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보다 한국미술의 잠재력을 읽고, 서울지점 열어···
한국의 전속작가도 물색 중

 

[문화뉴스 박준아 기자] 다사다난했던 2021년이 지났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올해의 미술계는 어땠는지 또 내년엔 어떤 전시와 기획들로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해줄지 궁금하다. 이 궁금증을 위해 주요 미술관·갤러리의 전시 책임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는 기획을 준비했다.

 

타데우스 로팍 서울지점 입구
타데우스 로팍 서울지점 입구

 

최근 유명 외국갤러리가 아시아의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하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다. BTS를 필두로 불던 K바람이 미술계에서도 불며, 코로나를 비롯한 불안정한 세계정세에서 한국이 아시아의 허브의 역할을 하리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갤러리 ‘타데우스 로팍’이 아시아의 거점으로 서울에 개관한 것도 이런 흐름을 고려한다면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올해 10월 독일표현주의 대가 ‘게오르그 바젤리츠’展을 시작으로 화려하게 개관한 타데우스 로팍의 황규진 한국총괄디렉터를 만났다.

 


 

타데우스 로팍의 황규진 한국 총괄 디렉터
타데우스 로팍의 황규진 한국 총괄 디렉터

 

Q. 갤러리 소개를 비롯한 간단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1983년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Salzburg)에 설립해 장 미셸 바스키아, 요셉 보이스의 작품을 전시하며 시작한 유럽기반의 갤러리에요. 1990년대 파리에 열면서 더욱 국제적인 갤러리로 발돋움했죠. 2017년에 런던을 열면서 미국과 아시아 시장에도 집중했어요. 현재 70명이 넘는 전속작가가 소속되어 있어요. 

저는 2017년 런던지점의 팀원으로 갤러리의 아시아 프로젝트의 아시아 책임자였어요. 2020년부터 서울지점 개관을 비롯한 한국 총괄 디렉터로서 서울지점을 총괄하고 있어요. 

 

Q. ‘타데우스 로팍’이 아시아의 거점으로 서울을 선택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처음부터 서울로 정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홍콩과 상해를 중점적으로 알아보고 있었어요. 그러다 코로나 때문에 거의 모든 아트페어가 취소된 와중에 부산아트페어를 참여하게 됐고 그게 한국 시장을 돌아보게 된 계기가 됐어요.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특이하게 탄탄한 작가, 오래된 컬렉션이 있는 미술관, 컬렉터까지 삼박자가 갖춰진 곳이에요. 지금은 미술시장의 규모가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작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실제로도 굉장히 성장 중이고요.

이전에는 아시아의 나라와 문화를 생각하면 일본과 중국이 다수를 차지했던 것은 사실이에요. 하지만 근래 한국단색화를 계기로 한국미술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 같아요. 단지 한국단색화가 가장 먼저 알려졌을 뿐이지 한국미술은 긴 역사와 역량, 잠재력을 가졌기 때문에 커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지점 개관전으로 열린 '게오르그 바젤리츠: 가르니 호텔' 전시전경
타데우스 로팍의 서울지점 개관전으로 열린 '게오르그 바젤리츠: 가르니 호텔' 전시전경

 

Q. 지난 한 해는 디렉터님께 어떤 한 해 셨나요? 올해 가장 인상에 남았던 주요 전시와 활동이 궁금합니다. 

작년(2020년) 11월 타데우스 로팍 대표가 먼저 서울에 지점을 내자고 이야기를 꺼냈고 본격적으로 개관 준비를 시작했어요. 신기할 정도로 큰 어려움 없이 차근차근 준비할 수 있었어요. 올해 5월에 저희의 유럽적인 느낌과 한국적인 느낌을 동시에 가진 양태오 건축가를 만나 본 전시장의 모습을 갖출 수 있었죠. 

10월에 개관전을 준비하며 첫 전시인 만큼 저희의 대표작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와 안젤름 키퍼 두 분 중에 전시 작가를 고민했어요. 그러다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대형 회고전을 앞뒀던 바젤리츠로 정해졌어요. 서울에서 파리로 이어지는 전시가 저희나 작가에게도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생각됐어요. 특히, 서울지점을 위해 제작된 신작을 선보일 수 있어서 전시가 더 특별했죠.

 

Q. 돌아오는 새해, 어떤 전시들이 예정인지 계획(프로젝트)이나 변동사항이 있으신가요? 

현재 진행 중인 알렉스 카츠展이 끝나고 2월 말부터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담아내는 제이슨 마틴, 3월에는 나이키와 콜라보로 잘 알려진 톰 삭스, 4월 모든 예술의 장르를 아우르는 올리버 비어 등 내년을 위한 전시가 쭉 예정돼있어요. 그리고 9월 프리즈 서울에서는 안젤름 키퍼를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 외에 파리에서 1월21일부터 대표적인 한국 작가 이불이 전시를 앞두고 있죠.

저희가 한국 지점을 낸 목적과 역할은 저희 전속작가를 한국에 소개하고 동시에 한국 작가를 유럽에 선보이는 일이에요. 그래서 현재는 한국의 전속작가를 찾고 있어요. 타데우스 로팍은 아직 아시아 작가와 소스가 적은 만큼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어요.

 

2월 5일까지 진행되는 '알렉스 카츠: 꽃' 전시전경
2월 5일까지 진행되는 '알렉스 카츠: 꽃' 전시전경

 

Q. 관장님이 생각하시는 한국미술에 관한 소견이 궁금합니다. (한국미술에 변하길 바라는 점 혹은 아쉬운 점)

제가 받은 인상으로 한국은 옥션용 작가와 미술 작가가 따로 있는 듯해요. 흥미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관과 마켓이 따로 가는 것이 위태롭게도 보여요. 

저희는 어느 한 작가의 작품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해서 작품을 무분별하게 시장에 내놓지 않아요. 유행처럼 한 시기에 주목을 받는다고 작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되면 이후에 최악의 경우 작가의 작품 자체가 평가절하된다던가 작품 생활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장기적인 안목으로 작품 수요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도 갤러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런 주목받는 시기가 지났을 때는 좋은 전시로 경력을 관리하며 작가가 장기간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사실, 그게 작품을 거래하고 소장하는 갤러리나 컬렉터들에게도 더 좋은 일이에요. 

 

Q. 관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비롯한 많은 갤러리에서 좋은 기획들이 준비되고 있어요. 다양한 갤러리와 미술관의 좋은 전시를 경험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코로나가 나아져, 유럽의 갤러리의 이벤트들도 즐기실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웃음)

 

알렉스 카츠 작품 앞에서 설명 중인 황규진 디렉터
알렉스 카츠 작품 앞에서 설명 중인 황규진 디렉터

 


 

황규진 디렉터는 “작가와 일하는 건 흡사 결혼이라고도 생각해요. 평생 파트너처럼 일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이런 생각에서 알 수 있듯, 타데우스 로팍은 개관한 이후 그만둔 전속작가가 없다고 한다. 이 일화를 갤러리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특징으로 황규진 디렉터는 뽑는다.

세계적으로 전 영역에서 부는 K-바람과 활발한 미술시장 속 아트테크, NFT작품 등 현재 미술계는 어느 때보다 관심 속에서 역동적인 시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하나의 관객으로서 쉽게 볼 수 없던 세계적인 거장부터 동시대 젊은 작가들까지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이 설렌다. 타데우스 로팍이 보여줄 전시를 내년에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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