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 창극으로 재탄생
인물 설정 변화...연대에 초점
판소리 작창, 록, 재즈, 전자음악 결합
"꿈, 희망, 웃음 주고파...해외 진출도 추진"
6월 8일부터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 / 국립창극단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국립창극단이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을 선보인다. 셰익스피어와 판소리, 고전과 현대의 만남이다. 시공간을 초월한 즐길거리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국립창극단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은 유은선 예술감독, 이성열 연출, 김은성 작가, 원일 작곡가, 배우 김준수, 유태평양, 민은경이 참석했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베니스의 상인'을 창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국립창극단이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을 위해 야심차게 정통 희극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고전 희극을 바탕으로 해학적이고 골계적인 우리 소리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 / 국립창극단 제공

창극으로 선보이는 만큼 음악에 많은 공을 들였다. 작창가 한승석은 역대 창극단 작품 중 최다인 62개 곡을 선보인다. 19년 만에 국립창극단 창극 작곡을 맡은 원일은 국악기와 서양 악기가 어우러진 16인조 구성의 음악을 구성했다. 아이리시 휘슬, 마림바 등을 활용해 생동하는 베니스와 이국적인 벨몬트의 분위기를 배가할 예정이다. 

원일 작곡가는 "판소리 작창의 힘과 대중음악적 코드 사이를 녹여내는 데 중점을 뒀다"고 핵심을 설명했다. 이어 "100% 작창의 힘으로 이룩한 작품이다. 판소리 원형의 힘을 그래도 가져간다는 게 특징"이라며 "음악적으로 한마디로 말하면 재즈록 창극. 록, 팝, 헤비메탈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있다. 이례적으로 전자음악도 많이 썼다"라고 전했다.

또한 전체적인 음악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연대가 가진 힘을 어떻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힘차게 항해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캐릭터컷 / 국립창극단 제공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만큼 무대도 화려하게 치장할 예정이다. 무대미술가 이태섭, 조명디자이너 최보윤, 의상디자이너 차이킴(김영진) 등이 참여했다. 무대를 가득 채울 약 3만 송이의 꽃과 6m 길이의 범선, 인도 전통의상 '사리'에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의상 등이 준비된다.

기본 골자는 법과 현실이 지배하는 공간인 베니스와 꿈과 환상이 담긴 공간 벨몬트라를 대비시키는 것. 2017년 '산불'에 이어 다시 한번 창극을 선보이는 이성열 연출은 "젊은이들이 베니스로 돌아와서 잔인한 법 세계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공간적 구도다. 베니스의 차갑고 고딕한 분위기, 벨몬트의 젊고 화사한 분위기를 대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사적으로는 연대에 초점을 맞춰 각색했다. 특히 원작 속 종교적, 인종적 이슈들을 과감히 걷어냈다. 이를 위해 인물 설정에도 변화를 가져갔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 장면 / 국립창극단 제공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바꿨다. 여성 캐릭터 포샤는 한층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지며, 소피아, 루치오, 토마소 등 소상인 역할의 인물들도 새롭게 추가된다. 

극본은 작가 김은성이 맡아 국립창극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앞서 셰익스피어 '햄릿'을 '함익'(2016)으로, 안톤 체호프 '바냐 아저씨'를 '순우삼촌'(2015)으로 재해석하는 등 서양 고전을 우리 이야기로 치환하는 데 탁월한 면모를 보여 왔다. 

김 작가는 "대규모 무역상사 회장과 소규모 상인조합의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 가장 큰 각색 포인트"라고 짚었다.

또한 "현시대의 감수성으로 보니 샤일록이 사회적 약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돈만 있을 뿐이지 종교적 이유로 모두들 안 하려는 고리대금업을 유대인으로서 떠맡아 했던 거다"라면서도 "희극적 축제의 음악극이기에 원래의 구도대로 하고자 했다. 샤일록에 관해서도 종교나 인종적 부분들을 덜어내고, 보다 강화된 악당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 / 국립창극단 제공

안토니오와 샤일록 역에는 국립창극단의 대표 스타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각각 캐스팅됐다. 벨몬트의 주인이자 지혜로운 여인 포샤는 민은경, 사랑에 빠진 젊은 청년 바사니오는 김수인이 연기한다. 

유태평양은 "의리 있고 정의롭고 희망에 부풀어 있는 긍정적인 캐릭터다. 제가 되고 싶은 이상적인 인물이다. 많이 배우기도 하는 것 같다"고 참여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김준수는 "샤일록의 연령대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어렵기도 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작창의 음악적 스타일이 노래를 하면서 말맛을 살리는 어법으로 짜여있다.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하고 있다"라며 "인간의 탐욕스러운, 증오와 복수심이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모습들 보면서 많은 교훈을 주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민은경은 "지혜로운 여성인 포샤를 연기하면서 아름다워야 하는 동시에 변호사로서 강인함도 보여줘야 했다. 두 가지 연기를 하는 게 조금 힘들지만 노력하고 있다"라며 "어떤 창극보다도 풍성하고 풍요로운 작품이 될 것"이라고 전해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 장면 / 국립창극단 제공

'상인들'이라는 복수 형태로 바뀐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한다. 젊은 청년들이 사랑의 힘으로 빚어내는 희망을 그리고자 한다. 이 연출은 긍정적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희망,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웃음을 전해주고자 한다"며 "코로나로 어려움 겪은 분들에게 꿈과 희망 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셰익스피어의 힘과 우리 소리의 매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까지 노린다. 유은선 예술감독은 "영어 자막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해외로 나갈 기회도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세계 어디서도 할 수 있는 작품이니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베니스의 상인들'은 오는 6월 8일부터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유태평양, 김준수, 민은경, 김수인, 조유아, 이광복과 국립창극단 및 객원 배우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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