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역사 깊은 대한민국 우수축제, 지원 대폭 줄여
코로나19로 미뤄진 영화들 줄줄이 개봉

[문화뉴스 문수인 기자] 코로나19에 사건사고 많았던 날들, 한치앞도 알 수 있는 인간에게 예술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21년을 돌아보고자 한다. 


▶연극, 프레임을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2021년도 다양한 극단과 단체, 개인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관객들이 연극을 볼 때 프레임 속 또 다른 이야기로 비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영화가 실현해주고 있는 부분이기에 무대예술은 늘 관객과 현장 속에 함께 버무려져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빛나는 몇몇 공연이 있다.

극단 느낌의 '붕어빵'(12월 28일-1월 2일)은 갱년기를 겪고 있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노인인구는 늘고, 황혼이혼도 증가하는 요즘, 1인 가구가 늘어나는 시대에 우리 마음 한편에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있다. 자신을 스스로 위로하고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돌아보면 사람은 다시 사람에게 치유받기도 한다. 함께 하는 사회에서 연극을 통해 함께 하는 방법을 넌지시 받아보는 것도 좋겠다.

극단 북새통x플랜Q가 제작한 공연 <똑,똑,똑>은 전반적 발달장애인을 위한 무대였다. 예술 향유에 소외될 수밖에 없는 한국 공연 산업에서 감각적 특수성을 지닌 발달장애 어린이가 낯설지 않은 공연 환경에서 편안하게 감각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예술적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무대를 구성했다. 발달장애 어린이가 낯선 공간, 다양한 소리와 촉각, 처음 만난 무대와 배우에 대해 적응할 수 있도록 자료(가이드북, 홍보영상)를 제공했다.

지난 11월에 개막했던 연극 <무희 - 무명이 되고자 했던 그녀>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4주년을 기념하여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에서 주최한 국채보상운동 연극 대본(희곡) 공모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극은 대구 월화장의 기생인 선향이 오로지 춤만을 추기 위해서 극장을 지을 땅을 구하러 다니다 순영에게서 땅을 사는 조건으로 그녀가 신문에 발표하려는 글을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글로 다듬어주게 되면서 시작한다. 일제가 한국에게 강제 차관토록 해 경제 파탄에 빠트리려 하자, 그 돈을 갚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남성들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었는데, 순영의 글은 남자뿐만 아니라 여자 역시 국채보상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취지의 글이었다. 그 인연으로 선향 역시 자연스럽게 이 운동에 참여하게 된다.

연극에 대한 보도자료를 쓰다 보면 남성 서사 중심의 연극이 수두룩하다. 연극의 주 소비층인 ‘여성’을 타깃으로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2022년에는 성별의 구분 없이 기존에 찾지 못한 시선의 연극들이 무대에 오르기를 기대한다. 

▶한국연극협회 등 35개 단체 예술창작정책살리기비상회의(이하 비상회의) 발족, 성명서 발표

지난 6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민간단체 공모사업인 대한민국공연예술제가 8억여원의 예산이 삭감된 상태로 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15년 이상 된 중견 축제, 장르를 대표하던 축제,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축제 등이 대거 탈락해 파문이 일었다.

한국연극협회 외 34개 단체 성명서 발표
한국연극협회 외 34개 단체 성명서 발표

이에 한국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등 전국 35개 단체가 성명을 발표하며, "기재부는 예술위 측에 3년 이상 된 축제의 지원을 불필요하다 지적해왔고, 이 예산은 앞으로도 매년 약 10%의 예산이 지속 삭감될 예정이기 때문에 공연 축제를 선심성, 소비성 행사로 인식하는 기재부의 시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7월 인터뷰 자리에서 서울연극협회 지춘성 회장은 “행정가든 정치가든 문화를 조금은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문화는 물리적인 밥이 아닌 정신적인 밥입니다. 이번 지원은 현장 환경과 코로나19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인 결정이었습니다. ‘축제’는 단순한 일회성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여러 예술인이 쌓은 집합체이자, 미래를 열고 발전시킬 수 있는 기폭제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미뤄진 영화, 드디어 개봉!
2020년 9월 개봉 예정이었던 웨스 앤더스의 신작 <프렌치 디스패치>가 1년 만인 올해 11월 한국에 상륙했다. 영화 골수팬들이 고대하던 영화 중 하나인 <프렌치 디스패치>는 출연하는 배우들의 연기력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 스틸컷

영화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는 북미에서 작년 11월 개봉 예정이었으나, 2월로 연기되었다. 그러나 한 차례 더 개봉일이 연기되면서 무려 약 1년 후인 9월 상영될 수 있었다. 한국에서 9월 개봉 예정이었던 <킹스맨 : 퍼스트 에이전트>는 코로나19로 인한 연기 끝에 12월 22일 개봉할 수 있었다. 

지난 17일 한국 언론과 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매슈 본 감독은 "옥스퍼드 공작이 처음 킹스맨이라는 조직을 만들면서 구현하고자 했던 가치와 원칙이 100년 뒤에도 유지가 되고, 킹스맨은 활발하게 활동을 할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해 그 기반을 탄탄하게 잘 닦아놔야 했죠."라고 밝히며 앞으로의 시리즈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세계를 보는 또 다른 창구 ‘다큐’
EBS 다큐프라임 [여섯 번째 대멸종] 5부작이 12월 20일(월)부터 22일(수), 27일 (월)부터 28일(화)까지 총 다섯 번에 걸쳐 방영됐다. 

이 시리즈는 인간이 저지른 잘못으로 수많은 생명이 사라져가는 그 생생한 현장을 찾아 그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갈등을 기록하고, 인류에 의한 지구의 변화를 드러내는 인류세(人類世) 관점에서 대멸종이 벌어지는 현실을 고발했다.

인간과 야생동물의 상생은 비극인 걸까. 당신은 어떤 관점에서 인류의 대멸종을 바라보고 있는지, 혹은 이 지구의 미래가 자신의 미래와는 별도의 의미가 있다고 자만하고 있지는 않은지, 깊은 고민의 시간을 줄 수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기후변화 특별기획 4부작 1부 ‘붉은 지구’ - 엔드 게임 1.5℃' 캡쳐
'기후변화 특별기획 4부작 1부 ‘붉은 지구’ - 엔드 게임 1.5℃' 캡쳐

지난 9월 KBS [기후변화 특별기획 4부작 ‘붉은 지구’] 가 4부작에 걸쳐 방송되었다. KBS 다큐 유튜브 공식 채널에 다시보기로 올라온 영상 댓글에는 공영방송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다큐는 인류의 완벽한 행성 지구의 기후가 아주 무서운 속도로 변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폭염과 가뭄, 초대형 산불은 바로 지구가 보내는 기후변화의 시그널. 자신의 일이 아니면 간과하기 쉬운 문제들,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 “기후는 왜, 얼마나 변하고 있는가, 기후변화는 앞으로의 세상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에 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변들 속엔 재앙의 현장에 울부짖는 사람들이 있다.

▶비연예인 리얼 연애 프로그램 ‘돌싱글즈 시즌2’, ‘나는 SOLO’ 등

'돌싱글즈 시즌2' 11회 예고편 캡쳐
'돌싱글즈 시즌2' 11회 예고편 캡쳐

돌싱남녀 각 8명이 매칭되어 4일간의 동거를 한 후 최종 선택을 하는 ‘돌싱글즈 시즌2’. 지난 26일 11회차에 다시보기 스페셜 특집으로 대체됐다. 제작진은 “최종 선택이 진행되기 전, 꺼내놓기 힘든 개인사를 털어놓은 출연진도 있었고, 진지하고 심각한 갈등 상황을 겪은 출연진도 있었다. 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할지에 대해 모두가 고민할 시간이 필요했다. 세 커플의 심경 변화와 마지막 선택의 과정을 세심하게 담아내, 보다 높은 완성도의 영상으로 시청자들에게 보답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돌싱 커플’들의 최종 선택이 진행되는 ‘돌싱글즈2’ 11회는 2022년 1월 2일(일) 밤 9시 2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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