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 조선 배경, 시조(時調) 소재...독창적 매력 多
국악과 힙합 조화 이룬 넘버 돋보여
신선한 시도, 신인 발굴...창작뮤지컬 의미 담긴 작품
8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뉴스 장민수 기자]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설정부터 음악, 안무까지. 국내 창작 뮤지컬 중 이만큼 과감하고 독창적인 작품이 또 있을까 싶다.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이하 '스웨그에이지')은 시조(時調)가 국가이념인 가상의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시조가 금지되면서 자유와 행복을 빼앗긴 이들이 불평등한 세상을 향해 용기 있는 외침을 이어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7년 당시 서울예대 재학생들이 만든 것을 정식 공연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스웨그에이지'는 젊은 패기와 에너지로 가득하다. 상상과 비틀기를 기반으로 공감의 요소를 담아냈다.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음악이 가장 큰 매력이다. 국악기를 적극 활용해 선보이는 힙합 리듬은 전통적이면서 세련됐다. '이것이 양반놀음', '운명', '조선수액' 등 다수 넘버가 중독성도 강하다. 힙합의 라임, 시조의 운율을 살린 가사도 발견하며 듣는 재미가 있다. 신명나는 멜로디를 들으며 극을 보고 나면 한동안 "오에오"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

단과 진뿐 아니라 조로, 골빈당 등 조연들까지 캐릭터성이 진하다. 극을 한층 풍성하게 꾸며준다. '전국노래자랑'은 조선시조자랑으로, MC는 엄씨로 패러디하는 유머도 갖췄다. 또한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안무와 더불어, 이 모든 것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조명의 활용도 눈여겨볼 요소다.

독특함만으로 승부하지는 않는다. 메시지는 공감도가 높다. 자유와 평등을 갈구하는 백성, 억압하려는 권력자의 대립은 어찌 보면 뻔할 수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이 같은 사회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기승전결의 플롯 구성도 깔끔하다. 한편으론 독특한 소재를 평이하게 마무리 짓는 것 같기도 하다. 예상치 못한 결말로 흘러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괜한 아쉬움도 있다. 그러나 대중성을 고려하면 적정선을 찾은 것일 테니,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2019년 6월 초연 이후 세 번째 시즌인데, 앞으로 더욱 롱런하길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순수 창작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

사실 최근 국내 창작 뮤지컬들을 보면 과연 순수하게 '창작'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작품이 얼마나 될까 싶다. 대부분 서양의 작가나 음악가 등 유명인의 일대기에서 소재를 따오는 경우가 많다. 완성도가 높은 작품은 많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그리 많지 않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현실 고발 형식의 다소 감상적인 것들이 많다. 또한 개성 강한 작품은 대중성까지 잡지는 못해 아쉬운 측면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스웨그에이지'는 한국적 특성을 기반으로 독창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은, 그야말로 'K-창작뮤지컬'이란 타이틀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인 듯하다.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진=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공연 장면 / PL엔터테인먼트 제공

매 시즌 오디션을 통해 신인들을 발굴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는 작품이다. 이번 시즌은 단 역에 김서형, 진 역에 김세영 등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이 중 김서형은 천방지축이지만 정의감 넘치는 캐릭터를 탁월하게 그려낸다. 능청스러운 유머, 섬세한 감정 연기도 준수하다. 다만 넘버 소화력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느낌이 있다. 그래도 몰입에 방해될 정도는 아니니 향후 더 나은 무대를 기대케 한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8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이어진다. 단 역 양희준, 신주협, 박정혁, 김서형, 진 역 김수하, 이아진, 김세영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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