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한 서사, 연극적 색채 짙은 작품
스페인 독재정권, '망각의 협정' 소재...공감 요소 多
집시 음악, 플라텡코...개성 갖춘 음악 돋보여
한지상, 신의정, 소정화 등 출연
6월 2일까지 국립정동극장_세실

사진=뮤지컬 '쁠라테로' 포스터 / 국립정동극장 제공
사진=뮤지컬 '쁠라테로' 포스터 / 국립정동극장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이국적인 매력에 담아낸 공감의 시선. 영리하게 재밌는 뮤지컬 '쁠라테로'다.

'쁠라테로'는 국립정동극장의 2023시즌 '창작ing' 사업 네 번째 작품이다. 지난 2021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공모'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 2022년 3월 '공연예술창작산실 대본의 발견'을 통해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스페인의 역사를 소개한 신문 기사로부터 모티프를 얻었다. 독재자 플랑코 하에 저질러진 피의 역사에 대해 스페인 정부와 시민사회, 가톨릭 교구가 맺은 '망각의 협정'을 주제로 한다. 순례자들이 휴식을 취하는 숙소 알베르게를 배경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에 이야기를 다룬다. 

사진=뮤지컬 '쁠라테로' 연습 장면 / 국립정동극장 제공
사진=뮤지컬 '쁠라테로' 연습 장면 / 국립정동극장 제공

뮤지컬이지만 연극적 색채가 짙다. 촘촘하게 짜인 서사를 바탕으로 끝까지 긴장감을 붙든다. 물론 망각의 협정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호세와 까밀라 사이 관계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는 있다. 그러나 비밀이 드러나기까지의 과정에서 섬세한 심리묘사로 서스펜스를 유지한다.

스페인 역사를 바탕으로 하지만 한국의 역사와도 유사한 부분이 있어 공감되는 바가 크다. 고통스런 기억을 망각으로 억누를지, 마주함으로써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를 맞이할지. 기억을 키워드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특히 피해자, 가해자, 신부, 의사, 가족까지 인물 관계에 따른 시각차를 반영한 점이 돋보인다. 관객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리한 구조다.

주제가 다소 무거운 만큼, 음악으로 맞춰 낼 밸런스가 중요해 보인다. '쁠라테로' 넘버는 집시 음악, 플라멩코를 바탕으로 한다. 노래 가사와 대사 일부는 스페인 작가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시를 차용한 만큼 시적이고 음미하는 맛이 있다. 

사진=뮤지컬 '쁠라테로' 연습 장면 / 국립정동극장 제공
사진=뮤지컬 '쁠라테로' 연습 장면 / 국립정동극장 제공

멜로디는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유쾌하게, 때론 정열적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틴 휘슬, 아이리시 플루트, 인디언 플룻 등의 악기 사용으로 이국적 풍경을 담아냈다. '쁠라테로' 음악만의 특색이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이다. 여기에 배우들의 플라멩코 댄스를 보는 재미는 보너스다.

까밀라 역 신의정, 호세 역 한지상, 페넬로페 역 소정화, 세실리아 역 나하나, 마리아 역 이지수, 신부 파블로 역에 백진욱, 박두호가 출연한다. 모든 배우들의 실력이 출중하지만 특히 한지상의 연기가 돋보인다. 

죽음을 앞둔 호세는 죄를 밝히고 용서를 구하고자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짐을 덜고자 상대방을 괴롭히는 짓이라며 비난하겠지만, 또 누군가는 뒤늦게라도 진실을 밝히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그에게 연민을 느낄 수도 있다. 양가적 반응을 유도하는 복잡한 감정. 관객을 능동적 참여자로 이끄는 탁월한 연기다.

한편 '쁠라테로'는 오는 6월 2일까지 국립정동극장_세실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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