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 원작...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
연기, 음악으로 다채로움 높여
양지원, 이휘종, 홍승안 출연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사진=뮤지컬 '행복한 왕자' 공연 장면/ HJ컬쳐 제공
사진=뮤지컬 '행복한 왕자' 공연 장면/ HJ컬쳐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결국 나도 현실에 찌든 어른이 돼 버린 걸까. 뮤지컬 '행복한 왕자'가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머리로는 이해되지만 가슴으로 공감되지는 않아 씁쓸하다.

창작 초연 뮤지컬 '행복한 왕자'는 오스카 와일드가 1888년 발표한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황미주 작가, 양지해 작곡가, 이기쁨 연출 등이 참여했다.

황금 조각상인 왕자와 그의 곁에 머문 제비가 전하는 희생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왕자는 도시의 가난한 이들을 돕고자 보석으로 된 자신의 눈을 떼어 전해달라고 제비에게 부탁한다. 제비는 이집트로 가는 대신 왕자를 도우며 그의 희생적인 사랑에 공감하게 된다. 

사진=뮤지컬 '행복한 왕자' 공연 장면/ HJ컬쳐 제공
사진=뮤지컬 '행복한 왕자' 공연 장면/ HJ컬쳐 제공

큰 틀에서 원작을 따라가지만 왕자, 제비, 청년 등 여러 인물들의 시점을 추가했다. 동심을 일깨우고 다양한 사랑의 의미를 전한다는 점이 뭉클하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같지만 어른들에게도 전해지는 메시지가 크다. 물질만능주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시대인 만큼 희생과 헌신의 가치는 더욱 귀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한편으론 관객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더는 무조건적인 희생과 사랑을 미덕으로 보는 시대가 아닌 만큼, 현실적 공감보다는 판타지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이미 현실에 찌든 어른이 됐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어 씁쓸하기도 하다.

흔치 않은 1인극 뮤지컬이다. 이번 초연은 양지원, 이휘종, 홍승안이 캐스팅됐다. 이 중 양지원은 서술자인 오스카 와일드부터 행복한 왕자, 제비 외 많은 인물을 확연히 구분 지어 연기한다. 구연동화와 희극, 비극을 오가는 연기로 몰입도를 높인다.

사진=뮤지컬 '행복한 왕자' 공연 장면/ HJ컬쳐 제공
사진=뮤지컬 '행복한 왕자' 공연 장면/ HJ컬쳐 제공

자칫 지루하거나 단조로울 수 있는 부분은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으로 채웠다. 록, 블루스, 발라드 등이 각 캐릭터 특성에 어울리도록 결합됐다. 각각의 넘버도 아름답고 세련됐다. 1인극이지만 배우 혼자가 아닌, 음악이 함께 이야기를 구성하고 만들어 가는 느낌이다. 키보드, 퍼커션, 바이올린, 베이스기타 4인조 라이브세션의 존재감도 크다. 

단순한 무대와 이야기 구조는 장점이자 단점이다. 1인극 무대를 펼치는 배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반면, 공연을 보고 가져갈 수 있는 만족도의 크기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아쉽다. 

한편 '행복한 왕자'는 오는 6월 18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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