을 시작으로 K-드라마, K-예능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냈던 우리나라는 그 영역을 넓혀 게임, 바이오, 콘텐츠,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받아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건축은 서양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일명 ‘K-’라고 부를 만한 요소가 많이 없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영역이 있다면 바로 우리나라의 전통 주거 양식이었던 ‘한옥’이다.

 

전북대학교 내 한옥건물/사진=전북대학교 에너지물질순환시스템 연구실 홈페이지
전북대학교 내 한옥건물/사진=전북대학교 에너지물질순환시스템 연구실 홈페이지

몇 해 전부터 불어왔던 한옥 열풍은 내국인, 외국인을 가리지 않았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옥스테이, 한옥 숙소를 선호했고, 한옥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다양한 매체에서 종종 만난다, 

또, 전북대학교는 알제리, 베트남에 이어 올해 미국 조지아주 한옥 단지 조성 사업으로 한옥 수출 소식을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카페, 음식점에 이어 한옥 갤러리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지난 2019년 호텔신라가 전통 한옥 호텔 건립을 추진한다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한옥에 대한 열풍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인기 예능 프로그램 촬영 장소로 알려지면서 새롭게 떠오르는 은평한옥마을과 오래전부터 사람들에게 대표적인 한옥마을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북촌한옥마을을 둘러보았다.


고즈넉한 가을이 생각과 어울리는 북촌한옥마을

2021년 6월 ‘서울 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된 북촌한옥마을은 조선 시대 양반층 관료가 주거하던 주거지로, 서울의 600년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지금의 북촌한옥마을은 1930년대부터 1940년대에 걸쳐 만들어진 한옥 군락의 모습으로 전통 한옥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도시형 한옥으로 변형된 모습이다. 

 

어느새 전통한옥이라는 인식을 갖게된 북촌 한옥마을/사진=서울한옥포털
어느새 전통한옥이라는 인식을 갖게된 북촌 한옥마을/사진=서울한옥포털

 

과거 사대부집의 전통 한옥은 전문 목수가 고급 자재로 행랑채, 사랑채, 안채로 구성하는 반면, 도시형 한옥은 목재소에서 공급되는 표준화된 목재를 사용하여 ‘ㅁ’자 형의 전통 배치만 유지하고 있다.

또, 유리, 타일과 같이 전통 한옥에서는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재료들을 사용하고, 생활에 편리한 요소들을 도입함으로써 근대도시체계에 적응한 새로운 도시 주택 유형으로 변화했다.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한 한옥. 완전한 현대화가 아닌 최소한의 불편함만 개선해 유지하고 있다. 현대식 창호가 더해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사진=서울한옥포털 2017년 서울우수한옥 캡쳐
종로구 가회동에 위치한 한 한옥. 완전한 현대화가 아닌 최소한의 불편함만 개선해 유지하고 있다. 현대식 창호가 더해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사진=서울한옥포털 2017년 서울우수한옥 캡쳐

1999년 건축 심의 폐지의 완화로 북촌한옥마을은 파괴될 뻔한 위기가 있었지만, 2001년 북촌 가꾸기 사업과 한옥 보전 지원 사업 그리고 2007년, 2010년 두 번에 이은 지구단위계획과 2016년 한옥 보전구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도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

북촌한옥마을은 오버투어리즘(Over tourism)으로 인해 관광객과 거주민의 갈등이 끝없이 발생하는 곳이지만, 한옥의 보전이나 유지관리가 뛰어나 한국적인 경관으로 손에 꼽는 장소이다. 

 

21세기 서울형 한옥을 보여주는 은평한옥마을

은평한옥마을은 지난 2010년 서울 주택도시공사가 조성계획을 발표한 이후, 2012년도 은평 뉴타운 3-2지구 단독 주택부지 156필지를 한옥마을 용지로 공급하면서 조성된 수도권 최대 한옥 단지이다. 

은평한옥마을의 전경/사진=위키백과 ©Mobius6
은평한옥마을의 전경/사진=위키백과 ©Mobius6

은평한옥마을은 한옥만을 건축할 수 있도록 한 일명 ‘21세기 서울형 한옥’ 단지다. 자연스럽게 형성된 북촌한옥마을과는 다르게 은평한옥마을은 계획된 한옥 단지로, 공간 구획이 조성되어 있고, 골목과 도로도 넓고 반듯해 방문자 또는 거주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였다. 

 

은평한옥마을 내 위치한 일로와유 달보루 게스트하우스의 전경. 계획된 한옥단지로 일반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넓고 반듯한 도로를 살펴볼 수 있다/사진=일로와유 달보루 공식홈페이지  ©송유섭
은평한옥마을 내 위치한 일로와유 달보루 게스트하우스의 전경. 계획된 한옥단지로 일반도로와 크게 다르지 않은 넓고 반듯한 도로를 살펴볼 수 있다/사진=일로와유 달보루 공식홈페이지 ©송유섭

건축된 한옥들은 북촌한옥마을의 한옥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형태로, 단층이 아닌 다세대형 한옥, 2층 한옥 등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의 한옥들도 쉽게 볼 수 있다.

한옥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현대인들에게 편리한 점과 현대주택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로, 한옥이 더는 오래된 것, 박물관에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도, 실생활에서도 적용되고 사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은평한옥마을 내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덕선재. 외관에서 2층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옥 형태를 볼 수 있다/사진=덕선재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은평한옥마을 내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덕선재. 외관에서 2층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한옥 형태를 볼 수 있다/사진=덕선재 공식 인스타그램 캡쳐

은평한옥마을 내 한 한옥스테이는 2층으로 되어 한옥 안에 계단이 있고, 통유리창으로 된 벽면과 베란다가 있어, 새로운 한옥을 경험할 수 있는 장소로 입소문을 타고 한 번쯤 머물고 싶은 숙소로 손꼽히고 있다.

 

은평한옥마을 내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덕선재. 베란다가 있어 한옥에서의 경험이 다채로워졌다/사진=덕선재 인스타그램 캡쳐
은평한옥마을 내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덕선재. 베란다가 있어 한옥에서의 경험이 다채로워졌다/사진=덕선재 인스타그램 캡쳐

 

21세기 한옥을 정의할 수 있을까?

한옥은 옛것에서 벗어나 꾸준히 변화하고 진화하고 있다. 외관만 한옥인 채 내부는 현대아파트 형식을 따르는 형태, 반대로 외관은 현대식이나 한옥의 온돌, 대청마루 등의 특·장점으로 가져와 적용한 형태, 또 주위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한옥 풍의 인테리어를 적용한 주거 모두 현대식 한옥에 포함된다.

이뿐만이 아니라 최근에는 퓨전식 한옥이라고 하여 현대식 본채와 한옥의 별채를 둔 새로운 형태도 찾을 수 있다. 

 

서울시가 정의하는 21세기 서울형 한옥/사진=서울한옥포털
서울시가 정의하는 21세기 서울형 한옥/사진=서울한옥포털

서울시는 기존 한옥의 집합성, 적용성, 복합성에 입체성, 다양성, 편의성, 창의성이 합쳐진 형태를 21세기 서울형 한옥이라고 정의하고, 8가지 세부 유형으로 나누었다 (미니 한옥, 골목 집합형, 마당 집합형, 전통형, 현대형, 경사 지형, 주상 복합형, 구법 결합형). 

하지만 이렇게 다양하게 발전하는 ‘한옥’을 우리는 ‘한옥’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 국어사전, 관련 법안, 건축법 등에서는 유사하면서도 조금씩 다르게 한옥을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양식으로 지은 집을 양식 건물에 상대하여 부르는 말

-국어사전

주요 구조가 기둥·보 및 한식 지붕틀로 된 목구조로서 우리나라 전통 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 2조(법률 제12739호, 2015.6.4. 시행)』

기둥 및 보가 목구조방식이고 한식 지붕틀로 된 구조로서 한식 기와, 볏짚, 목재, 흙 등 자연 재료로 마감된 우리나라 전통 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부속건축물

-『건축법 시행령』 제 2조 제16호

전통 한옥은 불편하다. 친환경적이고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는 미관상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지만 변화하는 자연환경과 기후, 그리고 사람들의 생활방식에 대처하는 능력은 미흡하다. 대표적으로 전통 한옥은 단열에 취약하고, 지속적인 관리가 요구되며 또 시공 비용 및 수리 비용이 많이 든다.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홍성 사운고택. 400년이 넘은 전통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운고택은 사랑채, 안채, 문간채, 별당채로 이루어져있다/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된 홍성 사운고택. 400년이 넘은 전통한옥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사운고택은 사랑채, 안채, 문간채, 별당채로 이루어져있다/사진=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이런 취약점들을 보완해 발전한 형태가 21세기형 한옥이지만, 과연 우리의 편의를 위해 개량되고 변화한 한옥을 ‘한옥’이라고 부르며, 전통이 있고 우리나라 고유한 양식이라는 테두리 안에 포함할 수 있는가 고민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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