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대표 희극, 창극으로 재탄생
"연대에 집중...긍정적 에너지 전해주고파"
샤일록, 안토니오 등 인물 설정 변화
6월 8일부터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 장면 / 국립창극단 제공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연습 장면 / 국립창극단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 희극 '베니스의 상인'이 국립창극단의 창극 '베니스의 상인들'로 재탄생한다. 제목에 '들'이 추가된 만큼 원작과는 비슷한 듯 새로운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베니스의 상인들'은 '베니스의 상인'을 현대적 감각이 입혀진 창극으로 재탄생시킨 작품이다. 국립창극단이 다양한 레퍼토리 개발을 위해 야심차게 정통 희극에 도전하는 작품이다. 고전 희극을 바탕으로 해학적이고 골계적인 우리 소리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상인들'이라는 복수 형태로 바뀐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공동체적 연대를 강조한다. 젊은 청년들이 사랑의 힘으로 빚어내는 희망을 그리고자 한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 / 국립창극단 제공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기자간담회 / 국립창극단 제공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열 연출은 "전 세계가 다 아는 명작이지만 몇백 년 전 작품이다 보니 현대인들의 관점에서 의아한 지점들도 있었다"라며 "현대적 감수성에 어울리지 않는 점들을 과감히 탈색시켜 관객들이 더 잘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재탄생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단순히 웃고 즐기는 작품만은 아니다. 그 웃음의 내용은 희망이다.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젊은이들의 사랑과 패기, 연대, 협업 등으로 벽을 뚫고 지나가는 긍정적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희망, 살아갈 수 있는 힘과 웃음을 전해주고자 한다"고 의도를 밝혔다.

특히 원작 속 종교적, 인종적 이슈들을 과감히 걷어냈다. 이를 위해 인물 설정에도 변화를 가져갔다. 원작의 베니스 무역업자 안토니오는 젊은 소상인 조합의 리더로,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선박회사를 운영하는 노회한 대자본가로 바꿨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캐릭터컷 / 국립창극단 제공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캐릭터컷 / 국립창극단 제공

여성 캐릭터 포샤는 한층 주체적인 인물로 그려낼 예정이다. 또한 소피아‧루치오‧토마소 등 소상인 역할의 인물들도 새롭게 추가된다. 

극본은 작가 김은성이 맡아 국립창극단과 처음 호흡을 맞춘다. 앞서 셰익스피어 '햄릿'을 '함익'(2016)으로, 안톤 체호프 '바냐 아저씨'를 '순우삼촌'(2015)으로 재해석하는 등 서양 고전을 우리 이야기로 치환하는 데 탁월한 면모를 보여 왔다. 

김 작가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고 한다. 작창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원작에 우리 소리의 운율을 담아내고자 했다.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캐릭터컷 / 국립창극단 제공
사진=창극 '베니스의 상인들' 캐릭터컷 / 국립창극단 제공

이에 그는 "우리 말맛을 살리는 운율과 시적 가사가 관객에게 편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했다"라며 "대규모 무역상사 회장과 소규모 상인조합의 대결 구도로 바뀐 것이 가장 큰 각색 포인트"라고 짚었다.

이 연출 또한 "샤일록이 원작에서는 60대다. 3대에 걸쳐 부를 이뤘다고 하는데 요즘 재벌 3세를 보면 대부분 40대다. 또한 샤일록은 악인보단 충실한 자본가다. 안토니오는 서민들, 흙수저의 힘을 모아 기득권을 무너뜨리려고 하는 대변인 같은 인물이다"라며 "두 세계의 충돌을 두 인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전했다.

한편 '베니스의 상인들'은 오는 6월 8일부터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유태평양, 김준수, 민은경, 김수인, 조유아, 이광복과 국립창극단 및 객원 배우들이 함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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